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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와이룰즈 Aug 04. 2021

스트라이프, 핀테크 업계의 아마존이 될래요

[1미닛 브리핑] #스트라이프

1미닛 브리핑 

               

스트라이프, 2021년 가장 핫한 핀테크 스타트업

캘리포니아에서 2009년에 시작한 스트라이프(Stripe) 온라인 결제 *API 솔루션 회사로 온라인 사업자들을 위해 홈페이지에 결제 시스템을 쉽게 설치할  있도록 도와주는 회사입니다. (2021 7 기준)기업가치 950억달러( 108조원)으로 평가받으며 현재 미국  비상장 스타트업  가장 높은 몸값을 자랑합니다. 콜리슨 형제가 설립하고 이끌고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은 "인터넷의 GDP 높이자" 미션을 가지고 있죠.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홈페이지에 결제 툴을 설치하려고   스트라이프가 미리 세팅해  API 코드를 복붙하여 매우 쉽게 설치할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인터넷 GDP'라는 말이 언뜻 와닿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요. GDP가 국내총생산이라는 뜻이니 인터넷 GDP는 글로벌 온라인 비즈니스의 총생산량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 발전이 뒤떨어진 한 국가가 GDP를 올리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전국에 전력, 도로, 철도, 다리 등 인프라를 촘촘히 까는 일입니다. 인프라가 깔리면 시간적, 경제적 비용이 절약되니 기업들은 경영에만 집중해 매출을 올릴 수 있죠. 그러면 GDP가 올라가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즉 스트라이프의 미션은 인터넷에 인프라를 건설해 온라인 사업자들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온라인 세계에 인프라를 깔아놓고 돈이 오가는 길목 한가운데에 서서 통행료를 받는 게 스트라이프의 계획입니다.



뭔가 새로운 제국을 건설하는 것 같은 비장함이 느껴지는데요. 세상에 핀테크 회사는 많고 이들 대부분이 꿈꾸는 세상이기도 하죠. 그럼에도 유난히 스트라이프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Increase the GDP of the Internet


엔지니어들을 위한, 엔지니어에 의한, 엔지니어의


요즘  온라인 결제는 다들 매우 간편하니 간편 결제 서비스가 그리 특별하진 않습니다. 2009년, 스트라이프가 페이팔이 가진 문제점에서 출발했다고는 하지만, 스트라이프 창업 당시에도 소비자들은 페이팔로 충분히 쉽게 결제할 수 있었죠. 그럼 스트라이프가 페이팔과 무엇이 달랐느냐는 질문을 할 수 있는데요. 온라인 사업자가 페이팔을 온라인 결제 툴로 적용하기 위해 엔지니어들은 상당히 복잡한 과정들을 거치며 설치해야 했습니다. 따로 개발자가 없는 대부분의 소규모 비즈니스에겐 홈페이지에 결제 툴을 설치하는 것 자체가 넘어야 할 장벽이었죠. 콜린스 형제에겐 이 복잡한 과정들이 매우 불편하게 느껴졌어요. 앞으로 이커머스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지고 온라인 비즈니스의 대중화가 예상되는 시점에 간편 결제 시스템은 최종 소비자뿐만 아니라 사장님들에게도 꼭 필요한 서비스였습니다. 그래서 콜린스 형제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떤 결제 툴을 사용할지는 파이낸스 쪽 사람들보다는 엔지니어들의 영역이 될 것이라고요. 바로 이 점을 노려 엔지니어들이 좋아할 만한 온라인 결제 시스템을 만들기로 합니다. 

✍️ 참고로 LG유플러스의 PG사업을 인수한 뒤 2020년 8월에 '토스페이먼츠'라는 이름으로 B2B 결제 서비스 사업에 진출한 비바리퍼블리카는 스트라이프를 벤치마킹 했습니다.


스트라이프의 '화려한' 출발

스트라이프는 *와이콤비네이터에서 '/dev/payments'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로 시작되었어요. 와이콤비네이터의 수장인 폴 그래햄(Paul Graham)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고 9단계에 걸쳐 설치해야 했던 페이팔의 결제 시스템을 단 3단계로 줄이며 화려한 출발을 알렸는데요. 여기서 '화려한 출발'이라고 한 이유는 사실 출발부터 남달랐기 때문입니다. 패트릭 콜린스와 존 콜린스 형제는 이미 슈파(Shuppa)와 옥토매틱(Auctomatic)을 창업해 성공적으로 엑싯(Exit, 투자금 회수)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당시 그들의 나이 19살과 17살에 백만장자가 되었죠. 또한 스트라이프는 폴 그래햄 뿐만 아니라 당시 페이팔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와 피터 틸을 비롯해, 그리고 벤처 캐피털 회사인 안드레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등으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으며 화려한 여정이 시작되었죠. 그리고 서로 척척 맞는 비즈니스 파트너가 형제라는 사실도 성공에 빼놓을 수 없이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초기 스타트업에 시드 투자(초기 투자)와 동시에 기업이 고속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제품을 보면 스트라이프의 비젼이 훤히

