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을 설득한 편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형님께
제목에서 보셨듯이 저는 퇴사를 결정했습니다.
말로 하게 되면 정리가 안돼서 어린아이가 떼쓰듯 목소리만 커지더군요.
그래서 저의 결정 이유와 현재 상황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글로써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나는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고 싶습니다. 많은 지원과 부족함 없는 환경에서 자라게 해 주셔서 지금까지도 잘 살아왔습니다. 그럼에도 내 인생은 앞으로도 60년 이상 남았습니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에 대해 수많은 고민 결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첫 번째 단계가 퇴사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은 세 가지입니다. 걱정 없는 경제력, 시간의 자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 지금 회사를 다니고 있으니 이 세 가지가 모두 충족이 안됩니다. 평소 말씀하시듯 평생 월급으로 집 한 채 사기도 어려우니 월 300만 원을 버나 안 버나 경제력은 똑같습니다. 반면 회사를 다니지 않으면 경제력은 더 떨어지겠지만 나머지 두 가지는 월등히 상승합니다. 오로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하루에도 12시간 이상씩 가져갈 수 있고, 몸이 자유로우니 가족도 챙길 수 있습니다. 설거지를 할 수도 있고 핸드폰을 고쳐줄 수도 있죠. 세 가지 중 두 가지를 먼저 만족시키는 것이 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단지 우선순위를 바꾸는 겁니다. 해결되지도 않는 돈의 노예로 살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은퇴하고 취업을 하셨듯, 저도 돈은 나중에도 벌 수 있습니다. 부모님의 남은 생을 생각해 보면 나중에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없습니다.
저는 갑자기 돌연 바뀐 것이 아니고 지금까지 키워주시고 살아온 배경이 나를 이런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 대학교에서 수석을 차지했을 때 "작은 성취를 여러 번 경험하면 자기 확신이 생깁니다"
아시다시피 고등학교 때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인문계 이과를 다니면서도 물리와 수학을 못해서 일명 물포자 수포자였죠. 그래서 점수를 맞춰서 대학에 갔습니다. 원하는 과도 아니었고 큰 뜻도 없었지만 그냥 다녔습니다. 1학년 때 시험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았습니다. 근데 수석을 차지하고 장학금을 받게 되었지요. 그때부터 작은 성취를 이루면서 다음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서울대는 아니었지만 그 무리에서 인정을 받고 자신감이 많이 올랐습니다.
- 처음 유럽여행을 다녀왔던 것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군대를 다녀오고 어머니가 모아주신 돈으로 한 달간 유럽여행을 다녀왔죠. 그때는 지금처럼 보편화되지 않았던 터라 하나하나 계획을 짜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일단 출발. 여행은 나의 계획대로 완벽하게 흘러가지 않았고 추운 날이어서 볼거리도 적었습니다. 벌써 1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머릿속에는 독일에서 나를 재워준 노부부, 체코에서 마신 맥주의 향, 스위스에서 탄 개썰매 등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어딜 가나 좋은 안주거리가 됩니다. 이렇게 나만 겪었던 경험은 재미있는 스토리가 됩니다. 넓은 세상을 보는 눈을 뜨게 해 준 어머니께 감사합니다. 최근 5년 동안 웅크리고 있었다면 다시 한번 도약을 해보려고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젊은 시절로 돌아가라고 하면 몇억을 주고라도 간다고 하죠. 근데 저는 그때의 마인드로 돌아간다면 안 가겠습니다. 어릴 때는 깨닫지 못했던 지금 나의 생각이나 행동이 옳다고 느끼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맨날 상상만 하던 퇴사라는 것을 행동에 옮기려고 합니다. 끝까지 파고들면 반드시 할 수 있다는 나의 의지를 꺾이고 싶지 않습니다.
-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경험한 것 "운은 준비된 자에게 오는 법이다"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고 기술도 없이 해외로 갔습니다. 지금 퇴사하는 것보다 더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 나는 던져진 것이었지요. 근데 저는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하면 항상 이때를 떠올립니다. 적응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거나 제대로 임금도 받지 못하고 한인식당에서 고생한 친구들도 많은 반면 저는 어디서나 자랑하고 다닐 정도로 호주에서 잘 지내고 왔습니다. 시급도 당시 2만 원씩 받았고 처음에는 접시만 주야장천 닦았지만 성실함을 인정받아 멜버른 최대 관광지인 야라강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유일한 동양인 홀 스텝으로 일했습니다. 돈이 부족하면 투잡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외국인 친구도 많이 만들었고 원하는 소비도 하며 그때만큼 행복했던 기억이 없습니다. 어쩌면 운이 좋아서 뽑힌 것도 맞습니다. 그 이후 내가 성실하지 않았다면 금방 일자리를 잃었을 것이고 운은 이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인간의 적응력은 생각보다 강력합니다. 길러주신 아들의 적응력은 더 대단합니다. 일주일이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자기만의 편안한 방식을 찾아냅니다. 아무것도 없이 건너간 외국에서도 살아남았습니다. 가족도 친구도 다 있는 지금 나만 노력한다면 성과를 못 이루는 게 더 이상합니다.
