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점 도사

같은 현상 다른 언어, 다른 표현의 놀라움

by 행복스쿨 윤정현

눈을 뜬다는 것은 무엇일까? 새롭게 무엇을 알았을 때 그런 말을 하기도 한다. 죽마고우와 같은 내 고등학교 친구는 그런 친구다. 가끔 내게 영혼의 울림을 주는 그런 말을 한다. 삶의 깨우침을 주는 그런 말들은 내가 무심코 한 행동이나 말을 되새겨주는 과정에서 인식된다. 그럴 때는 깜짝깜짝 놀란다.


‘일점 도사’라는 말은 고스톱을 둘이서 재미로 치면서 나온 말이다. 우리는 가끔 만나 500점 내기 고스톱을 치는데, 진 사람이 다음날 식사를 사 주는 게임이다. 기본 점수는 7점인데, 고(go)를 해서 피박이나 광박, 3고(go)를 해서 몇 배의 점수를 낼 수 있지만, 나는 가끔 스톱을 한다. 고(go)를 해서 이길 수 있는 확률이 60~70%가 될 때도 스톱을 하니깐 어느 날 친구가 이상해서 나에게 질문을 한다. “네가 이길 수 있는데 왜 스톱하냐?”고.


그때 내가 이렇게 말했다.


“선(先)을 하면 일점은 먹고 가는 거니깐 이길 확률이 높다.”라고 하면서 “선(先)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스톱한다.”라고 하였다. 그랬더니 친구가 놀란다. 자기는 “지금까지 고스톱을 수백 번 아니 수천 번을 쳤지만 그런 말은 처음 들어본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냐?”

“선(先)을 하면 광이든, 피든 무엇이든 1점을 먼저 가져가는 것이고, 이는 먼저 7점을 얻을 확률이 높기에 스톱할 권리가 있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원리는 알겠는데, 그것을 게임으로만 했지, 그 원리를 이해하고, 말로 설명하는 사람은 네가 처음이다. 그게 놀랍다.” 하면서


“앞으로 너는 일점 도사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유리할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게임을 하던 것인데, 친구가 다시 한번 인지하고, 되새기면서 피드백을 해주니깐 나 또한 놀라웠다. 특히 세 가지가 놀라웠다.


하나는 ‘내가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그런 원리에 의해 무의식이 행동하도록 유도하고 있었구나!’를 깨닫게 해 주었다. 다른 하나는 ‘그러한 행동이 그런 맥락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라는 것을 포착하는 친구의 능력, 곧 통찰력이 뛰어난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내가 언급한 말을 재언급하든, 아니면 본인이 이것을 핵심 단어로 요약하든 그 키워드를 읽어내어 전달하는 센스’다.


첫째, 자기 인식 능력을 확장시켜 주고, 둘째, 상대방은 지혜와 통찰력을 가진 훌륭한 친구이며, 셋째, 자신이 깨달은 장점을 상대방에게 존중하면서 전달하는 능력이다.


이러한 능력은 무엇을 할 때 그 자체의 디테일을 보면서도, 전체를 읽는 관조의 능력이 있을 때 나온다. 자체를 읽는 관찰력은 상대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있을 때 가능하다. 나는 그 친구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은 재밌고 즐겁다. 만나는 시간이 기대된다. 그가 관찰하고, 던지는 말에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나의 글에 대한 평가도 미래지향적이다. 그 친구 또한 나에게 그런 말을 한다. 너처럼 리액션 좋은 친구는 없다고. 너랑 함께 하는 시간은 즐겁다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그리고 또 기다려진다고.


마음이 통하는 친구란 이런 것 같다. 하긴 친구의 와이프가 그런 말을 하였다. “둘이 연인이냐?”고. 하지만 우리는 게이는 아니다. 서로를 존중하면서 만나는 행복한 친구란 어떤 것인지, 이 친구를 만나면서 많이 깨닫고 배우면서 누리고 있다.


무관심한 사람은 저런 사건이나 말을 들어도 무시해 버린다. 그런 말을 하든 말든, 그런 행동을 하든 말든 관심이 없다. 그런 관계는 좋은 관계로 확장될 수 없다. 사람은 상대에게서 존중받는 것을 느낄 때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특별한 것을 주고받는 것, 교양 있는 모임만이 아닌 일상의 담소에서도 상대방의 좋은 점을 꺼내 올릴 수 있다면 축복이다. 소확행이라는 말이 있듯이 행복이란 작은 것을 불러내어 감사할 때 선물이 된다.


가끔 전화를 해서 조언을 받는 후배가 있다. 그냥 마음이 불편해서 목소리 듣고 싶어 전화했다고 한다. 이런저런 사연을 이야기한다. 거기에 이렇게 저렇게 답변한다. 그러나 답변하는 나도 시답지 않다. 왜냐하면 불편한 마음을 힐링하기 원할 때는 명료한 코칭이 아니라 대화를 나누고 싶은 심리이기 때문이다. 30분 정도 통화한 후 그렇게 말했다. “그냥 너는 너의 일상을, 나는 나의 일상을 나누는 통화를 일주일에 한 번씩 하자.”라고.

그리고 일주일 후 통화를 했다. 이때는 기분이 좋아져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하는 말이 가슴에 남았다. “그냥 어떤 특별한 것보다 일상을 통화하자는 말이 가장 마음에 남았다.”고. “나는 그냥 대화를 하고 싶은 사람이 그리웠나 보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속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그 통화를 하면서 내 마음도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일점 도사, 일상의 대화”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또 전부다. 같은 현상, 같은 말이지만 누구에게는 다른 언어로 들린다. 거기에는 다른 표현의 감정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 감정이란, “너를 사랑한다.”는 말이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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