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코스타리카 도착

PURA VIDA_001

by 지구숲지기




드디어 출국일. 출국 준비를 하면서 1,2월을 다 보내기는 했지만 사실상 짐은 출국 하루 전날 쌌다. 심지어 원래는 기내용 캐리어를 안 들고 가려고 했는데 배낭으로는 택도 없어서 급하게 출국 전날 저녁에 기내용 캐리어를 구입했다. 우여곡절 끝에 새벽 3시에 전주에서 출발해 인천 공항에 도착하니 6시 10분이었다. 탑승 수속 후에 인터넷 면세점에서 구입한 물건들을 찾고 아침 9시 35분 비행기를 탔다.





대한항공 기내식. 곤드레나물밥과 해산물 파스타. 둘 다 입에 맞았다. 이렇게 오랫동안 비행기를 타본 건 처음이었는데, 좌석이 화장실 바로 앞자리 통로라 뒷좌석도 없었고 옆좌석에도 사람이 타지 않아 비교적 편하게 올 수 있었다. 두 번의 기내식과 두 번의 간식을 먹으며 13시간을 보내고 나니 미국 휴스턴 공항에 도착. 경유 시간이 촉박해서 살짝 긴장했는데 다행히 딱 맞게 코스타리카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유나이티드 항공에서 중간에 스낵을 하나 줬는데 Asian-style이라고 쓰여있었다. 여러 가지 맛이 나는 과자들이 들어 있었는데 기억나는 건 깨맛, 와사비맛, 김맛 정도? 원래 코스타리카 후안 산타마리아 공항에 2시 좀 넘어서 도착하는 거였는데 휴스턴 공항에서 무슨 이유에서인지 비행기가 30분 정도 늦게 출발해서 도착이 조금 늦었다.


공항을 나와서 마중을 나온 마르코 씨와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함께 홈스테이 집으로 향했다. 마르코 씨는 간단히 설명하자면 내 상사의 비서 정도 되는 사람이다. 전혀 말이 안 통할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내 스페인어 실력이 그 정도로 바닥은 아닌지 대화는 그럭저럭 잘 이어나갈 수 있었다.





홈스테이 집. 입구에 들어설 때부터 잘 사는 동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들이 저런 식으로 양쪽에 쭉 늘어서 있는데 참 예쁘다.


나는 스페인어를 조금 할 줄 알고, 코스타리카의 수도 San José(산호세) 옆에 있는 제2도시인 Alajuela(알라후엘라)에서 10개월, 길면 1년 10개월을 한국어 교사로 일한다. 나보다 두 달 일찍 일하게 된 다른 동료 선생님과 한국에 있을 때부터 집 문제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원래는 학교와 가까운 곳에 방 두 개짜리 집을 구해서 함께 살기로 했었지만 결국 적당한 집을 구하지 못해 각자 홈스테이를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내 방이다. 방이 아주 마음에 든다. 작은 책상도 있다. 홈스테이 가족들도 잘 만난 것 같다. 집에는 집주인 아주머니인 마리엘로스 씨와 마리엘로스 씨의 아들 에스떼반, 작은딸 소피아,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가 산다. 고양이를 엄청 좋아해서 반가웠다. 에스떼반은 내 또래인 것 같고 소피아는 내 동생 또래다. 집에는 가끔 마리엘로스 씨의 큰딸 멜리사와 멜리사의 아들들인 안드레스와 마띠야스가 놀러 온다고 한다. 이름은 보통 마리, 멜리, 소피, 안디 이런 식으로 줄여 부른다. 안드레스는 한국 나이로 11살쯤 됐는데 활발한 아이라서 친해지고 싶다. 마띠야스는 5살인데 나에게 'Hola(올라:안녕)'를 열 번은 한 것 같다. 그러다가도 나랑 눈이 마주치면 소리를 지르며 도망간다. 귀엽다. 귀엽게 생기기도 했고.





도착한 첫날 저녁에 같이 일하게 될 동료 선생님을 만났다. 전해 드릴 물건도 있었고, 현지 상황을 좀 알고 싶어서 빨리 만났다. 만나자마자 든 생각은 내 사촌언니와 닮았다는 거다. 얘기를 나눠 보니 좋은 분인 것 같아 다행이다. 집 근처 스타벅스에서 이야기를 좀 하고, 같이 학교를 구경하러 갔다.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는 선생님께서 슈퍼에 들러 맥주와 나쵸를 사주셨다. 현지 맥주 맛 한번 보라며 사주셨는데 사실 나는 맥주 맛은 잘 모른다. 시원하면 그만이라...한국 맥주와 비슷한 것 같다.


첫날은 이렇게 마무리. 어쨌거나 나는 이곳 코스타리카에 왔다. 아니, 코스타리카가 나에게 왔다. 뿌라 비다!



오늘의 기록_2016.2.24.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