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아끼는 마음으로 너를 만난다
사람들의 첫 만남에서 어떤 인연을 결정짓는 것은 무엇일까?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은 외모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지만 서도 말이다. 난 그런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났다. 차별하는 사람, 차별받는 사람을...
차별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외모든, 능력이든, 부모의 배경이든, 언변이 좋든 인간관계에서 권력을 쥐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거기에 비하여 차별받는 사람들은 외모나 능력, 부모의 배경이나 언변이 없거나 있어도 행사를 못하는 성향의 사람들이다. 소심하고, 위축되어 있거나 내성적이면서 자책감이나 자괴감에 빠져있을 때 자의 반 타의 반 경계인이 된다. 고립의 섬에 갇힌다.
자기만의 트라우마가 있거나 외모가 좋아할 만한 사람이 아니거나 또는 친구가 없는 사람들은 혼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사람은 어딜 가도 혼자다. 오죽하면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2학년이 되도록 매일 학교가 불이 났으면 좋겠다고 하던 학생이 있었을까? 8년이 되도록 친구 하나 없었다. 친구의 무리에 들어갔다가 다시 외톨이로 밀어냄을 당한 사례들이 더 가슴이 아팠다. 그 고통이 너무 싫어 매일 학교가 불이 났으면 했다. 그럼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어서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글을 읽고 가슴이 너무 아팠다. 왜 우리의 아이들이 이런 아픈 세상에 살아야 되는지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 학생이 중2 때 혼자 교실에 앉아 있었는데, 누군가 다가왔다. 드라마 덕질을 위로 삼아 창작물을 팬아트로 그리고 있었다. 그가 그 아이의 그림을 보면서 말을 걸어주었다. 속으로 또 떠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처음으로 수다를 마음껏 떨었다. 둘 다 책을 좋아하면서 더욱 친해졌고, 그해 처음으로 학교에 가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함께 방탈출, 코인 노래방, 스터디 카페 등을 다니며 학교생활을 즐겼다. 그리고 그의 다음 말이 가슴에 박힌다.
“너무나 가지고 싶었던 일상이었다.” 누구에게는 평범한 일상이다. 감사할 것도 없다. 그런데 이 학생에게는 8년을 기다려서 얻게 된 일상이 꿈만 같은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말한다. “이제는 학교가 불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의 추억이 어떤 일이 있어도 굳건히 버티면 좋겠다.” 학생으로서 공부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친구를 갖는 것이다. 학창 시절 친구의 존재는 평생을 살아가면서 보고 싶을 때 불러내는 존재다. 힘들고 외로울 때 추억을 회상하며 살아가는 힘이다. 그래서 학교는 어쩌면 공부보다 더 중요한 친구와의 우정이 싹틀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그 학생에게 잘 이겨내었다고, 훌륭하다고 많은 지지와 칭찬을 해주었다. 그런 응원과 피드백이 행복하였는지 질문과 표현을 가장 많이 하였던 학생이었다.
또 다른 학생이 있었다. 부모님이 말씀하셨던 “안단테”를 좋아한다는 학생이다. 적응도 잘하고, 어딜 가나 사랑받았고, 빠릿빠릿했던 학생이 어느 순간 어떤 무리에도 낄 수 없었고, 고민을 말해도 들어주지 않아 1년 동안 방황했던 사연이다. 동아리와 열린 교실의 책 만들기 수업을 통하여 진짜 자신을 발견하고, 남들보다 느려도 괜찮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이제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는 다짐은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책을 출판하고, 학생 작가 출판기념회 때 생각지도 않았던 사회까지 보았다. 정말 대견하고 감동이었다.
어떤 학생은 어렸을 때 언어가 조금 서툴렀던 트라우마를 극복하려고 동아리에 들어왔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그걸 극복했다고 한다. 발자국이라는 시를 통해 그 모습을 예쁘게 표현했다. 사슴과 토끼는 예쁜 연지곤지 발자국 도장을 찍는데, 자신은 돌부리에 걸려 흐트러진 발자국 도장을 찍었단다. 그런데 해님은 괜찮다고 말해주었다는 시였다. 우리는 살다 보면 생각처럼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때 마치 해님처럼 누군가 괜찮다고 말해주면 그게 위로가 된다. 다시 일어나 걸어갈 힘을 얻는다. 작은 한마디 위로가 필요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시 한 편 안 써본 학생이 있었다. 첫 1학년 때에는 글을 쓰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그냥 그 시간에 대화하는 것이 좋아 참석했던 학생이다. 친구도 한 명 없었다. 대학은 1학년 때부터 포기했었다. 사람이 외롭고 힘들면 내면으로 향한다. 그래서 심리학과 철학은 좋아했다. 그랬는데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마음을 담아내는 힘이 있었다. 아픔을 승화시킨 글에는 깊이 있는 울림을 주었다. 학생들의 책 출간은 작가 도전의 경험으로 공저 위주다. 어떻게 글을 쓰고, 어떻게 출판하여 서점에 판매되는지 알아보는 맛보기다. 그래서 판매는 거의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학생의 첫 단행본 시집은 17권이나 판매되었다. 지금은 3학년이다. 올해도 공저와 단행본을 출간한다. 그리고 대학 3곳에 문창과를 지원하였다. 합격 여부를 떠나 그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그런 작은 응원과 소통이 힘이 되었나 보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친구 여우에 비견하는 장문의 글을 보냈다. 그중 일부를 첨부한다.
