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핵심을 꿰뚫는 힘 ; 통찰력
숲 속에서 나무만 보고 있으면 숲 전체를 볼 수 없고, 숲 밖에서 전체만 바라보면 나무를 볼 수 없다. 모든 것에는 섬세하고, 디테일한 면을 보는 안목이 필요하고, 포용하면서 큰 그림을 그려내는 넓고 깊은 안목도 필요하다.
분석적이거나 꼼꼼한 사람은 은행원이나 건축설계사들이 필요하다. 디테일을 다루기 때문이다. 온화하고 상호 연대 또는 협조적이거나 인내심이 강한 사람은 상담사나 간호사가 잘한다. 부드럽고, 이해심이 강하기 때문이다. 인간관계 능력이 뛰어나거나 협상을 잘하는 사람들은 영업이나 외교관 쪽이 잘한다. 그림을 그리는 안목이 넓기 때문이다. 추진력이나 리더십 또는 강력한 결단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는 경영자나 정치인들이 잘한다. 전체를 보고, 손해를 보면서도 밀고 나가지만, 끊을 때는 아프면서도 끊어내는 파워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안목을 보는 방향성이다.
나무를 보는 쪽이 꼼꼼한 사람들이라면, 숲을 보는 사람들은 경영자나 리더다. 공동체가 살아가는 사회의 구성원을 본다면 모두가 필요하고 중요하다. 각각의 역할이 다른 것이지 좋고 나쁘고는 없다. 모든 것에는 전체를 보는 안목이 필요한 부분이 있고, 디테일을 보는 안목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완벽한 분류는 아니지만, 저의 블로그에는 카테고리가 265개 있다. 주제별 분류다. 어떤 글을 쓰거나 내용을 스크랩하면 거기에 해당하는 내용이 무엇인지에 따라서 주제를 분류한다. 그 자체가 내용을 읽고, 핵심 키워드를 찾아내어 인식, 구분, 선택, 분류를 통하여 전체 맥락이 무엇인지 분석하는 메타적 인지에 해당하는 작업이다. 이러한 작업을 오래 하면 통찰력이 늘어난다. 하나하나를 보는 작업은 나무를 보는 작업이라면, 전체를 꿰뚫어 보는 힘은 숲을 보는 통찰력이다. 이러한 경험은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상담을 하거나 대화를 하다 보면 그 사람의 말보다는 내적인 심리나 원인 그리고 기저에 깔린 의도를 쉽게 읽어낼 수 있다. 객관화를 잘하거나 제 3자적 입장에서 보면 이런 부분은 전문가가 아니어도 쉽게 접근하는 분야다. 이것을 통찰력 있게 잘할수록 문제의 접근이 쉽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을 안다고 하여 해결적 접근은 또 다른 문제다.
문제 정의를 했으면, 두 번째는 감정을 빼고 논리적, 서술적 접근의 대화다. 대부분 이 부분에서 감정이 격해져 자기주장을 강하게 피력하려고 한다. 또 상대방이 부정하면 할수록 감정적이 되어 상황을 악화시켜 버린다. 세 번째는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경청할 내공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힘들고 어려운 부분이지만, 이것을 통과하면 문제해결은 훨씬 쉬워진다.
사람들이 화를 내는 것 중 가장 큰 부분은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부분이다. 자신의 의견이 존중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하면 못할수록 사람의 감정은 격해진다. 이 분노와 짜증을 수그러뜨리는 가장 큰 힘은 상대방의 말을 일단 끝까지 경청하는 태도다. 이때 사람들은 자신을 존중한다는 인식이 든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상대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신의 주장을 설득하기 위해 말을 끊어버린다. 또 말하는 중에 끼어들어 “그게 아니고...”라거나 “아니~”라는 식으로 말을 자르고 끼어든다. 이런 상황이 되면 상대방은 아무리 옳은 말을 전달해도 그 말을 거부한다. 전문가의 말일지라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전문가와 일반인의 차이는 바로 이런 부분이다. 알고 있다고 다 말하지 않으며, 말을 할지라도 기다릴 줄 알고, 또 말을 하되 상대방을 충분히 존중하면서 인격적인 방법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위로하면서 전달한다. 사람은 위로받는 기분이 들 때 진정하고, 상대방 말이 비록 자신의 아픈 부분을 찌를지라도 수용하려는 자세를 갖는다. 일반인은 말이 의미 없게 길어질 때 끊고 맺음을 못한다. 그러나 전문가는 충분히 경청하되 끊어줄 때와 끊어주는 말을 할 줄 안다.
끊어주는 말은 그렇다. “선생님, 제가 선생님의 말씀을 충분히 경청하여 드리겠습니다. 다만 선생님께서 10분을 말씀하시면, 저에게는 3분씩만 발언권을 주시면 됩니다. 아셨지요?” 이렇게 먼저 제안한다. 그리고 전문가가 1~2분 정도 말을 하고 있으면, 초보 내담자는 반드시 끼어든다. 이때 위의 말을 다시 상기시켜 드린다. 이렇게 2~3번만 하면서 상대방의 말을 충분히 경청하여 드리면, 그 어떤 누구도 의사 전달에 무리수가 발생하지 않는다. 저는 지금까지 이렇게 해서 소통의 끊어짐이 일어난 적은 없다. 다만 여기에서의 전제 조건은 상대방이 문제 해결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아니면 더 나은 삶의 행복을 원한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좋은 친구를 사귀는 방법은 무엇인가?
