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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와이룰즈 Mar 12. 2018

핀테크, 중국은 이미 미래에 와 있었다

북저널리즘 <차이나 핀테크> 서평 #2

핀테크. 많이 들어봐서 익숙한 단어이긴 하지만 단어가 풍기는 뉘앙스만 봐도 그리 간단한 분야가 아니라는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금융도 어려운데 여기에 테크까지 더해지니 그저 엄두조차 안 납니다. 북저널리즘에서 발간한 <차이나 핀테크>를 중심으로 핀테크에 대해 전반적 개념을 정리해 봤습니다. 쉬운 개념은 아니지만 최대한 쉽게 정리하려다 보니 글이 좀 길어졌어요. 얕은 깊이의 이 글을 통해 핀테크에 대한 얕은 감이나마 잡고 가시기 바랍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계기로 중국에 대한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되었고 핀테크에 대한 개념도 잡을 수 있었습니다.




FinTech.


이제서야 핀테크가 각광받는 이유를 흐릿하게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북저널리즘의 <차이나 핀테크>를 읽기 전까진 복잡한 금융쪽이라 애초에 건드려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죠. 그저 그쪽에서도 혁신이 일어나려나보다 하고 말았습니다. 우리나라 1호 인터넷 은행인 케이뱅크, 카카오 뱅크, 토스, 렌딧,8퍼센트 등 핀테크라는 이름으로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줄 어렴풋이 알고 있었죠. 그러나 불행하게도 제 예상과는 다르게 핀테크의 대표 주자인 토스의 간편 송금이나 P2P 대출, 각종 XX페이 앱의 간편 결제 서비스 등은 핀테크 혁신이라고 부르기엔 많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처이나 핀테크>, 구자근


저의 무지가 불러온 착각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기술적으로나 경영 능력의 측면에서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핀테크 혁신을 가로막는 것이 결국엔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한 '정부 규제'라는 걸 알게 되었죠. 그 뒷면에는 관행과 타성, 이해관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은 이제 우리가 넘보기 힘든 거대한 장벽이라는 걸 100페이지 조금 넘는 이 책을 통해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아직 경험해보지도 못한 혁신이 지금 현재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거든요.



개인정보가 유출되더라도 무덤덤한 저를 자주 목격합니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 그 피해가 피부로 당장 느껴지지 않아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저의 모든 정보와 돈을 빼돌릴 수 있는 세상입니다. 실제로 그런 경험은 없지만 마음 한켠에 누구나 그런 불안감은 가지고 있을거라 생각이 드네요.



신용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금융을 통제하는 시스템이 가진 부작용을 우리는 이미 수없이 경험했습니다. 이제 그들이 이야기하는  중앙집권화된 금융권의 신용(credit) 시스템은 신용(trust)을 잃은지 오래입니다. 그래서 탈중앙화(decentralizing)가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이 각광 받는 건 순간의 유행이 아니라 시대적 흐름이라는 생각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가상화폐 혹은 암호화폐에 비이상적인 투기에 열광하는 동안에 블록체인이 이야기하는 탈중앙화된 세상은 이미 중국인들의 일상적인 라이프스타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중국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중국에선 정말 현금이 필요없는가?


명동에 가 보신 분들은 아실겁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4~5년 전에도 명동역 지하철 입구 계단 벽면은 온통 알리페이 광고로 도배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 저는 중국인들이 많으니까 광고하겠거니 했었죠. 이미 그때부터 중국의 핀테크는 일상 속에으로 깊이 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블로그 글에선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알리페이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원성이 자자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다음의 가상 시나리오는 위챗WeChat을 만든 텐센트Tencent의 핀테크 사업이 얼마나 그들의 생활에 깊숙히 자리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출장 차 홍콩으로 떠나는 첸 씨는 비행시간에 맞추기 위해 *디디추싱 앱에 접속해 택시를 불렀다. 이동하는 택시 안에서 잠시 짬을 내어 *모멘트로 친구들과 일상을 교류했다. 러시아워에 걸려 아슬아슬하게 공항에 도착했지만 위챗으로 미리 홍콩 *통행증 수속을 밟아 둔 덕분에 무사히 출장길에 오를 수 있었다.