단 몇 줄에 불과한 코드로 이루어진 첫 제품에서 출발해 2021년 7월 기준으로 16개의 제품을 운영 중이에요. 스트라이프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제품들을 업데이트하며 사업 영역과 고객군을 넓혀 나가고 있습니다.  제품군은 크게 결제, 금융 서비스, 비즈니스 운영으로 나뉩니다.


결제(Payments)

스트라이프의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결제 분야는 소상공인에서부터 대형 플랫폼 기업까지 다양한 형태의 비스니스 모델을 커버하는 제품군을 운영 중이에요. 먼저 간편 결제 API 솔루션인 'Payments',  홈페이지가 따로 없는 블로거도 링크 하나만 있으면 결제가 가능한 'Payment Links', 뉴스레터나 스페셜티 커피 원두 구독과 같은 정기 서비스를 위한 정기 결제 및 관리 솔루션 'Billing'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마켓플레이스 및 플랫폼 사업자들을 위한 결제 플랫폼인 Connect, 오프라인 결제를 지원하는 POS(Poins-of-sales) 시스템인 Terminal이 있습니다.


- Connect  마켓플레이스 또는 플랫폼을 위한 결제 플랫폼으로 여행자가 호텔 중개 플랫폼인 부킹닷컴(Booking.com)에서 결제하면 부킹닷컴과 호텔에 각각 알아서 정산을 해줍니다. 대표적인 고객으로는 숙박 공유 업체인 에어비앤비, 미국의 배달 중개 플랫폼인 도어대시(DoorDash), 그리고 쇼피파이 등이 있습니다.


- Terminal  오프라인으로 진출하는 온라인 네이티브 브랜드를 위한 POS시스템으로, 온라인으로 안경을 파는 와비 파커(Warby Parker)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스트라이프의 POS 시스템을 이용합니다. 오프라인 모바일 결제 솔루션을 주력하는 스퀘어(Square)와 달리 기존 클라이언트가 오프라인으로 확장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오프라인 영업 인력이 전혀 없습니다.


금융 서비스(Financial Servives)

Capital과 Tresury를 비롯한 금융 서비스 제품군은 금융 인프라를 건설하려는 스트라이프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예가 아닐까 합니다. 이 제품들의 핵심은 스트라이프의 고객보다는 (플랫폼)고객의 고객을 위함이라는 점이죠.


- Corporate Card  법인카드 서비스로 이 또한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하기에 결제 매출에 따라 자동적으로 한도가 상향되며, 스타트업과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리워드도 제공합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한 후 쌓인 데이터는 대출 심사에 이용되기도 합니다.


- Issuing  특수 목적의 가상의 혹은 실물 카드 발행 서비스로 미국에서 배달 플랫폼을 운영하는 Postmates는 배달 기사를 위한 카드를 제공하는데요. 배달 기사들은 이 카드를 이용해 고객들이 주문하는 아이템을 직접 구매하여 배달할 수 있습니다. 


- Capital  기업 대출 서비스로 대출 심사를 기존 고객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대출을 신청하면 바로 다음 날 대출 실행이 가능합니다. Payments를 통해 비즈니스의 매출을 확인하고 Corporate Card 서비스로 사업 운영 비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으니, 고객들의 비즈니스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대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죠. 더 중요한 사실은 이 서비스가 단순히 스트라이프의 클라이언트들을 위한 서비스만이 아니라 클라이언트의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이기도 한데요. 예를 들어 쇼피파이에서 물건을 파는 소규모 비즈니스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비즈니스에 투자할 자금이 부족해 성장에 한계를 느낀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쇼피파이 마켓플레이스를 이용하는 온라인 판매자들도 스트라이프의 대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요. 2020년 4분기 기준 쇼피파이 셀러 수가 거의 175만명이니 이러한 마켓플레이스나 플랫폼 기업 고객이 스트라이프의 성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 Treasury  서비스형 뱅킹(Banking-as-a-Service) API 솔루션으로 플랫폼 사업자 혹은 마켓플레이스의 고객인 소규모 기업(SMB)들에 은행계좌 개설 등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서비스형 뱅킹은 은행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핀테크 스타트업 등이 은행과 연계하여 새로운 뱅킹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죠. 예를 들어 핀테크 스타트업인 토스가 은행 인가받기 전 제공히던 간편 송금 및 대출 맞춤 추천, 재무관리 서비스 등도 서비스형 뱅킹에 속합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스트라이프 자체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클라이언트의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라는 점인데요. 즉 쇼피파이를 이용하는 소규모 사업자들은 은행을 직접적으로 통하지 않고도 쇼피파이 내에서 계좌를 개설하고 각종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앞서 설명드린 Captal과 뭔가 제품의 맥락이 비슷한 것 같죠?


