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저널리즘 서평 | <넥스트 플랫폼>, 송희경/프랭크 필러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면 이제는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로 자주 회자됩니다. <넥스트 플랫폼>도 4차 산업혁명에 관해 이야기하며 우리나라가 모색해야 할 방향에 대해 제언합니다. 사실 이 책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는 바람에 수박 겉을 햝은 느낌이랄까요. 많이 아쉬운 책입니다. 그렇지만 스스로 많은 질문거리를 던지게 끔 해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온라인 콘텐츠를 판매하는 퍼블리의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 - 뉴칼라 컨피덴셜>를 함께 읽으신다면 4차 산업혁명에 대해 개략적인 감은 잡을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수가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 하지만 이것이 과장된 거라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장 처음 언급된 것은 세계경제포럼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에 의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이 용어가 잘못 사용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책 <한계비용 제로 사회>로 유명한 경제학자이자 미래학자인 제레미 리프킨이죠. 누가 맞는 걸까요?
3차 산업혁명은 이제야 그 윤곽을 드러냈다.
그들이 정의하는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것은 독일입니다. 4차 산업혁명 이전에 이와 함께 사용되는 '인더스트리 4.0'이라는 용어도 있습니다. 이 둘의 관계를 따지자면 4차 산업혁명의 시작이 바로 '인더스트리 4.0'입니다. 미국 실리콘 밸리발 혁신에서 뒤쳐져 있던 독일이 앞으로의 산업을 리드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죠.
아헨 공대는 인더스트리 4.0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해 생산 인터넷(Internet of Production)을 구축하고 있다. (중략)생산 인터넷은 사물인터넷, 스마트 팩토리 등 기술 인프라를 기업의 의사 결정과 연결해 언제 어디서든 안전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사용하도록 보장한다. (22쪽)
여기서 말하는 생산 인터넷의 개념이 조금 생소한데 이를 공장에 빗대어 얘기해볼게요. 과거에는 생산 혹은 품질 관리자가 직접 공장에 가서 일일이 직원들과 대화를 나눠야 공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확인할 수가 있었죠. 제조업의 생산성을 끌어 올려준 *ERP 시스템을 사용하더라도 모든 것을 알기는 어렵습니다. 즉 현장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술 플랫폼과 기업의 의사 결정 시스템이 따로 분리되어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현장에서의 데이터를 의사결정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자원관리)란 기업 내 생산, 물류, 재무, 회계, 영업과 구매, 재고 등 경영 활동 프로세스들을 통합적으로 연계해 관리해 주며, 기업에서 발생하는 정보들을 서로 공유하고 새로운 정보의 생성과 빠른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 또는 전사적통합시스템을 말한다.
그러나 스마트 팩토리는 생산자와 관리자 사이에 상호작용이 원활해져 문제를 발견하거나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훨씬 수월해집니다. 딱 떠오르는 가장 적절한 예로 아마존의 물류창고나 테슬라 공장이 아닌가 합니다.
조금 더 일상 생활로 들어가 보면 독일의 Pacif-i라는업체에서 만드는 스마트 고무젖꼭지가 있습니다. 아이들의 체온 변화나 입 모양 움직임을 통해 스마트 폰으로 알람을 보내주는 등 아이의 상태를 미리 알 수 있습니다. 원래 이 스타트업에서 처음에는 어플을 개발할 생각이 없었는데 알람이 필요하다는 부모들의 피드백이 있었고 이를 반영해 개발하게 된 경우죠.
변화에 정확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생산 인터넷 덕분이었다. 기업은 제품을 사용하는 아이들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분석해 패턴을 파앙ㄱ했고,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 있게 되자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24쪽)
위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4차 산업혁명에서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가 바로 플랫폼입니다. 플랫폼을 중심으로 기업 내에서는 생산자와 관리자 사이의 소통이 원활해지고, 시장에서는 사용자와 생산자 사이의 소통이 활발해집니다. 이처럼 소통의 장벽이 사라지면서 떠오르는 생산 방식이 바로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mass customization)입니다. 과거의 규모의 경제에서는 불가능했던 대량 맞춤 생산이 가능해진 거죠.
많은 산업군에서 일어나는 혁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3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디지털 혁명이 이제 본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입니다. 그는 퍼블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역사를 바꾸는 세 가지는 통신, 에너지, 운송이다. 이 세 가지 변화 앞에서 인류의 활동은 효율적으로 변했다. 특히 통신 기술의 혁명이 새로운 에너지·교통 수단과 결합하면서 경제·사회·정부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영국에서 시작된 1차 산업혁명과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2차 산업혁명은 모두 통신, 에너지, 운송에서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2차 산업혁명은 2008년에 정점을 찍은 후 3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그 동안 발달해 온 인터넷은 이제서야 그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한 기반을 다진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통신의 측면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연결되었고, 신재생 에너지는 디지털화 과정을 통해 전기를 공급합니다. 운송의 측면에서는 사물 인터넷을 기반으로 자율주행 차량이 생겨났고, 더 나아가 사물 인터넷은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홈 등과 같이 기업의 생산 방식을 변화시키고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꿔놨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앙 집권화의 개념을 바꿔놓을 블록체인 기술에 의해 앞으로 사회/경제적인 변화를 예견하기도 합니다. 3차 산업혁명은 이제 시작인 겁니다. 그래서 좁은 의미의 혁신을 마치 4차 산업혁명이라며 과대 포장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건 사실입니다.
제레미 리프킨의 주장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물론 따지고 보면 관점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고 '3차이지 4차인지가 그리 중요한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현재 우리가 그 변화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이니까요.
커다란 흐름을 이야기하는 담론이기에 언뜻 와 닿지 않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는 관심 밖의 영역일 수도 있습니다. 개개인에게 적용하기엔 너무 먼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장 원시적 산업인 농업에서도 디지털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보면 결코 피할 수 없는 변화이며, 모두가 연결된 사회이기에 과거 그 어느 시기보다 체감 변화는 훨씬 클 수밖에 없습니다.
너 자신을 알라.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변화가 빠르고 미래 예측이 의미가 없어진 시대인만큼,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본질일 겁니다. 절대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질' 말입니다. 소크라테스가 살던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고 있는 시대지만, 그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 만큼은 인류가 멸종하기 전까지 절대 변하지 않을 본질일 것입니다. 'YOLO'가 극적인 사회 변화에 따른 반발심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을 고찰하고자 하는 현상 중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베이비부머 세대와는 다른 환경에서 자란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며 어떤 직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든 간에 스스로를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자만이 자신이 원하는 삶에 더욱 가까워지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