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x - 안성은
이번 글은 책 [Mix]의 문구에 대한 본인의 개인적인 생각을 담았습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300여 개의 낱말 카드에서 세 개를 무작위로 뽑아서 섞었다. 그러면 생각지도 못한 것이 나왔다.
섞는다는 것을 어렵게 생각할 뻔했는데 초반부터 쉽게 만들어 주었다. 아무 낱말을 뽑아서 섞다 보면 '섞기'능력이 향상될 것이다. 그렇게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한다.
오래된 것과 최신의 것, A급과 B급, 본캐와 부캐, 기술과 인간을 섞어라.
오래된 것끼리 섞는다거나, B급끼리만 섞는다는 것은 큰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정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들을 섞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부터 상상해 보자. 예를 들어 우리 아빠에게 '무신사 냄새'를 입힌다던지..
공감이 중요하다. 섞어서 다름을 만들되, 반드시 공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다름과 공감 이 두 가지를 만족해야 한다. 그러면 성공할 수 있다.
그러네. 아무리 내가 새로운 것을 섞었다고 해도,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구나. 사람들이 공감을 일으키는 보편적인 주재는 건강, 부자, 사랑, 재미이다. 줄여서 건부사재!
사람들은 탑독보다 언더독에 동질감을 느끼니까. 강자보다 약자를 응원하니까.
나는 UFC를 즐겨보는데 항상 느끼는 감정이다. 탑독이 이기는 것은 뻔한 스토리니까.
애플은 이를 잘 이용했다고 한다. 스스로를 언더독으로 느끼게 하려고 마이크로소프트에 탑독 이미지를 씌우고 이를 타파하는 느낌의 광고를 심었다.
소프트웨어가 '또라이'더라도 하드웨어는 단정하게 가는 게 길이라고 봤어요.- 싸이
A급과 B급이 섞여서 성공적인 브랜드가 된 사례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다. 나는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싸이는 정갈한 턱시도에 뾰족한 구두를 신고 우스꽝스러운 말춤을 췄다. 그 부조화를 섞으니 매력이 폭발했다. 주변에서도 이런 사례를 볼 수 있다. 잘생긴 사람이 촐랑거리는 성격이라면 반전 매력이라며 인기가 많다. 그냥 잘생겨서 그런가..
슈프림 도끼, 해골, 야전삽, 해머, 계산기, 소화기...
가장 트렌디한 섞기 장인은 '슈프림'이다. 정말 쓸데없는 소품들도 Supreme 로고만 붙으면 리셀가가 폭주한다. 이상한 것은 나도 보고 있으면 사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온다. 그 이유를 이해하기보단, 최고의 참고자료임을 인정하고 따라 해보자. 감사하다.
상식을 깨뜨리는 가장 좋은 방식도 '섞는'것이다. 먼저 모두가 당연하다고 믿는 '상식'을 발견해야 한다.
섞어서 새로우려면 상식과 반대되어야 한다. 만약 "설탕을 먹으면 살이 빠진다"는 말을 증명한다면 엄청난 관심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의 상식과 정반대 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 최대한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섞어보자.
편의점을 옷가게로 만든다. 화장품 매장과 정육점을 섞는다.
애플은 항상 기술보다 인간을 앞세웠다.
서류 봉투, 청바지, 연필.. 최첨단 애플 제품이 투박한 아날로그 아이템과 함께 등장했다.
기술과 인간을 섞기. 이것이 스티브 잡스가 그토록 강조한 '다르게 생각하기'의 핵심이었다.
기술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미'를 느끼고 싶어 한다. 그래서 로봇이 커피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아직 바리스타의 커피를 더 높게 쳐주는 것 아닐까? 애플이 최신 기기를 서류 봉투에서 꺼내거나 연필 뒤로 가린 것 등 아날로그 한 포장을 생각해 보자.
파타고니아는 이 시대 브랜드가 사랑받기 위해선 공공의 이익을 기업의 수익보다 앞서 추구해야 함을 보여준다.
현실감 없을 만큼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 브랜드가 파타고니아 아닐까. 회사가 아무리 환경을 생각한다고 외쳐도 결국 이득을 취하기 위한 행위 중 하나라고 생각할 텐데, '이 재킷을 사지 마시오' 마케팅이나 회장이 지분 100%를 기부한 것을 보면 파타고니아는 정말 진심이었다. 내가 만들 브랜드의 목표를 다시 생각해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추구하는 '공공의 이익'은 무엇인가.