비즈니스 운영(Business Operations)

비즈니스 운영 제품군은 다양한 자원을 갖추지 못해 회사 매출을 올리는데 어려움이 있는 소규모 기업들을 위해  그 외 업무들을 처리할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 Radar  금융 사기 및 리스크 매니지먼트 서비스로 스트라이프의 방대한 데이터와 머신 러닝을 이용해 금융 사기를 감지하거나 사전에 차단합니다. Juniper Research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물건을 파는 비즈니스가 흔히 당하는 Card-not-present(CNP) 사기는 2019년과 2023년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1300억달러 규모의 피해가 발생할 거라 예측했습니다. 문제는 소규모 비즈니스가 이러한 금융 사기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싸다는 것이죠. 하지만 Radar는 스크리닝 하는 거래당 5센트만 지불하면 됩니다.


- Atlas  전 세계의 스타트업 혹은 중/소규모 비즈니스가 미국에서 사업을 곧바로 시작하고 싶을 때 각종 서류 작업 등 행정 절차 및 비용을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로 단 20분 만에 법인 설립이 가능하며, 2주 안에 비즈니스를 시작하기 위한 작업이 완료됩니다. 해외로 진출하려는 온라인 사업자들로선 직접 발품을 팔 필요가 없으니 꼭 필요한 서비스죠. 또한 Atlas를 이용하면 스트라이프의 다른 제품 이용에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 Sigama  구글 애널리틱스의 스트라이프 버전으로 고객 인사이트 도출할 수 있는 고객 분석 툴입니다. 소규모 사업자들이 조금 더 쉽고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 Climate 모든 비즈니스에 ESG가 필수인 시대가 된 만큼 매출의 일부를 탄소 제거에 기부하는 서비스로 소비자들이 스트라이프의 간편 결제를 이용할 때 ESG 인증 뱃지를 볼 수 있도록 노출시킵니다(뒤에서 조금 더 자세히 다룰게요).


- Tax  세금 정산 서비스


- Identity  온라인 공인인증 서비스



이렇게 스트라이프의 제품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이 회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는지 대충 감이 잡히시나요? 전 세계 온라인 비즈니스를 위한 거대한 통합 플랫폼을 만들려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핀테크 시장 들여다 보기

팬데믹으로 인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이 돋보였습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물건을 온라인으로 주문하기 시작했고 넷플릭스가 최대 실적을 내는 등 디지털 기반 기업들의 실적이 좋으니 핀테크 기업들도 덩달아 좋을 수밖에요. 상장한 핀테크 기업들의 주가 흐름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요. 아래는 스트라이프가 36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던 지난 2020년 4월 16일을 기점으로  스퀘어(SQ), 페이팔(PYPL), *아디엔(ADYEY)을 비롯해 마켓플레이스인 아마존(AMZN)과 쇼피파이(SHOP)의 주가 흐름입니다. 

*아디엔(Adyen): 아디엔은 네덜란드의 글로벌 결제 서비스 회사로 스트라이프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와 가장 비슷한 경쟁사입니다.


(출처= Yahoo finance)

여기에 내용을 입력하세요핀테크 시장은 현재 모든 섹터에서 전방위적으로 혁신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2020년과 2021년을 뜨겁게 달궜던 주식시장의 중심에 있었던 로빈후드를 비롯하여 대표적인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상장, 비자(Visa)의 금융 서비스 API 스타트업인 플래드(Plaid) 인수 등 빅이벤트가 줄줄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요.


eMarketer에 따르면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은 4.3조달러에 달했으며, 스트라이프는 모든 커머스 시장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3%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요. 또한 글로벌 신용카드 결제 규모는 15조달러로 글로벌 GDP(140조달러) 대비 1/10 수준입니다. 나머지 90%는 현금으로 결제가 이뤄진다고 볼 수 있죠. 즉 이제야 걸음마를 뗀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테크크런치는 핀테크 분야에서 앞으로의  10년을 책임질 큰 트렌드 중 하나로 'Embedded fintech'로 꼽았습니다. 이는 스트라이프가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금융 인프라 구축과 맥을 같이합니다. 핀테크 기업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금융 서비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들과 파트너십을 맺은 후 이미 수많은 유저를 확보하고 있는 쇼피파이와 같은 플랫폼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서비스형 뱅킹(BaaS)을 제공하는 것이죠. 