좋은 친구가 아닐 때, 어떻게 관계를 건강하게 정리할 수 있을까?
연인 간에 서로를 존중하기 위해 어떤 태도가 필요할까?
데이트 폭력이나 왕따를 당할 때, 어떻게 스스로를 보호하고 벗어날 수 있을까?
부부가 서로를 행복하게 존중하며 대화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사회적 문제를 올바로 인식하고, 나만의 해결 방법을 세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와 같은 모든 것이 문제 정의다. 문제 정의란 무엇이, 무엇으로 인해, 무엇이 발생하는지 그 명료한 진단을 정리한 것이다. 정의를 내렸으면 그다음으로 논리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근거 있는 비슷한 사례나 예시를 가져와서 자기만의 설득력 있는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이것이 문제 해결의 열쇠다.
전체를 보고 해결의 방향성을 잡는 것은 목표다. 그러나 목적 달성을 위해 과정의 정당성이 사라진다면 의미가 없다. 과정의 정당성은 나무를 보는 디테일이다.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부분을 내포한 전체를 읽는 기술이 핵심을 꿰뚫는 힘, 곧 통찰력이다. 공자는 이를 일이관지(一以貫)라 했다. 하나의 원리를 알면 전체를 꿰뚫는 통찰력이 있다는 의미다.
이것은 정리의 기술에서 나온다.
상담을 처음 할 때는 걱정도 많았고, 어떻게 사람마다 다른 수천 가지 유형을 이해하고, 조언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들어보니 다 똑같았다. 한 가지였다. 부부, 자녀, 부모, 연인, 친구, 동료, 직장, 우울, 고민, 갈등, 인생 등 많은 부분이 모양만 다를 뿐 한 뿌리에 솟은 가지와 잎이었다. 그 뿌리는 같다. 마음과 정신에 불어오는 바람으로 일어나는 자아의 흔들림이다.
개념 정립에 의하여 가치관이 확고한 사람은 바람이 불어도 흔들릴 뿐 뿌리 깊은 나무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처럼 상관없다. 하지만 그런 가치관이 없는 사람은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린다. 바람은 매 순간 일어나는 사건이나 현상이다. 감정은 어떤 현상이나 사건으로 인한 부딪침에 의해 발생하는 리듬이다. 그 리듬에 의미를 부여하고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생각이다.
생각이 부정적 성향으로 흐르면 분노와 짜증을 일으킨다. 반대로 긍정적 방향으로 흐르면 미소와 기쁨을 선사한다. 삶은 하나의 교향악단 연주다. 연주의 리드미컬한 흐름에 따라 반응하는 것은 우리 몸의 감각이다. 그 몸의 현상, 곧 오감의 반응에 따라 우리는 말과 행동을 결정한다. 이러한 내재적 흐름을 읽어내는 작업이 나무를 보는 디테일이다.
언니가 운영하는 쇼핑몰이 잘 되어서 동생을 디자인 책임자로 임명했다. 그랬는데, 출장을 가는데 보고도 없이 직원들을 데리고 가버렸다. 출근도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았다. 디자이너이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회사라면 규칙이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소통은 되어야 한다. 또 디자인이 언니의 마음에 들지 않아도 자기 마음대로 밀어붙인다. 매출이 오히려 줄어도 듣지 않는다. 회사가 더 잘 운영하고, 동생에게도 이익이 되려고 데려왔는데, 더 안 되게 만들어버렸다. 꽤 오래 방치되었다가 답답해서 상담을 요청했던 사례다. 이는 동생에게도 잘못이 있지만, 가족이라는 의미에서 ‘알아서 잘해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언니가 방치한 것이 더 큰 잘못이다.
이렇게 읽어 내었으면 전체를 읽는 방향성이다. 이제 상대방에게 절제되고, 안정된 톤으로 전달하면 된다. 돌이킬 수 있는 제안과 그렇지 않을 때 헤어져야 하는 결말이다.
동생이 잘못을 지속한 것은 방치요, 방치는 허락이다. 그렇게 해도 된다는 의미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잘못된 상태는 이해와 용서, 사랑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좋게 해결하려는 의지 자체가 그 상태를 오히려 더 악화시킨다. 왜냐하면 예전에는 허락되었는데, 지금은 왜 안 되느냐는 항의로 반항하기 때문이다.
방법은 오직 반성과 성찰을 통한 돌이킴만이 해결이다. 그것이 안 된다면 이별이다. 해고다. 다만 끊어냄을 올바르게 법과 정의에 의해서 단호하게 하면 된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원칙에 따른 가치관이 거기에서 정립되기 때문이다.
모든 정리의 기술은 이렇게 하나를 경험함으로 쌓인다. 이것이 포인트다. 되고 안 되고는 중요하지 않다.
이론과 법칙에 따른 원칙이나 가치관을 경험으로 실험해 보았느냐는 것이다. 이 경험 하나가 중요하다. 이 하나가 정립될 때 다음이 보인다. 두 번째 사건이 일어날 때 대입할 수 있는 노하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메모하는 습관이나 기록, 일기, 에세이 등을 남겨 놓는 습관은 중요하다. 그것이 나무를 보는 연습이다. 한 권의 노트는 숲이다. 그 숲에 심겨진 다양한 나무를 읽어낸 기록이기 때문이다. 그 숲들이 모여 인생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생긴다. 이는 삶에 대한 정리의 기술이나 자료의 정리나 기술적인 모든 부분에서도 동일하다.
삶은 그렇게 할 때 영글어 간다. 성숙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