더치 브로스의 메인 제품은 사랑입니다. 저는 사랑이 제품인 회사를 더치 브로스 외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테이크아웃 서비스만 제공하니 운영 면에서도 효율적이었다. 매장 안에 고객이 앉을 테이블을 둘 필요가 없었고, 소수의 직원만 두면 되니 매장 운영비도 아낄 수 있었다.
회사의 메인 제품이 '사랑'이라고 한다. 더치 브로스는 미국의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인데, 앞으로 스타벅스의 대항마로 점쳐지고 있다(아직 규모는 새발의 피이지만). 파타고니아의 사례와 더불어서 내가 판매해야 할 제품도 물질적인 것이 아닌 추상적인 형태가 되어야 할까? 사람들이 원하는 '건부사재' 중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을 생각해 보자.
곰표 베이커리 하우스, 패딩, 핸드크림, 팝콘, 치약...
B급 놀이공원을 만들어 수많은 '배짱이(배달의민족 팬을 지칭하는 용어)'가 뛰어놀게 했다.
한 때 곰표 맥주가 출시되어 품절 대란이 있었다. 그 이후로 많은 회사에서 우후죽순 콜라보 제품을 선보였다. 그러나 곰표는 무작위 한 콜라보가 아닌 밀가루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깨끗한' 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지금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콜라보 장인 슈프림을 잘 따라간 사례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스낵&식사 마케팅
4.8만 개. 인스타그램에서 피드가 가장 많은 계정은 NBA가 아닐까? SNS에서는 짧고 임팩트 있는 영상을 만들어서 무료로 푼다. 이건 '스낵'이다. 그리고 그 스택을 맛있게 먹은 사람이 NBA 홈페이지에서 중계권을 결제하거나 ESPN으로 생중계를 시청하도록 유도한다. 이건 '식사'다. 클래식한 것도 아이코닉한 것도 다 좋지만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 수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2년 동안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내 계정의 게시물은 고작 300개이다. '너무 많이 올리면 기존 사람들이 싫어하진 않을까?'라는 걱정에 자주 안 올리기도 했다. 근데 그건 핑계였다. 어떤 콘텐츠를 좋아할지도 모르면서 귀찮아서 미룬 것뿐이다. 무조건 많은 양으로 승부를 보자. 그러면 터질 확률도 인위적으로 높일 수 있다. 요즘 유튜브에 쇼츠 영상을 자주 올리고 있다. 기존에 만들었던 풀영상에서 자르기만 하면 된다. 조회수는 평균 1,000을 넘고 있고 일주일 만에 57명의 구독자를 만드는 효과를 봤다.
앤디 워홀의 대표작 '캠벨 수프 통조림'은 무엇보다 수십 년간 앤디 워홀의 점심 메뉴에서 빠진 적이 없는 음식이었다. 모두에게 친숙한 아이템을 딱 3%만 바꿔 훨씬 더 비싼 가격에 내놓았다.
인스타그램을 보다 보면 나이키의 에어포스1을 해체시켜서 가방을 만든다던가, 리바이스 청바지로 의자를 만드는 등 스테디셀러인 제품들로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계정들이 바이럴을 탄다.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것을 찾아보자. 그리고 그것으로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예티는 단순히 예쁜 컬러가 아닌 특별한 사연이 있는 컬러를 발굴했다. (킹크랩 오렌지, 와인 레드 등)
[예티의 타깃 : 나는 도시에 살지만 아웃도어 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 나는 예티의 진가를 알아볼 만큼 세련된 취향을 지닌 사람, 나는 예티를 구입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도 갖춘 사람]
무엇이든 이유가 없으면 안 된다.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모르는 상태로 따라가기만 한다면 가랑이가 찢어질 것이 분명하다. 색상, 사이즈, 구성품을 생각할 때도 이유를 연결시키자.
제가 영화를 만들 때 생각하는 관객은 한 사람입니다. 저 자신입니다. 그리고 제가 어떤 영화를 보고 싶은지 잘 알고 있습니다. - 쿠엔틴 타란티노
예전에는 '덕후'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쓰였다. 덥수룩한 머리에 방은 쓰레기로 가득 찬 이미지였다. 그러나 '요즘 덕후'는 다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끝까지 파고들고 전문가보다 더 전문가가 되는 그런 사람들이다. 덕후가 만드는 창조물은 디테일에서 차이가 난다. 덕후들은 어떤 재질이 어떤 역할을 해야 어울리는지 알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가 있다면 덕후가 되어서 '나'부터 만족시켜 보자.