『선생님은 제게 어린 왕자에 나오는 여우 같은 분이세요. 인생의 조력자이자 둘도 없는 친구잖아요. 선생님께서 여우시면 저는 어린 왕자? 어린 공주? 이려나요. ㅎㅎ 아, 아니면 도라에몽과 진구 같아요. 진구는 늘 어리숙하고 손이 많이 가는 아이면서도 열정 넘치는 아이잖아요. 그리고 그 곁에서 늘 진구를 챙기고 때로는 진구의 열정 넘치는 모습에 감탄하는 도라에몽… 딱 저와 선생님의 관계를 나타내는 것 같아요. 그러나 저는 아직 스무 해도 살지 않은 미성년자이지만 선생님의 마음과 상황을 이해하는 날도 있고, 선생님께서는 지나온 삶이지만 세대가 다름에도 그 마음과 상황을 고려하고 이해하시죠. 저는 그런 선생님의 참된 어른의 모습과 저를 동등한 입장으로 대해 주시는 마음이 정말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난 2년간 봐온 저의 모습은 선생님을 통해서 많이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만큼 선생님께 많이 배우고 선생님 덕분에 많이 울고 웃었지요. 제가 또래 애들에 비하여 성숙하고 때로는 애늙은이 같은 면모가 있어요. 그건 선생님도 잘 아실 테고요. 그래서 저와 더욱 소통해 주시고 더욱 챙겨 주시는 것에 대하여 항상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도 그 순간과 시간들이 얼마나 행복하고 좋은지 몰라요. 제 곁에서 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나갈 때는 아프지 않다. 만날 사람도 많다. 그러나 살다 보면 혼자일 때가 있다. 누구도 찾지 않을 때가 있다. 그때 찾아오는 사람이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런 사람을 찾아 주변을 챙기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어린 왕자의 친구 여우다. 여우는 처음에 어린 왕자의 친구 요청을 거절했다. 왜냐하면 길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길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몸짓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서로의 알아감에 의하여 서로를 존중할 줄 알 때 친구가 된다. 꽃이라고 불러줄 줄 알 때 친구라고 할 수 있다. 여우가 말했다.
“넌 아직은 나에겐 수많은 다른 소년들과 다를 바 없는 한 소년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난 너를 필요로 하지 않고, 너 역시 마찬가지일 거야. 난 너에겐 수많은 다른 여우와 똑같은 한 마리 여우에 지나지 않아.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나는 너에겐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야.” 그리고 서로 길들여진 후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말한다.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그리고 어린 왕자의 장미꽃이 지구에 있는 수만 송이 장미꽃과 다른 이유를 설명한다.
“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그 시간 때문이야.”
인생에서 무엇이 소중한가? 당신에게 누가 소중한가? 그 소중한 사람에게 공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 것도 없고,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언젠가는 모두 떠나간다. 어린 왕자도 그토록 행복했던 여우와 이별의 시간이 왔을 때 떠나야 했다. 떠나갈 때 후회되지 않도록 지금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공들이는 시간이 많기를 기도한다.
어린 왕자와 장미꽃은 헤어졌다. 사랑하면서 왜 헤어져야 했을까? 서로 사랑하고 있는 그 상태를 인지하지 못했고, 그 사랑을 표현하는 법을 몰랐다. 그리고 많은 우주의 행성을 다녔지만 공허했다. 그 행성들의 삶이 지금 지구인들이 갖는 공허의 유형이다. 어디는 권력, 어디는 허영심, 어디는 술고래, 어디는 물질에 대한 집착, 어디는 무의미하고 반복적인 노동, 어디는 이론적인 지식의 편협함을 꼬집었다. 그리고 지구에서 여우를 만나 관계를 쌓는 것, 곧 사랑의 본질을 배우고, 조종사를 만나 이해와 존중을 배운다. 장미꽃과의 사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운 것이다.
모든 드라마와 영화, 책과 타인의 삶은 거울이다. 그가 왜 그 상태인지 우리의 상태를 거울처럼 비춰보는 시간이다. 타인의 상태에서 타인만 보는 사람은 변하지 않는 사람이다. 타인의 상태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찾아낸 사람은 이미 변화되고 있는 사람이다.
사랑이란 가시를 안아줄 수 있는 마음을 알아차릴 때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