-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여행했던 것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정보화 세상"
호주 워킹홀레데이를 마치고 귀국하면서 원래는 미국 여행을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비용 때문에 계획은 무산되었고 한국으로 돌아왔지요. 어느 날 문득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여행하는 영상을 보면서 무작정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취업준비를 앞두고 바로 계획을 잡았고 친구들도 합류하게 되었죠. 춥고 핸드폰도 안 터지고 위험한 상황도 많았습니다. 돈을 도둑맞았고, 무서워서 샤워를 할 때면 서로 망을 봐주고, 언어도 안 통해서 택시 사기도 당하고..그런데 그렇게 힘들었던 여행을 지나고 보니 문득 깨달은 게 있습니다. 나는 이렇게 이야깃거리가 많은 여행을 사랑하는구나. 그리고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평소에 마주하시는 미디어만 봐도 아실 겁니다. 세상이 여행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돌이켜 보면 회사 이력서에 여행 이야기를 많이 썼습니다. 면접 때도 관련해서 물어보더군요. 언제나 세상은 방랑자에 주목합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오직 주변의 인물들로 일반화시켜서 대부분 순응하며 산다고 판단하지 않겠습니다.
- 봉준호 감독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 5년 동안 회사에서 인정받은 것 "처음에는 다 못한다"
2017년 3월에 입사 지원했고 7월에 인턴 2018년 1월에 정식 입사했습니다. 엄마는 나한테 그랬지 내가 취업 못할까 봐 걱정했다고. 내가 실력이 좋아서는 아니었고 인천공장이라는 기회가 나한테 맞았기 때문에 내가 뽑혔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원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따라가다 보니 나는 올해 평가 S를 받고 사장상도 받고 성과급도 많이 받았습니다. 처음부터 잘하지 않았지만 열심히 하니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회사에서의 운은 이제 떨어질 겁니다. S를 연속으로 주지 않을 것이고 요구사항만 더 많아지겠지요. 식품을 제조하는 회사 입장에서 세계 곡물가가 급속도로 상승하는 것 또한 악재 중 악재입니다. 해결할 수도 없는 이 상황에 노력해야 하는 시간이 너무나도 아깝고 내가 지금 퇴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내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게 되면 처음부터 잘하지 못하겠지요. 그러나 좋아하는 일이라면 더 열심히 노력할 것이고 시간이 쌓이면 좋은 결과가 따라옵니다.
내가 퇴사를 해서 잃는 것과 얻는 것
- 잃는 것 : 고정적인 월 300만 원, 진급기회, 사무실 공간, 복지(의료비, 숙박시설, 경조사비, 추석선물, 상품권 등)
- 얻는 것 : 고정적인 교통비 월 25만 원, 출퇴근 3시간, 업무 11시간, 관심 없는 일에 소비하는 에너지 낭비 x,
* 그래서 나는 앞으로 무얼 할 것인가?
- 내가 잘하는 것 : 심사 대응, 마케팅, 영상편집, 경청, 침착, 꾸준함
- 내가 이룬 것 : 유튜브 구독자 344명, 인스타그램 팔로우 2,430명, 크몽 전자책 판매 4건, 쿠팡/네이버 스토어 매출 월 50만 원, 제로그램 의류 협찬, 경기도 콘텐츠 크리에이터 교육 수료, 독서(카네기의 자기 관리론, 웰씽킹, 페스트라인, 덕업일치 가이드북, 럭키드로우, 타이탄의 도구들, 부의 추월차선 등 다수)
- 내가 좋아하는 것 : 여행, 캠핑, 독서, 운동, 자기 계발
- 세상이 원하는 것 : 건강, 부자, 사랑, 재미
-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것 : 제로그램 촬영 스튜디오, 영상편집 전문가 친구, 연락이 닿는 외국인 친구
앞으로 잘해야 하는 것 : 여행 다니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생각 나누기(국내외), 전부 기록하기(글, 사진, 영상 모두), 팬 모으기, 관련된 책 모두 읽기
지금 세상이 사업을 시작하는 순서는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일단 치킨집을 내고 마케팅을 해서 사람들을 모아 판매했다면 이제는 팬을 먼저 모으고 팬들이 어떤 치킨을 좋아하는지 의견을 듣습니다. 그리고 어디에 내 팬이 많은지 장소를 정해서 개업을 합니다. 팬은 저절로 마케팅을 불러일으키고 의견을 항상 반영하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은 현저히 낮아집니다.