(출처=CB Insights)


워렌버핏도 울고 갈 '존버'전략

투자에서 시간의 힘을 이용할 때 쓰는 용어가 있습니다. 투자한 시간을 말하는 '시간 지평(Time Horizon)'이라는 개념인데요. 이 개념을 가장 잘 활용하는 투자자를 꼽으라면, '10년 보유할 주식이 아니라면 10분도 보유하지 말라'는 워렌 버핏입니다. 기업 중에서는 아마존(Amazon)이 있죠. 패트릭 콜리슨은 2016년 한 인터뷰에서 제프 베조스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제프 베조스가 시간 지평을 경쟁우위로 삼아 지금껏 끈질기게 이용해왔던 방식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어요.



스트라이프가 시간의 힘을 이용하려는 면모는 타깃 고객, 제품, 글로벌 확장 이렇게 3가지 측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지금의 스트라이프 고객은 갓 시작한 스타트업에서부터 대기업까지 아우릅니다. 물론 처음 시작은 큰 기업들보다는 중/소규모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추었는데요. 당장은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 스트라이프가 성장하는 만큼 이들도 성장해 나가며 스트라이프에 대한 매출 기여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됩니다. 최근에 상장을 했거나 상장을 앞두고 있는 대형 스타트업인 펠로톤, 인스타카트, 도어대시 등이 바로 좋은 예시죠. 동시에 지금은 구글, 아마존, 쇼피파이와 같은 대기업 고객들까지 커버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의 중/소규모 기업을 타깃으로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어요. 또한 스트라이프의 주요 제품인 Payments를 이용하는 기업들은 다른 서비스들도 함께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고객의 94%가 2개 이상의 스트라이프 제품을 이용하고 있으며, 84%는 다른 국가에서 물건을 팔 때에도 스트라이프 결제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이는 아마존의 클라우스 비즈니스인 AWS의 전략과 매우 유사합니다. AWS 또한 사업 초반에는 스타트업을 주요 타깃으로 함께 성장하면서 동시에 대기업 시장으로 확장해 나간 케이스입니다. 



결국 스트라이프는 이러한 전략으로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s)를 만들려고 해요. 어떤 기업이 기가 막힌 제품을 만들어 돈을 많이 벌게 되면 분명 이를 저지하는 경쟁자들이 나타나게 마련이고 이들에 의해 이윤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요. 반면 경제적 해자를 지닌 기업은 성벽 주위로 도랑을 파 자신의 영역에 경쟁자들이 들어올 수 없도록 원천 차단함으로써 초과 이윤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아마존과 같이 따라 할 엄두조차 못 내는 넘사벽인 것이죠. 넘사벽이 되기 위해선 강력한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 경쟁우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헤지펀드 Strategy Capital의 매니징 파트너이자 쇼피파이, 넷플릭스 등 여러 테크 기업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해밀턴 헬머(Hamilton Helmer)는 <7 Powers>라는 책을 통해 기업이 영속적으로 가치를 만들어(enduringly valuable) 내는 넘사벽을 위한 7가지 파워(Powers)에 대해 이야기하는데요. 각각의 파워를 지닌 대표적인 기업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넷플릭스 �  규모의 경제(Scale economies) + 카운터 포지셔닝(Counter Positioning)

- 페이스북/링크드인 � 네트워크 경제(Network eoconomies)

- 오라클 � 전환 비용(Switching costs)

- 티파니 � 브랜드(Brand)

-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Brain Trust) 회의 방식 � 고유 자원(Concerned Resource)

- 토요타의 생산 시스템 � 프로세스 혁신(Process Power)


**7가지 파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궁금하시다면, 채수빈님의 블로그 <The Craft>의 '7 Powers: 전략의 본질'에서 인사이트 넘치는 글을 확인할 수 있어요.



재밌는 사실은 스트라이프는 7가지 파워 중 한두 가지가 아니라 7가지 모두 지닌다는 점이죠. 스트라이프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심지어 셀럽과 팬을 연결해주는 영상 플랫폼인 카메오(Cameo)의 공동 창업자 스티븐 갈라니스(Steven Galanis)는 스트라이프를 보고 "솔직히 자신이 아는 최고의 비즈니스다"라고 트윗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브랜딩, 진지하게 더 깊게

요즘은 브랜딩을 위해 콘텐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핀테크 업계도 예외는 아니죠. 하지만 대부분은 기업 블로그를 운영하거나 뉴스레터를 보내는데 그치는 반면 스트라이프가 접근하는 방식은 조금 다릅니다. 조금 더 진지함이 묻어난다고 할까요? 출판사를 운영하거나 앞으로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을 바꿀 ESG를 일일이 챙길 수 없는 비즈니스를 위해 탄소 제거 사업에 직접 뛰어들었습니다.


