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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스쿨 윤정현 May 07. 2024

지식인과 철인의 사명

지식은 의미를 잉태할 때만 철인을 낳는다


자연은 그대로 있음이다.

이 있음에는 원리가 숨어 있다.


그 원리를 찾아내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특히 지식인의 몫이다.


평범한 사람이나

생계의 삶에 지친 사람들이

그걸 연구할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지식인은 자연의 규칙을 찾아내어

'그것이 그것이다!'라고 알려 줄 의무가 있다.

그것이 지식인의 삶이기 때문이다.


자연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심리나 사회 현상

삶의 가치나 의미

더 나은 미래지향적인 삶 등


그것이 무엇이며

그것이 왜 일어나며

어떻게 해야 올바로 대처할 수 있고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는지

그 길과 방향을 보편타당한 논리로 전달하여야 한다.


타인이 선택하고 안 하고

듣고 안 듣는 것은 그들의 선택이다.


원시인은 그것이 그것인지 모른다.

먹을 것만 안다.


고대인은 그것이 그것인가 아닌가 의문을 가졌다.

중세인은 그것이 그것임을 많은 이론으로 남겼다.

현대인은 그것이 그것이라는 것이 너무 많다.


그것이 그것임을 논리적으로 설명함에

첫 번째는 명제화다.

이는 어떤 문제에 대해 '그것은 그것이다'라고

보편타당한 논리로 설명한 문장을 말한다.

보통 참과 거짓의 기준이 된다.

예를 들면 '사자는 동물이다.'라는 문장이다.


두 번째는 개념화이다.

어떤 사건이나 현상을 통해 의미 있는 연결성의

성질이나 특징을 뽑아낸 추상적인 관념이다.

'그것은 그렇게 보아야 한다.'라는 개념이다.

'민주적 시민이 되려면 시민의식이 높아야 한다.'거나

'사회생활을 하지 않아 돈에 대한 개념이 없다.' 등이다.


세 번째는 이론화다.

많은 현상이나 사건의 조사, 실험, 분석, 통계를 통하여

'그것을 그렇게 보는 것은 그것이 맞다.'라는 논리다.

이론은 이치나 현상의 주관적 형태를

논리적 객관화로 표현한 명제의 체계이며

개념적 표현의 최고 형태다.

논문의 근거가 되며, 프로이의 정신분석이론,

뉴턴의 관성의 법칙,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들 수 있다.


네 번째는 학문화이다.

이제 개인의 영역을 넘어선 이론의 마지막 단계다.

하나의 완성된 체계화된 지식은 수많은 사람과 단체의 검증을 거친다.

'그것을 그렇게 보는 것은 그것이 맞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그것을 배우면 유익하고, 미래 사회가 발전할 것이다.'

이것이 검증이 되면 대학이나 국가적 차원에서 도입한다.

그것은 인류에게 유익하기 때문이다.


과학, 철학, 수학, 심리학, 역사학, 문학, 교육학 등의 학문이

검증과 논리적 체계화를 거쳐 탄생한 학문이다.

자신이 알고 싶은 분야를 선택해서 배운다.


학문은 상위 논리의 집대성이다.

기술이나 삶은 그 학문을 증명하는 하위 논리의 방법론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학문을 탄생시키는 기초다.


이론까지는 수많은 개개인이

수많은 실패와 좌절, 고민과 사색, 실험과 검증을 통해

만들어진 최고의 성공적 작품이자 역작이다.

여러 세대에 걸쳐 완성될지라도 그것은 결국

한 사람의 마무리를 통하여 완결된다.


하지만 학문화는 그렇지 않다.

대부분 여러 사람과 여러 단체, 또는 여러 세대에 걸쳐 결정된다.

학문이란 그만큼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렇다.

잘 되면 엄청난 유익을 주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재앙이 되기 때문이다.


페니실린의 발견은 항생제에 일대 혁명을 가져온 생물학의 위대한 진보였다.

인류는 그만큼 건강과 생명의 연장을 보장받았다.

백인 우월주의와 아리안족 우월주의는 인류학을 어마어마하게 후퇴시켰다.

이처럼 민족과 국가, 종교와 연구단체에 의해 학문은 이롭기도 하지만

엉뚱하게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여기까지가 이론을 학문으로 완성하는 지식인의 사명이다.


학문을 실천화시키는 단계는 지식인의 사명이 아니다.

거기는 철인이나 군자, 성인의 사명이다.

한마디로 지식인은 말로 먹고사는 계층이다.

그걸 연구하는 시간적, 정신적, 경제적 비용만도 부족하다.

그걸 넘어서 실천적 삶으로까지 승화시키기에는 에너지가 부족하다.

하지만 지식인이 철인이 되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철인들이 지식인의 과정을 통해 넘어선 자들이다.

다만 지식이라는 한계를 규명하기 위한 설정일 뿐이다.


철인은 실천을 통한 깨달음의 길이다.

지식인이 만든 교본 또는 경전을 따라 실천화의 길을 통해 증명한다.

철인의 삶을 제자들이 기록으로 남긴 것 또한 지식의 기록이다.

붓다도 많은 가르침과 수행을 하였고, 결국 자신만의 길을 발견하였다.

예수 또한 30세까지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해 배움과 수행의 시간을 보냈다.


지식인은 이쪽으로 가라고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적 존재이며,

철인은 그 방향을 따라 삶을 통해 증명하는 결과론적 존재다.


'그것은 그것이다'라고 말을 해야 그것이 그것인지 알 수 있고,

'그것은 이것이다'라고 보여줘야 그렇구나 하고 따라간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지식과 실천적 삶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이 사례화다.

이것이 교본이다.

다른 의미로 경전이다.

경전은 그렇게 살아야 할 방향과 사례를 하나로 묶어놓은 진리의 사례집이다.


단순히 이론적 지식만 들어 있는 교본이 있는가 하면

이론과 사례를 묶어 놓은 경전이 있다.

'비유를 들어 말씀하시되'

'예를 들어 말씀하시길'

이런 표현들이 바로 사례화다.

그것이 실제 사례이든, 비유적 예시이든

우리는 실질적으로 삶에 어떻게 적용하는지 인지해야

'아! 그렇구나!' 하면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머리로 기억된 지식을

마치 삶으로 체득하여 아는 양 착각한다.

기억된 지식은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그렇게 살지는 않으면서 가르치려 들기 때문에

교만하고, 거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삶으로 체화된 지식은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그의 언어와 행동에는 겸손과 배려, 사랑이 가득 담겨 있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지식을 안다는 것은

그 앎이 말과 행동으로 따뜻하게 스며 나올 때 안다고 할 수 있다.


무지 속에 탄생한 인간은

자아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그 지식에 '왜'라는 의문문을 제기하는 사람만,

다시 자아를 통해 지식의 의미와 원리를 이해하고,

자아를 벗고 존재의 삶으로 승화된다.


이것이 진정한 인간의 인격을 완성하는 삶이다.



윤 정 현



지식은 의미를 잉태할 때만 철인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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