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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ery Little Brand Dec 06. 2021

작은 카페가 남달라지는 브랜딩

33아파트먼트

*이 글은 https://everylittlebrand.com에 게재된 글입니다.
 웹사이트에서 더 많은 콘텐츠를 만날 수 있습니다. 




  6호선 한강진역에서 계단으로 한참을 내려가고도 또 내리막길을 한참 내려가면, 골목길 어귀 작은 카페 하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한남동 작은 골목 안에 위치한 카페 '33아파트먼트'입니다. 아마 평일 낮에 이 골목을 지나갔다면, 카페인 줄도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어요. 얼핏 보면 깔끔하게 정돈된 쇼룸 같아 보이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날씨 좋은 주말에 이곳을 찾는다면 카페 앞 골목길 여기저기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손에는 하나씩 '33'이 쓰인 종이컵을 들고 말이죠.


  대한민국에 카페는 정말, 아주 정말 많습니다. 올해 7월 통계에 따르면 전국 커피음료점 사업자는 7만 9천 여개라고 하네요. 여기에 다른 업종이지만 커피를 파는 곳을 더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많겠죠. 이 중에 브랜딩을 잘하는 카페도 참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프릳츠 커피'가 있죠. 이런 지금, '브랜딩 잘하는 카페'를 한 곳 더 소개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33아파트먼트를 단순히 카페 브랜드로 설명하기는 좀 아쉬운 마음이 드네요. 이 브랜드에는 대체 어떤 특별한 점이 있는 걸까요?



서로가 잘하는 것이 다르다면

  33아파트먼트는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 중인 4명의 친구들이 모여 만든 브랜드라고 합니다. 로망 같은 이야기죠. 내 친구들은 다 어디서 무엇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33아파트먼트를 만든 그 '친구들'이 보통이 아닙니다. 래퍼 '빈지노'의 앨범 재킷을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한 그래픽 디자이너, 호주의 유명 원두 브랜드인 '듁스 커피' 코리아 대표, 그리고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의류 브랜드 디렉터까지. 각자 자신만의 분야에서 경험과 성과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죠. 재밌는 건, 이렇게 다른 분야에 있는 분들이 뭉쳤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33아파트먼트는 무엇하나 허투루 하는 게 없습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공간에서 듁스 커피 코리아 대표가 내는 스페셜티 커피, 의류 브랜드 디렉터와 그래픽 디자이너가 만드는 의류와 소품까지. 그냥 커피 옆에서 곁다리로 파는 게 아니라, 하나하나가 '제대로'입니다.


  이렇다 보니, 33아파트먼트를 단순히 '카페'라고 소개하기가 아쉬운 거죠. 보고서에 쓸법한 단어를 빌려서 표현해보자면 '크로스 카테고리' 브랜딩입니다. 흔히 한 카테고리에 하나의 브랜드를 사용하는데 반해, 이종 카테고리를 넘나드는 브랜드를 이렇게 말하곤 하죠.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역시 이런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세탁기에는 늘 '그랑데'라는 브랜드만 사용했지만, 이제는 세탁기 중의 몇몇은 '비스포크' 브랜드를 달고 만들어지는 식이죠. 과거 브랜딩 교과서들이 외쳤던, 브랜드의 정의와 범위가 명확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딱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크로스 브랜드들은 그 경계선이 굉장히 모호하니까요. 이 제품에 '비스포크'를 붙일 거야, 말 거야? 이런 결정은 꽤나 주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비스포크는 소비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죠.



33번지가 의미하는 것

  다시 33아파트먼트로 돌아오면, 이 역시 브랜드의 정체성은 모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커피와 디저트를 팔지만, 의류도 팔고, 전시 공간이 되기도 하죠. 이 모든 일의 공통점이 있다면 '33'이라는 로고를 달고 있다는 것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33'은 무슨 뜻일까요? 33아파트먼트의 브랜드명은 아주 단순하게 지어졌습니다. 이 공간의 주소가 '한남대로 27길 33'이거든요. 그래서 브랜드 오너들은 '주소와 가게 이름이 같아서 건물주가 좋아하세요'라고 말하기도 하네요. 이 브랜드가 하는 다양한 일의 공통분모는 바로 이 공간에 있습니다. 각기 다른 분야의 다양한 재능들이 이 한 공간에서 서로 뒤섞여 차별적인 매력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브랜드 오너 중 한 명인 듁스 커피 코리아 대표 이기훈 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저 혼자 카페를 차렸다면 원래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한해 알려졌겠죠. 하지만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친구들과 함께했기 때문에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사람들에게 좋은 커피를 알릴 수 있었어요. 시너지가 생긴 셈이죠."   *2018년 3월 엘르 인터뷰 중 발췌


  이것이 바로 각자의 분야에서 이미 잘하고 있는데, 또다시 함께 모여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한 이유가 아닐까요. 그리고 그 과정에선 '공간'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커피 원두와 의류, 굿즈에 '33'이라는 이름을 붙여 웹사이트에서 판매했다면, 소비자들은 별 관심이 없었을 거예요. 아마 누군가는 원두만 사고, 누군가는 옷만 샀겠죠.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한 공간에서 어우러짐으로써 '33'이라는 독보적 브랜드가 된 것이죠.

