지극히 주관적 관점으로 씁니다.
한국이었음 오늘 즘 연휴 마지막 쉼표를 찍었을 텐데, 바다 건너 덩이씨는 오늘도 미팅을 하다 하루를 보냈다. 그중 하나는 봄에 있을 학회에서 내가 주관하는 세션 기획에 관한 일이었는데, 그중 한 교수가 그날 행사 당일 밤비행기로 일찍 돌아간다고 했다. 대단하다... 어깨도 허리도 수시로 아픈 중년의 교수들이 이렇게 밤비행기를 타는 이유는 학회 시즌엔 주변 호텔이 평소보다 1.5-2.5배까지 뛰어서 비싸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게 비싸진다. 게다가 요즘 예산 삭감 당한 많은 대학들이 학회참석을 지원하는 비용을 많이 줄였기에 참석을 않는 교수들도 많은 것 같고, 대학원생들은 더 많은 피해를 입지 않았을까 싶다.
이처럼 학회는 등록비부터 숙박까지 다 비싸다. 게다가 본인의 지역에서 먼 곳에서 열리는 학회라면 비행기 값도 비싸다. 그 가치에 부응하는 값진 경험을 얻기 위해서는 학회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학회에서 발표준비는 당연히 잘~~~ 준비해야 한다. 슬라이드 디자인이며, 시간 분배 및 언어 선택 등 신경 쓸 게 많다. 특히 학생 때 본인의 연구를 독자들에게 유려한 스토리텔링으로 잘 수 있다면 그대는 주목받는 신인이 될 수 있다. 허나 이런 부분은 학교에서도 배울 기회가 많고, 테드톡만 봐도 알 수 있기에 가뿐히 스킵한다. 대신 가성비를 고려한, 덩이씨의 지극히도 개인적인 관점에서, "슬기로운" 학회 경험을 위한 여타 사안을 다루어 보겠다.
박사과정 1-2년 차 정도에는 남들이 어디를 가는지 살펴보는 게 좋다. 학회마다 초점과 성격이 다르기도 하기에 선배들과 친구들과 함께 다들 많이 가는 곳에 들러 분위기가 어떤지 살펴보는 것도 좋다. 세부 전공에 따라 어떤 학회는 대학원생 멘토링 프로그램이 강한 경우도 있고, 어떤 학회는 방법론 워크숍처럼 배움의 기회가 많은 경우도 있다. 가끔 지역에서 열리는 실무 관련 학회도 있을 텐데, 본인의 진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될 때는 가볍게 가 하루정도 참석해 볼 수도 있다. 덩이씨는 보통 일 년에 전국적/국제적으로 열리는 전공 관련 학회 2개 정도는 기본으로 참석하는데, 관심사와 재정지원 여부에 따라 해마다 1-2개 정도가 리스트에 더 추가되기도 한다. 교수들도 정년 받기 전에는 부지런히 다니고 발표하지만, 그 후에는 체력과 재력을 잘 비축해야 하기에 선택과 집중을 한다.
일단 그대들의 타깃이 정해졌다면, 연구제안서를 기한 내에, 그들이 원하는 형식에 맞게, 깔끔하고 보기 좋은 형태로 제출한다. 제안서를 준비할 때는 반드시, 꼭, 제발, Call For Proposal을 샅샅이 읽어보고, 거기에서 요구하는 그 해의 Theme과 평가 항목에 맞춰서 준비하는 게 좋다. 학회마다 글자 수고 다르고 요구하는 형식도 다르다. 평가 항목이 있다면 잘 숙지해서 해당 항목이 명료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헤딩을 넣어서 쓴다. 여기서 치명적인 실수, 제안서 제출 시 대체로 익명성을 요구하는데, 가끔 이름이나 소속이 있는 그대로 파일이 제출된 경우가 있다. 이럴 땐 주로 주최 측 데스크에서 리뷰 이전에 걸러서 폐기처분한다.
