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나러 갈 때 두근거림에 대하여

만남에 대한 두려움 극복기

by 행복스쿨 윤정현

다소 친하지 않은 사람이 나에게 도움을 받은 일에 대하여 고마워하는 마음에 식사대접을 요청하였다. 약속한 날에 만나러 갔다. 그런데 오히려 내가 엄청 떨리고, 걱정되고, 무슨 말을 하여야 할지 고민이었다.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좀 쉽다. 친한 사람 만나는 것은 즐겁다. 그러나 아직 어중간한 사람은 고민이 앞선다. 모르는 사람은 더 어렵다. 권위 있는 사람은 위축된다. 이것이 예전 나의 상태였다. 내향적이면서 소극적이고, 위축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은 이해가 될 것이다.


이것을 극복하려고 무진 노력을 기울였다. 직장생활이 힘든 것 중 하나는 인간관계였다.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고, 눈을 마주치면 어색하고, 아는 것은 없고, 중간에 말이 끊어져도 힘들었다.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여야 하는지 심장이 두근두근 거렸다. 분위기가 어색한 것을 참지 못해 숨이 컥컥 막혔다.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하지?

미리 준비해 갈 말이나 정보는 없나?

상대방은 무엇을 좋아할까?

어떤 것에 관심이 있을까?

실수하면 안 되는데...


집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생각했던 말은,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내내 고민거리였다. 기도를 하면서 갔다. 즐거운 시간이 되고, 행복한 대화의 시간이 되게 해달라고.


식사를 같이 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데 막상 고민하던 것 하고는 다르게 말이 물 흐르듯 오고 갔다. 주로 상대방이 말을 많이 하였고, 그에 호응하거나 답변을 하였다. 그리고 대화 중 생각나는 것에 대하여 간간이 질문도 하였다. 헤어지면서 메시지가 왔다. 만나서 너무 행복했고, 대화도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그 후로도 만났다.


이 만남이 나에겐 가장 강렬했다.


왜냐하면 그전까지는 그렇게 가깝지 않은 관계하고는 식사를 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고민하면서 만나는 것도 처음 올라오는 감정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놀라웠던 것은 막상 만나고 나니 두려움이 사라졌다. 그때 깨달았다. 두려움은 부딪힐 때 사라진다는 말이 떠오른 것이다. ‘아, 그렇구나! 도전이나 미지에 대한 두려움은 부딪혀서 몸으로 배워야 하는구나!’ 이것이 나에게 가장 큰 배움이었다.


인간관계론의 바이블이라고 불리는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는 이런 예화가 있다.


카네기가 크루즈 여행을 하던 중 귀족 부인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 귀부인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대화였다. 말을 그렇게 잘하는 사람은 처음 만나 보았다.’라고 하였다. 그런데 카네기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다만 상대방의 말에 리액션을 잘해준 것이었다. 호응해 주고, 지지해 주고, 눈을 마주치면서 미소 지으며 맞장구를 쳐주었다고 하였다.


최고의 대화란 그렇다. 말을 잘하고, 많이 하는 것보다 상대방 말에 동의해 주면서 잘 경청해 주는 것, 그와 함께 기분 좋게 리액션을 잘해주는 것이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사람을 만나는 관점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만남을 할 때 ‘나 자신에게 포커싱’ 되어 있었다. 내가 실수하지 않았는지, 부족하지 않았는지, 안 좋게 보면 어쩌지 하는 마음으로 대화를 하니 항상 위축되었다. 하지만 경험과 배움을 통해 ‘상대방에게 그 포커싱’이 옮겨갔다.


인간은 누구나 부족하다. 잘하는 것이 있는 반면, 누구나 못하거나 모르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방의 좋은 부분을 바라보고, 호응과 표현에 마음을 쏟는다. 억지스러운 표현이 아닌 진정성 있고, 관심을 가진 마음으로 대화를 할 때 서로가 훨씬 편안하고, 즐겁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대화가 잠시 끊어질지라도 그 공간의 여운을 어색함보다는 즐김의 모드로 나아가는 확장성과 성숙함의 여유도 생겼다.


삶이란 누구나 모름에서 출발한다. 평생 배워도 다 배우지 못하는 것이 배움이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배우고, 인간관계 또한 진정성으로 대하면 된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는 것보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훨씬 멋있음을 알았다. “그건 무슨 의미입니까?”라고 오히려 여유 있게 질문하는 자세가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배웠다.


도전하고, 부딪히지 않아서 두려웠을 뿐 어려움이나 두려움은 실전을 통한 배움으로 상쇄될 수 있었다. 그 사이의 간격, 곧 두려움 가운데 생각하는 시간과 실전을 통한 경험이 쌓이기까지 그 빈 공간이 두려움의 크기였다.


지금은 오히려 사람 만나는 시간이 제일 행복하고 즐겁다. 초면이어도 부담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하면서도 상대방을 존중하고, 상대방이 넉넉하게 말할 수 있는 시간을 배려하는 여유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남을 통하여 더 많은 배움과 성숙의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삶이란 참 신기롭다. 그렇게 나를 괴롭히던 두려움이 나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선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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