현지에 도착해 만난 바이어와 인사를 할 때는 명함을 주고 받는 대신 서로의 QR코드를 스캔해 *위챗에 친구 등록을 했다. 위챗을 이용하면 귀국 이후에도 업무 관련 연락을 하기가 편하다. 일정을 마치고 피곤해진 첸 씨는 호텔 방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하고, 위챗 *공중계정으로 식사를 배달시켰다. 식사를 하던 중 출장 준비로 정신이 없어 자녀에게 용돈을 주는 것과 아파트 공과금을 내는 것을 깜빡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식사를 하며 위챗 *송금 기능을 이용해 돈을 보냈다.  (56쪽)


이 시나리오에선 사실 현금 없는 사회 이상의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택시 호출 서비스인 디디추싱과 우리나라의 카카오 스토리 격인 모멘트, 식사를 배달한다거나 송금과 같은 부분들은 사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서비스들입니다.


하지만 '홍콩 통행증 수속'을 위챗으로 한다는 부분은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위챗이 여권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인데 위챗 자체가 신용을 보증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카카오톡으로 여권 혹은 주민등록증을 대신한다는 것인데 언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위챗으로 신용 평가를?


중국은 신용 카드가 거의 전무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았습니다. 그래서 금융 인프라가 매우 낙후되어 있었죠. 신용이 거래의 핵심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국은 무신용 사회였으니까요.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중국인들이 신용카드를 써야 신용 정보가 쌓여 이를 기반으로 대출도 해주고 각종 금융 서비스가 활기를 띠고 성장할텐데 신용카드 보급률이 고작 1인당 0.33개였으니 충분한 신용 정보가 쌓일 리 만무했죠.


만두를 만들어 팔려는데 속은 터무니 없이 부족하고, 그냥 만두를 빚어 팔기엔 너무 부실한 상태였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런 부실한 신용 정보 리스크를 감수하기엔 역부족이라 판단해 선택한 것이 바로 비금융 민간 기업의 탄탄한 인프라와 기술력과의 협력이었습니다.


중국은 핀테크를 육성해 낙후된 금융 시스템을 개선하고자 했다. 나아가 국유 은행이 관치금융의 보호막 아래 대형 기업 담보 대출에만 매달리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대대적인 금융 개혁을 실시했다. (12쪽)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자신들의 플랫폼을 이용해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로 모바일 결제를 유도했고 이렇게 남겨진 거래의 흔적들을 쌓아 분석해서 기업의 마케팅 솔루션 혹은 신용 평가 자료 등의 2차, 3차 자산을 만들어 내며 중앙집권화된 중국 금융 생태계를 해체시키고 새로운 신용 사회를 만들어 냅니다.


알리바바가 기존 금융업의 고유 영역이던 지급 결제 업무를 해체시켰다기보다는 전무했던 신용 사회를 창조했다고 볼 수 있다. (29쪽)




중국 핀테크의 혁신은 알리바바로부터 시작되었다


하늘 아래 어려운 장사가 없도록 하라.


핀테크 혁신의 근저에는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의 철학이 있었습니다. 그는 파레토 원칙을 통념처럼 받아들이는 기존의 신용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신금융은 그동안 소외되었던 80퍼센트를 지원해야 한다고 언급합니다. 알리바바가 세운 핀테크 생태계는 모두 중소상공인과 개인을 위한다는 점에서 알리바바의 철학과 모두 그 맥락을 같이합니다.


먼저 알리바바를 통해 중소상공인들이 장사를 훨씬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입점 업체의 자금 수혈을 위한 모세혈관이 되기 위해 중국의 주요 국유 은행과의 협력을 택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인터넷 소액 대출 상품인 알리론 Aliloan입니다.