리뷰어들은 매우 게으르다. 보통 마감 직전 하루 만에 적게는 3개 많게는 10-20개의 제안서를 읽고 점수를 주어야 한다. 눈이 아려온다. 누군가 본인의 글을 2-3분 안에 훑어 읽고 평가한다면, 내용도 알차지만 눈에도 보기 좋게 아주 잘 드러나야 한다. 그러니 여러 번 읽고, 쓸데없는 글자와 문장이 있는지를 꼼꼼하게 점검하면서 제한된 지면에 간결하면서도 명료한 주장과 근거로 내용을 알차게 채워가자.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이 여기서도 통한다.
만약 교수님과 공동연구하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팀워크로 제안서를 함께 쓰고 발표도 준비하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다. 나아가, 본인의 연구 관심사가 있다면 수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련 이론적 배경을 업데이트하고, 방법론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잘 결합해서 단독으로 제안서를 써보는 것도 좋다. 첫 번째 발표라면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하는 세션이나 라운드테이블 세션을 공략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사실 라운드테이블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누군가와 친해질 기회도 많다. 또 교수님이나 선배로부터 수락된 프로포절 예시를 구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다만 그다지 친분도, 교류도 없는데 예시 좀 공유해 줄래 하고 묻는 것도 사람에 따라서는 불편해 할 수도 있기에, 이러한 부탁은 본인이 잘 알아서 눈치껏 판단하는 걸로...
두둥, 이제 여러분의 이메일에 Congratulations!로 시작하는 추최 측 메시지가 도착한다. 동시에 등록하라고 독촉을 한다.
"세모네모씨, 축하해. 네가 제출한 XXX 프로포절이 이번 학회 발표로 수락 됐어. 등록비가 오르기 전에 0월 0일까지 빨리 등록하렴."
매우 축하한다. 지도교수에게도 이멜을 포워드 해서 자랑해도 좋다.
만약 학회를 갈 것이라면, 이제 발 빠르게 준비해야 조금은 덜 비싸게 다녀올 수 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빠른 등록으로 할인받을 수 있는 기간 내에 등록을 하고, 숙소와 룸메이트를 확보하는 것! 학회차원에서 할인 호텔은 예약이 빨리 마감된다. 보통 72시간 이전까지 취소 및 변경이 가능하므로 정책을 잘 살펴본 후 취소가능한 옵션으로 신속하게 예약한다.
교수들은 종종 이야기한다. 가난한 대학원생 시절 4명이서 침대 2개 방을 쓴 기억, 숙박비 아낀다고 갔던 호텔이 우범지대 어딘가여서, 이웃의 노숙자들과 함께 했다는 스토리 등. 교수가 되어도 다르지 않다. 돈이 없어서 1박만 하고 오거나, 가까운 거리(여기서 가까움은 8-9시간 이내로 운전 가능한 곳을 의미한다)를 카풀한다거나, 우버 타고 가야 할 먼 곳에서 에어비앤비로 방만 하나 빌린다거나... 방법은 찾으면 있다.
다만 자신의 건강상태와 수면 패턴을 잘 고려하길 바란다. 참고로 덩이는 너무 좋은 동네에서 열리는 학회라고 두 개 연속으로 다니며, 편하지 않은 잠자리를 보내다 병난 적이 있다. 그 후로는 룸메이트는 0-1로 제한하게 되었다.
이제 프로그램이 공지된다. 귀찮겠지만, 그 방대한 스케줄을 최대한 샅샅이 살펴보는 게 좋다.