팬을 모으기 위해서는 글을 잘 써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습이 많이 필요합니다. 연습은 블로그로 할 것입니다. 하루에 1 게시글을 작성하겠습니다. 팬을 1,000명 모으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나에게 5,000원씩만 수익을 줘도 500만 원입니다. 현재 운영하는 유튜브 <캠핑스퀘어>로 구독자 344명을 모았습니다. 저의 첫 번째 목표는 유튜브 구독자 1천 명을 만드는 것입니다. 1천 명이 모이면 유튜브에서도 조회수로 수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작년 말부터 시작한 인스타그램 <campingandstyle>은 팔로우가 2,430명을 입니다. 실제로 팔로우 2천 명으로 광고를 받는 계정들도 많으나 저는 팬을 더 모으는데 집중하고 1만 명의 팔로우를 만들어 고가의 광고를 제안할 생각입니다. 실제로 유튜브는 최근 6개월에 300명, 인스타그램은 한 달에 1 천명씩 늘리고 있으므로 이 계획은 22년 12월까지 가능합니다.
- 333 전략 : 3시간씩 3개월이면 작은 성취를 할 수 있고, 3년이 지속되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실제로 퇴근하고 3시간도 안 되는 시간을 투자하여 3개월 만에 쿠팡 수익을 냈습니다. 이제는 하루 3시간이 아닌 9시간 이상을 집중할 수 있으니 3배가 빨리진 것이지요. 그래서 1년 시점인 12월에 첫 번째 목표를 이룰 수 있습니다.
* 하면 안 되는 것 : 정신을 흩트려 뜨리는 음주, 야금야금 삶을 갉아먹는 유희, 시간을 빼앗는 파티
- 나의 목표
6개월 뒤 - 유튜브 1천, 인스타그램 1만
1년 뒤 - 책 출간
3년 뒤 - MCN 설립(다른 크리에이터 지원사업)
5년 뒤 - 게스트하우스 (위치 미정)
일단 6개월 단위로 목표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계획이 아닌 기회를 따라가자"
3년 뒤, 5년 뒤의 큰 목표는 상황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계획보다는 기회에 따라가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큰 목표는 단지 작은 목표를 만들기 위해 설정하는 것뿐입니다. 작은 목표들을 하나하나 달성할수록 큰 목표는 조금씩 수정되면서 뚜렷해질 것입니다. 불안해하시는 마음을 알기 때문에 한 달 간격으로 현재 진행상황 공유를 공유할 것입니다.
이번 생일이 마지막 기회인 이유
2022년 12월까지 예상한 계획에 한참 못 미쳤을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한 게 있습니다. 만 30세까지 갈 수 있는 워킹홀리데이를 다시 갈 겁니다. 영어를 사용하는 뉴질랜드 또는 캐나다를 갈 겁니다. 이건 최후의 수단입니다.
부모님이 걱정하시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를 살다 보니 원하는 정보는 어디서든 찾을 수 있고 물건은 손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기술보다 차별화된 스토리를 가진 브랜드가 더 힘이 있는 세상입니다. 그래서 대체할 수 없는 나 자신의 고유한 매력을 높이는 시간에 집중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세종 집 처리겠지요. 우선 올해 전세자를 한번 더 받아서 2년 더 기다리는 것으로 해주십시오. 그때쯤 되면 저도 무얼 해야 하는지 선택해야 하는 때가 다시 올 겁니다. 상황이 좋아지면 제 능력을 합쳐서 들어가는 것이고, 상황이 안 좋으면 세금을 내고 팔아주십시오. 그 세금만큼 저에게 도움 주지 않는겠다는 것으로, 그러면 최소한 금전적 손해는 안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왜 퇴사를 하는가? - 그만두어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만두는 것은 포기가 아니라 다음으로 넘어간다는 뜻입니다.
불안하지 않은가? - 저도 불안합니다.
당장 수익이 없을까 두렵습니다. 그런데 불안감도 자주 마주하면 익숙해집니다.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사람은 꿈을 먹고 삽니다. 주식도 기대치에 올라가고 실현되었을 때는 떨어집니다. 지금 나의 기대치에 배팅하고 있습니다.
내가 20대가 아니기 때문에 늦었다고 생각하신다면 혹은 잡히지도 않는 꿈에 도전한다고 생각하신다면, 오히려 내가 40대가 아니기에 빠른 것이고, 대통령에 도전하지 않는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생각이 우리를 만듭니다.
원하지 않는 대학에 붙었지만 놀지 못할까 봐 재수를 하지 않았고, 우연히 취업이 되어서 다른 도전은 생각지도 않았습니다. 회사를 다니는 5년 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이직 준비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간절함이 없이 살았습니다. 쉬운 길만 다녔죠. 하고 싶은 것도 없었고 딱히 잘하는 것도 없었죠. 근데 지금은 하고 싶은 것도 잘하는 것도 생겼습니다. 인생을 변화시키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그래서 더욱 이번 기회를 날리고 싶지 않습니다. 선택 자체에는 옳고 그름이 없습니다. 선택 이후 어떻게 행동했는가가 좋았던 선택인가, 안 좋았던 선택인가를 판가름합니다. 저의 어떤 선택이든 옳은 길을 가고 있다면 좋은 선택이라고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만들면 되니까요. 내가 나를 믿으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습니다. 부디 나의 믿음이 무너지지 않도록 부정적인 생각일랑 하지 마시고 긍정적으로 바라봐 주시 바랍니다.
사랑하는 아들 고일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