핀테크 혁신은 바로 이 협력에서 시작된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가져다 주는 국유 기업들에만 의존하려는 관행에 젖은 기존 은행을 혁신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기술력을 가진 알리바바의 금융권 진출을 적극 밀어줍니다. 알리바바는 입점 업체들을 대상으로 알리론을 출시했습니다. 기존 은행의 신용 평가 방법으로는 대출을 받을 수 없었던 재무 구조가 취약한 영세 기업들이었지만 알리론을 통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협력을 했다지만 아무 신용도 없는 중소상인들에게 어떻게 돈을 빌려주느냐는 것이죠. 보통의 경우라면 신용 평가 기관이 평가한 자료를 토대로 대출 여부를 결정하겠지만, 알리바바는 입점 기업들의 거래 내역을 토대로 한도와 이율을 산정하면 은행은 이를 기반으로 대출을 해줍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너무 잘 아시겠지만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이나 신용평가사에서 개인 또는 기업의 신용을 평가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모든 신용 거래가 이루어지죠. 우리나라에서 가장 혁신적이라고 평가받는 간편 송금 앱 '토스'의 경우에도 앱 상에서 제공하는 신용 관리 페이지를 보면 그 사실을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소수의 금융권으로 극히 제한된 신용 평가 모델은 혁신을 가로막는 정부 규제의 가장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간편 송금 앱 '토스'의 신용 확인 페이지



알리페이 생태계

알리페이가 알리바바를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알리바바의 생태계를 운영하는 핵심적인 위치에 있습니다. 알리페이를 통해 두둑히 쌓인 거래 기록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자의 성향을 파악합니다. 이 정보는 다시 입점 업체에 제공함으로써 결제를 확산시켜 더욱 많은 거래가 일어나도록 하는 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죠.


 

모든 결제는 알리페이로 통한다. 초창기에는 타오바오 이용자 덕분에 알리페이가 성장했다면, 이제는 알리페이가 타오바오에 고객을 유입시킨다.
알리페이는 공급자와 소비자의 거랴 기록으로 생태계 운영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생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생태계에 남은 흔적들인 빅데이터는 온/오프라인 가맹점을 유인하며 또 한 번 알리페이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34쪽)



알리페이 생태계는 중국인들의 투자 대중화로 이끌어 내기도 했습니다. 알리페이는 모바일 결제를 위해 고객들이 알리페이에 예치한 자금을 활용해 투자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합니다. 이 예치금을 자산운용사에 맡겨 발생한 투자 수익을 이자처럼 돌려주는 방식입니다. 알리페이로 이용하지 않을 때는 자동으로 펀드에 투자 되고, 또 온라인 구매 시에는 현금처럼 사용할 수도 있죠. 그렇게 ‘위어바오’라는 서비스를 출시했고 고객들은 연평균 5-6퍼센트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투자 방식이 가능했던 것은 소비자들이 따로 준비할 것이 없다는 편리성에 있습니다. 그저 계좌에서 놀고 있는 자금을 투자한다는 점, 연수익률이 시중 금리보다 훨씬 높다는 점 등이 투자 대중화에 견인한 요소들입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펀드 투자 상품이 개발되고 투자 상품 추천 앱도 나오면서 신용 거래가 전무했던 중국인들은 몇 년새 투자가 일상화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의 상생과 협력

중국 정부와 기업의 협력은 사로 상호적인 관계였습니다. 기업 입장에선 정부의 적극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이러한 혁신을 이뤄내기는 거의 불가능 했을 정도이며, 역으로 중국 정부도 알리바바와 텐센트와 같은 기업이 없었다면 관련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한 예로 당국은 지하 경제와 위조지폐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있었죠. 그 어떤 노력에도 해결하기가 쉽지 않았고 심지어 ATM기에서도 위조지폐가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아마 중국인들 스스로도 그런 문제에 질렸었나 봅니다. 오프라인 모바일 결제가 가능해지자 위조지폐 문제를 바로 종식시켜 버렸으니까요.



마무리하며

그 동안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았지만 주로 실리콘 밸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중국의 무서운 성장을 피상적으로나마 지켜보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전히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남아 있었던 듯합니다. 이번 계기를 통해 그 생각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중국의 위력은 상상을 뛰어넘었습니다. 물론 너무 희망찬 내용으로만 채워져 있어 또 다른 면이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미래와 같은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국을 보며 가슴이 벅차기도 했습니다. 마치 SpaceX가 화성에 인류가 살 공간을 만들려는 미션을 이루기 위해 로켓을 발사할 때 느껴지는 그런 감동 말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그러한 미래에 동참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 하고 싶은 말이 많다보니 글이 살짝 울퉁불퉁하다는 느낌이네요. 이 글에선 중국의 핀테크에 대한 일부 내용만 포함되어 있을 뿐입니다. 책을 통해서 중국 핀테크 생태계에 대한 더욱 큰 그림을 머릿 속으로 그려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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