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할 때의 가치

쓸모 있음의 존재감

by 행복스쿨 윤정현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지? 제대로 살고 있는 거야? 무엇을 위해 이걸 하고 있지?’라는.


10대나 20대에는 어디에 들어가고, 무엇을 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보이는 것이 전부였을 때니깐. 그런데 은행에 합격하고, 막상 그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 전혀 만족감이 없었다. 오히려 하면 할수록 우울했다. 마치 생각 없는 기계와 같았다. ‘나’라는 정체성을 찾기까지 방황의 시간은 길었다. 무엇을 해도 만족할 수 없다는 생각이 온몸을 지배했다.


30대 후반을 지나면서 삶과 자신에 대한 혼돈의 시간이 안정화 되고, 가치관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면서 일에 대한 성실성이나 사람을 대하는 편안함이 조금씩 여유로워졌다. 그리고 이때부터 청소년이나 청년과 연결된 일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GE코리아 이채욱 전 회장님의 ‘백만불짜리 열정’에는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교장 선생님의 훈시 중 예전에 어떤 국책은행에 입사를 했는데, 한국은행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 못내 억울했다는 사연이다. 자기 같은 능력 있는 사람이 한국은행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것보다 못한 은행에 입사한 것이 억울해서 퇴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험을 봐서 선생이 되었는데, 나중에 후회를 했다고 하였다. 교장이 되어서 생각해보니 자신이 가진 가치에 대해 감사함을 모를 때, 사람들은 방황하고, 많은 시간을 허비하면서 후회한다는 내용이다. 지금은 학교에서 열심히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면서 너희들도 나중에 커서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기를 바란다는 훈시였다.


일에 대한 가치를 모르면 삶은 재미가 없다. 지겨워진다. 그리고 방황하거나 갈등한다. 매일 같이 사표 쓰고 싶은 생각만 하고 산다. 그러나 일찍 삶에 대한 가치를 깨닫게 되면 일이 즐거워진다. 청년기부터 삶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는 어쩌면 자신에게 주는 선물과 같다.

누구나 가까운 곳에 어른이나 선배, 멘토와 같은 도움이나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특별한 문제나 커다란 고민이 아닌 사소한 이야기라도 나눌 수 있는 사회적 연결망이 있다면 우리들의 방황의 시간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스스로 존재 가치가 없다고 느꼈던 시간이 30년이 넘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위축되어 있었고, 자신감이 없는 무기력의 시간이 길었었다. 일에 대해 가치를 부여할 수 없었다. 무가치했다. 어제 하던 일을 오늘 해야 하고, 또 내일 반복하는 기계와 같은 삶을 죽을 때까지 해야 한다는 관념이 지배했다. 어떻게 일에 대하여 행복을 발견할 수 있겠는가? 노예처럼 이렇게 살려고 태어났는가? 그게 무슨 가치가 있는 일인가? 삶의 목적도, 의지도, 사명감도 없는 매일이란 지옥이거나 지겨움이었고, 지루함의 반복일 뿐이었다.


삶의 전환점은 누군가에게 쓸모 있음, 곧 존재감이었다.


“어떻게 저런 게 내 뱃속에서 나왔는지.”

“너 같은 게 뭘 안다고.”

“다른 애들은 잘만 하는데 넌 왜 그 모양이야.”

“같이 있으면 내 수준이 떨어지는 것 같아.”


이런 말을 듣는다면 사람들은 존재감을 상실한다. 타인으로부터 듣는 경우도 크지만, 스스로 그런 관념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나 같은 인간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다른 애들은 잘만 하는데 난 왜 이 모양 이 꼴일까?”

“넌 진짜 한심해.”

“넌 진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


인간은 존재감이 없을 때 가장 비참하다. 존재감이란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음이다. 만약 누군가에게 ‘너 같은 인간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야!’라는 말을 듣는다면 어떻겠는가? 진짜 죽고 싶을 것이다.

타인으로부터 받는 것은 도망갈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 스스로 하는 비난은 벗어나기 힘들다. 어떤 계기가 있지 않고는. 나는 후자에 속했다. 스스로 가치 없는 존재...


인간이 존재감을 발견하는 길은 보통 두 가지다. 하나는 목적의 성취를 통해서 만난다. 스스로 의지나 사명감 또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노력에 의해 성취했을 때다. 목표 달성은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안겨준다. 그 자부심이 존재감이다. 다른 하나는 타인을 통한 인정받음이다. 자신이 타인을 위해 진정으로 쓸모 있는 존재임을 발견할 때 존재감은 강화된다. 결국 외적 성취냐 내적 성취냐의 차이만 다를 뿐 자신의 쓸모 있음의 발견이다.


나에게 그 계기는 타인을 통한 존재감의 발견이었다.


무가치하게 느껴졌던 삶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 소중한 존재였음을 알게 될 때였다. 그때 다가오는 내면의 채워짐은 따뜻함이었다. 그때 느꼈던 감정은 ‘아, 나도 세상을 따뜻하게 할 수 있는 귀한 존재구나!’였다.

스스로에 대한 소중함과 존재 가치를 발견하고는 자신감이 생겼다. 무엇을 하든 하는 일 자체가 소중했고,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고, 만나는 사람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그 자신감 하나가 나를 다른 길로 인도했다.


많은 것에 대한 시도를 했다. 태권도장에 무작정 찾아가 무료 재능기부 강의를 하겠다고 요청하여 한 적도 있었다. ‘사람을 만나러 갈 때 두근거림에 대하여’ 에세이는 PPT 작성과 강의하는 법에 대한 교육을 몇 개월간 무료로 해주었던 사람이었다. 그때 수강했던 사람이 병원 이사, 화장품 판매 여왕, 은행원, 베이비 마사지사, 수학 강사 등이었다. 그 사람들도 나에게 고마워했지만, 나 또한 대단한 도전의 성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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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청소년과 성인들을 위한 책쓰기 강사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책을 출간할 수 있도록 성장한 것은 엄청난 도약이었다. 또 상담사로 활동하면서 우울증과 자살하려던 사람들을 살렸던 사건들은 내면이 연약했던 그들을 살리고 나 자신을 살리는 성장 스토리였다. 스스로 어려운 시간을 이겨내고, 잘 살아왔다고 칭찬해줄 만한 사람이었다.


이 모든 것은 쓸모 있음의 발견이었다. 결국 그 시간은 자신을 증명하는 시간이었다. 존재감의 발견을 위한 긴 여정이었다.


“선생님 덕분에 다시 힘내서 살아볼 거에요.”라는 한마디는 어쩌면 나에게 주는 위로의 말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 주고받으면서 이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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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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