  요즘 새롭게 떠오르는 브랜드들의 성공 방식은 대개 이런 순서입니다. 먼저 콘텐츠나 퍼스널 브랜딩으로 어느 정도 인기를 얻은 후, 그다음에 온라인 스토어에서 프로덕트를 판매하고, 여기까지 잘 되면 마지막이 오프라인 스토어입니다. 어찌 보면 가장 합리적이고 안전한 방식이죠. 하지만 33아파트먼트는 반대로 시작합니다. 공간을 먼저 만들고, 그 후에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확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초기에 큰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위험을 감수했지만, 그만큼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브랜드의 태도와 온도


  저도 회사를 다니며 많은 브랜드의 전략을 수립해봤지만, 그중 가장 어려운 것은 '브랜드 퍼스낼러티'를 규정하는 일입니다. 만드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걸 유지하는 것이야 말로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생각해보면 수십 명, 수백 명이 하나의 브랜드를 함께 운영하는데, 늘 동일한 태도와 분위기를 완벽하게 유지하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깝지 않나 싶어요. 반대로, 이 지점이 작은 브랜드의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딱히 어떤 브랜드 규정이나 원칙으로 글로 써 박아놓지 않아도, 자신만의 매력적인 분위기를 내뿜는 작은 브랜드들이 많습니다. 33아파트먼트 역시 그중 하나입니다.


  33번지라서 33아파트먼트가 된 것까지는 흔히 볼 수 있는 작명 센스라고 생각했어요. 가게 이름을 번지수에서 따온 경우는 많으니까요. 그런데 33아파트먼트의 브랜드 로고를 보면 좀 생각이 달라집니다. 숫자 33을 절묘하게 활용해 웃고 있는 캐릭터의 얼굴로 그려 놓았습니다. 그리고 이 웃는 얼굴처럼, 33아파트먼트에는 특유의 태도와 온도가 있습니다.


  "경력이나 전문적 지식보다 긍정적인 기운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표정이나 말투 같이 서류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 말이에요"   *2018년 3월 엘르 인터뷰 중 발췌


  한 인터뷰에서 어떤 기준으로 크루를 뽑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그런데 그냥 하는 말이 아닌 것 같아요. 정말 33아파트먼트 공간에 가보면 늘 활기차고 경쾌한 분위기가 감돌거든요. 일하는 직원들이 내뿜는 에너지도 그렇고, 반려동물에 프렌들리 한 분위기도 한몫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단골손님으로서 증언하자면, 브랜드 오너들이 공간에 정말 자주 모입니다. 말 그대로 오너들의 아지트라고 할 정도로요. 그런데 그게 다른 고객에게 불편함을 주기보다는 더 친근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마치 우리도 이들과 친구가 된 것처럼 말이에요. 이 공간을 통해 33아파트먼트의 분위기를 경험한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이 브랜드를 만나도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됩니다. 브랜드 퍼스낼러티에 있어서 온라인 브랜딩이 결코 대체하기 어려운, 공간이 갖고 있는 힘이죠.




  33아파트먼트의 남다른 매력을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다양한 카테고리를 하나의 브랜드 아래 모음으로써 매력적인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프라인 공간의 힘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작은 브랜드로서 브랜드의 태도와 온도를 잘 지켜가고 있다는 것. 정리해놓고 보니, 어쩌면 치밀한 브랜드 전략에 바탕해 만들어낼 수 없는 부분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전략이 치밀할수록 결과는 늘 예상했던 딱 그만큼입니다. 그것도 물론 브랜드의 성공이지만, 때로 브랜드의 매력은 예상 못했던 곳에서 탄생하기도 하죠. 그래서 세상의 작은 브랜드들이 더 매력적인 것 아닐까요.


*브랜드 인스타그램 : @33apartment

*브랜드 웹사이트 : http://33seoul.com

*이미지 출처 : 브랜드 인스타그램 계정 및 웹사이트
*크루 단체 사진은 얼루어 인터뷰 기사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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