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톱처럼 재밌어

어쩔 때는 비유적 표현이 직설적일 수 있다!

by 행복스쿨 윤정현

‘일점 도사’라고 말했던 친구와는 고등학교 때부터 공부하기 싫을 때 고스톱을 쳤다. 친구는 반장이었고, 나는 그 친구와 함께 선생님 심부름을 가끔 하면서 더욱 친해졌다. 그 친구는 공공기관에 들어갔고, 나는 은행에 취직했다. 여의도에 근무했던 그 친구가 먼저 퇴근해서 명동에 있던 나를 기다렸다. 끝나면 우리는 함께 저녁을 먹고, 술을 마시고, 당구를 쳤다. 그렇게 자주 만났던 우리는 군대를 1년 차이로 가면서 만남이 뜸해졌다.


나는 군대에 가서 많이 변했다. 나에게 열등감을 안겨준 동생으로 인해 교회를 열성적으로 다니게 되었다. 동생의 180도 바뀐 모습은 무언가 모를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의심과 믿음의 갈림길에서 질문을 던져주었다. 병장 때였다. 술과 담배도 이때 끊었다. 후임병들을 좀 더 따뜻하게 대하는 태도로 바뀌었다. 전역할 때는 내무반에 책을 몇십 권 구매하여 기증도 하였다. 그때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 바뀌었다.


전역 후 처음으로 그 친구를 만났다. 명동 2층 롯데리아에서 만났다. 그때 대화했던 내용을 나는 잊어버렸다. 그런데 그 친구가 기억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 내가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고, 술, 담배를 하지 않으니 그게 이상했던 모양이다. 그렇게 좋아하던 것을 어떻게 하루아침에 다 끊고 신앙생활을 그렇게 열심히 할 수 있냐고. 그때 내가 이렇게 답변했다고 한다.


“우리 고스톱 좋아하지? 신앙생활이 고스톱처럼 재밌어!”라고 말했단다.


그 말을 들으니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술, 담배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던 친구가 무엇 때문에 저렇게 행동하지?’라는 의문이 단번에 해결되는 답변이었다.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종교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 그것으로 이해시키기 어려우니깐 우리가 공유했던 것으로 비유하면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게 그 친구에겐 그렇게 강렬했던 말이었나 보다. 임팩트 있는 말이었다고 지금도 가끔은 이야기한다. 나도 잊어버린 말을 이 친구로 인해 주고받는 명언들은 삶의 각성제가 된다.


이 친구의 조언으로 나이 들어 공부하는 재미를 붙였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상담심리학과 문예 창작을 복수 전공하였다. 사회복지를 전공하면서 봉사단을 만들어 활동하는 경험도 하였다. 반지하에 거주하는 독거노인들의 벽지, 장판을 새로 교체하는 활동이었다. 그분들은 수년을 그대로 사셨는지 온 벽이 전부 곰팡이로 물들어 있었고, 어떤 집은 숨을 쉬기도 힘든 곳도 있었다. 주말 하루 시간을 내어 함께 깨끗하게 수리를 해드리면 그분들도 행복하고, 우리 또한 삶에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무언가 함께하고, 나눈다는 기쁨이 고스톱을 할 때처럼 또 다른 느낌의 행복을 안겨주는 것 같았다. 같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같은 것을 통하여 우리는 다른 차원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 같다. 수년을 함께 활동했다. 그때 만났던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좋은 관계로 남아있다.


안젤리나 졸리가 어렸을 때부터 배우로 활동했기에 돈은 많이 벌었지만, 청소년기 학교에서는 왕따를 겪었다. 그로 인해 어려서부터 술과 마약에 빠져 살았다. 성인이 되어서도 그것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삶에 회의를 느끼면서 살았다. 그런데 캄보디아로 촬영 갔을 때였다. 그곳 시골 동네에 뛰어노는 아이들이 가난하고, 더러운데 얼굴은 너무 해맑고 행복해 보였다. ‘어쩌면 저렇게 해맑지? 저들은 왜 저렇게 행복해 보이지?’ 그런 의문을 품었다. 그러면서 자신도 ‘저렇게 행복했으면...’ 하고 그 순간을 마음에 담았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큰아들을 캄보디아에서 입양하였다. 그때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상을 위해 더 나은 삶을 사는 방향으로 인생이 바뀌었다.


그녀는 캄보디아 촬영을 통하여 인간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깊이 깨닫는 경험을 한다. 무엇이 행복인지 발견한 것이다. 이는 또 다른 의미에서 고스톱처럼 재밌는 삶을 발견한 것이다.


인간에게는 크게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 한다.


의미가 크지 않거나 각성제가 될만한 임팩트가 없다면 그런 기회가 와도 흘러가 버릴 것이다. 안젤리나 졸리에게는 인생이 무의미했다. 그런 그에게 나눔의 삶은 해맑은 행복을 안겨주었다. 가슴 한쪽이 텅 빈 것처럼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며 살아왔던 그녀에게 캄보디아 촬영은 하늘이 준 기회였다. 행복한 삶을 다시 선택할 수 있는 그런 기회.


당신은 당신의 삶을 해맑게 해 줄 그런 존재가 옆에 있는가? 그런 기회가 있는가? 또한 당신은 그런 존재의 삶을 살아가려고 하는가?


나에게는 그런 존재가 있다. 나도 모르는 내 영혼의 소리를 듣고, 더 아름다운 삶으로 이끌어 주는 친구. 나 또한 그 친구에 걸맞은 삶으로 살아가야겠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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