Stripe Press

는 경제와 테크 분야의 진보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출판사입니다. 인사이트가 넘치는 사상가(thinker)와 테크니션 작가들이 직접 집필한 책을 출간하며, 디자인, 일러스트, 종이 재질 등 책 한 권 만드는 데 상당한 공을 들입니다.


Increment

는 온/오프라인 매거진으로, '팀의 규모에 맞게 어떻게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가'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주로 스트라이프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이슈별로 다루는데 어떻게 보면 다른 기업들의 기업 블로그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블로그와는 질적으로나 진지함에 있어 완전히 다른 차별성을 보이고 있죠.


-Indie Hackers

는 스트라이프가 2017년에 인수한 커뮤니티로 벤처기업 커리어가 없는 독립적인 개발자들을 위한 커뮤니티입니다. 


-Stripe Climate

 스트라이프를 이용하는 기업들은 매출의 일부를 환경을 위한 활동에 간접적으로 기부할 수 있는데요. 이 자금으로 스트라이프는 탄소 제거를 위한 연구 프로젝트 및 펀드를 조성해 환경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환경 개선을 위한 활동을 할 때 보통 외부 기관에 기부하거나 위탁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스트라이프는 전문가들을 모아 직접 탄소 제거를 위한 활동에 나선다는 점이 눈여겨볼 만한 점입니다. Stripe Climate에 기부한 클라이언트들은 결제 창에 친환경 인증 뱃지가 붙어 결제하는 소비자들이 볼 수 있게끔 하고 있는데요. 일일이 ESG 트렌드를 챙길 수 없는 중/소규모 비즈니스들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NEXT 스트라이프: 거대한 경제 인프라를 향해  

지금껏 한 이야기를 정리해 보자면, 스트라이프는 궁극적으로 돈이 흐르는 길목에 인프라를 만들어 통행료를 걷고, 또한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을 도와주는 플랫폼을 만들려고 합니다. 금융 인프라를 넘어 경제 인프라(Economic Infrastructure)를 건설하려는 계획이죠. 그렇다고 스트라이프가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커버하는 시장이 큰 만큼 위협의 요소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거의 200개에 달하는 국가의 소비자들이 스트라이프를 통해 결제를 할 수는 있지만, 현재 사업자가 스트라이프 제품을 이용할 수 있는 국가는 44개에 지나지 않습니다. 반면 아디엔은 이미 200개 국가의 기업들이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죠. 이렇게 수많은 국가에서의 결제 시스템 구축을 커버할 수 있으니 우버, 마이크로소프트, 이베이, 스포티파이(Spotify)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에겐 스트라이프보다는 아디엔이 더 나은 선택지입니다. 또한 *업마켓(Upmarket)을 꽉 잡고 있는 업계 1위 페이팔이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며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는 점, 그리고 앞으로 점점 경쟁이 심해짐에 따라 수수료 마진이 줄어들 거라는 점 등이 있습니다. 보통의 기업이 고객이든 제품이든 하나에만 집중하여 해당 카테고리를 섭렵한 후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과 달리, 스트라이프의 경우 커버하는 제품 및 시장의 영역도, 기업 고객군도 너무 광범위해 집중력이 분산된다는 측면에서 위협의 요소로 꼽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퍼포먼스를 보면 모두에게 좋은 서비스는 누구에게도 좋지 않다는 말이 스트라이프에겐 그다지 해당되지 않은 듯 보이긴 합니다.

*업마켓: 더 높은 수익을 제공하는 시장


  

최근 몇 년 간 스트라이프는 글로벌 확장, 제품 혁신, 전략적 투자 유치에 집중해 왔는데요. 스트라이프의 미래는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더욱 쉽게 만들자(continually make it easier for businesses to sell around the world)"는  존 콜리슨의 말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도 이러한 플랜이 "심플해 보이면서도 상당히 복잡하고 어렵다(deceptively simple but actually extraordinarily complex)"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습니다.



스트라이프의 100조원이 넘는 기업가치의 적정 여부를 떠나서 그 미래가 밝아 보이는 이유는 앞으로 이커머스가 더욱 성장할 것이라는 점, 기존의 고객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새로이 유입되는 고객들에게도 스트라이프의 비즈니스 생태계는 상당히 매력적이라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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