먼저 나의 스케줄을 보고, 내 세션에는 누가 있는지 찾아본다. 같은 세션에 있는 다른 발표자와 토론자는 대체로 관심사를 공유하기에 그곳에 있다. 그분들이 누군지 어떤 연구를 하는지 알아보고, 자기소개도 잘 준비해서 가는 것도 좋다. 나아가 내가 좋아하는 학자가 언제 어디서 발표하는지, 대학원생 관련 멘토링 세션과, 소셜이벤트, 리셉션은 있는지 잘 살펴본다. 다른 학교에 있는 친구나, 잘 알고 있는 교수님이 있다면 미리 이메일을 보내서 여행일정을 물어보고 언제쯤 만나는 게 좋을지 정하는 게 좋다. 만난 적은 없지만 내가 자주 즐겨 찾는 학자가 있다면 그분들의 세션을 찾아가 보고, 발표를 듣고 질문도 하고, 그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지 살피는 것도 좋다. 아, 그리고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상을 주는 학회도 많은데 비즈니스 미팅이나 어워드 리셉션 같은 곳에 들어가서 어떤 상을 주는지 누가 그런 상을 받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다. 내년엔 그대가 지원하면 되니까.
학과 분위가 좋은 곳은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서로 동료들의 세션에 가서 응원하기도 하고. 특히 리셉션과 소셜 이벤트는 혼자 가기 뻘쭘한 경우가 많기에 동료와 약속을 하고 함께 가는 것도 좋다. 물론 지도교수님이 마당발이시거나 학회 어른이시면 여러분들을 자기 학생이라며 여기저기다 소개해주실 수도 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런 기회가 별거인 케이스가 되기도 한다. 특히 그대가 지금 (또는 조만간) 구직 모드에 있다면, 열심히 리셉션을 다니며 타깃 하는 학교에 관한 정보를 열심히 캐야 한다.
그렇다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빡빡하게 학회장에만 있을 필요는 없다. 나가서 잘 놀고 밥 먹고 새로운 동네 구경해야 한다. 누구랑 어디서 밥을 먹고, 어디를 방문할지 계획하면 좋다.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다.
무엇보다 환기도 되지 않고, 에고(ego)가 천장으로 치솟는 사람들이 가득한 숨 막히는 학회장에 하루 종일 있으면 안 된다. 그곳은 기운이 좋지 않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즐겁게 배우고, 더 신나게 놀고 나서, 집으로 가야 한다. 그러니 학회 가기 전부터 체력관리를 잘하자. 발표 준비는 물론, 체력관리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이제 짧으면 3일 길면 4-5일쯤 지나 초췌한 몰골로 집으로 돌아온다. 며칠 그냥 누워 있어도 된다. 영어를 너무 많이 써서 턱이 아플 수도 있다. 체력이 조금 올라오면 학회에서 얻었던 좋은 정보나 리플렉션 노트를 잘 관리해서 내가 진행하는 연구에 반영하고, 혹시라도 1:1로 연결되거나 연락처를 주고받았던 사람들이 있다면, 친구건 교수가 됐건 감사 이메일을 보내는 것도 좋다.
마지막으로 학회를 통해 만나본 사람들과 참석한 여러 자리를 생각해 보며 나는 어떤 학자가 되고 싶은지, 어떤 진로를 계획하고 싶은지, 어느 그룹과 어떤 자리에 속하고 싶은지 노트에 정리해 보는 것도 유용한 듯.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변하긴 하지만, 그 시점에 자신이 느낀 바와 스스로의 감정을 되돌아보면서 미래에 자신이 활동하고 싶은 영역이 있는지도 미리 고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예를 들어, 학회 차원의 학생회에 지원해서 다른 학생들을 위한 멘토링에 참여할 수도 있다. 덩이도 학생회에서 3년간 활동한 적이 있는데, 학생 콘퍼런스 세션을 기획하는 거라 고생고생은 많이 했지만, 그때 같이 일했던 친구들과 지원해 주셨던 교수님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도 학계에서는 큰 자산이 되었다. 본인이 원하는 기회가 있다면 코스웍이 끝난 이후에 본인이 잘할 수 있는 영역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다만, 이전 편 교수들의 은밀한 수다에서 밝혔듯이, 맡은 일이 있다면 책임을 다해 성실하게 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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