'훔치는 건'다른 이들의 아이디어를 가져다가 섞는 것이다. 단, 티가 나지 않게.
"나는 발명할 때 나 이전의 마지막 사람이 멈추고 남겨놓은 것에서 출발한다" - 토머스 에디슨
신이 아닌 이상 완전히 새로운 물질을 만들 수 없다. 어차피 지금 나오는 신제품은 모두 이미 만들어진 것들로 조합된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인기가 많은 제품들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쉽게 카피할 수 있다. 단, 티 나지 않게.
세일즈를 잘한다는 건 디자인을 잘한다는 뜻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억하라. 당신은 세일즈맨이며 디자이너다.
이제 디자이너는 '보기 좋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팔리게 만드는 사람이다. 즉 보기 좋아야 팔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요즘 내가 가장 관심 있게 보는 것은 '예쁜 쓰레기들'이다. 보기는 좋지만 비싸서 망설이게 되는 그런 제품들이다. 그럼에도 선물용이나 자기만족으로 잘 판매되고 있다. 가성비보다는 가심비를 챙겨야 하는 때이다. 이제는 어떤 제품을 쓰느냐가 그 사람의 이미지를 결정한다.
사람들은 인스타그래머블한 사진을 찍기 위해서 방문한다. 지금은 먹거리가 하나의 패션이 된 시대니까. 내가 무엇을 먹는지가 나의 정체성이 되니까. (미국 우편회사의 박스 느낌으로 디자인한 클랩피자의 포장 박스)
"손님이 식당에서 순수하게 입으로 느끼는 맛은 30% 정도다. 나머지 70%는 시각, 후각 등에서 결정 난다."
무엇을 먹는지도 그 사람의 이미지를 만들어 줄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이 디자인이다. 스스로를 디자인하는 툴은 인스타그램이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으로면 표현할 수 있으니 얼마나 디자인적인가. 커뮤니티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매우 강력한 무기가 있는 것으로 든든하다.
- SNS 3개 운영하는 법
옷을 만드는 데 영감을 주는 1990년대 이미지를 '스포티&리치' 계정에 올린다.
에르메스, 샤넬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와 스포티&리치를 믹스매치한 착샷은 '개인 계정'에 올린다.
젊은 층이 꼭 알아야 할 건강 상식을 세련되게 풀어서 '스포티&리치 웰니스 클럽'에 올린다.
요즘은 인스타그램도 3개는 운영해야 한다. 각각 따로 키우는 것보다 서로 연결시키면 효과가 증대된다. 공식, 캐주얼 그리고 공유하는 계정을 만들자. 내가 추구하는 것은 '재미'다.
제약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팔레트 크기가 제약적이기 때문에 화가는 그 안에 맞추어 표현하게 된다고 한다. 나에게 제약은 '시간'이다. 이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위해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한다. 자유를 위해서 스스로 제약을 만든다.
블랙핑크의 팬들은 이들이 한국 그룹이라서가 아니라 노래와 퍼포먼스가 훌륭하기에 열광한다.
판소리와 신스팝을 섞고, 한복과 드레스를 섞는다. 섞는 게 다가 아니라 '수준'을 높여야 한다.
봉준호 감독이 한 말이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나는 이 말을 잘못 이해했다. 무조건 한국적인 것만 보여주면 외국인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경기도 오산이었다. 문제는 '수준'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한국'이라는 생소한 것을 섞으면 세계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가 탄생하는 것이다.
모든 이에게 익숙한 이미지를 찾아낸다(70대 할아버지 배우). 그 이미지와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것을 섞는다(배낭여행). 그렇게 익숙하지만 낯선 새로움을 탄생시킨다. - 꽃보다 할배
나영석 PD가 손을 대면 모두 대박을 터뜨린다. 그도 섞기의 대가였다. 또 다른 예로는 '박막례 할머니'가 있다.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 요즘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든다면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무언가를 카피하더라도 극단적으로 디테일을 추구하다 보면 그 안에서의 경험은 진짜 경험이 됩니다. 이것이 '공감 주술'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복사'하는 것은 범죄다. 카피도 기술적으로 해야 한다. 디테일의 이유까지 따라 해야 한다. 그냥 그것을 만든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아무도 모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