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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ery Little Brand Dec 08. 2021

평범한 요가원이 '힙'해지는 브랜딩

썬데이나마스떼

*이 글은 https://everylittlebrand.com에 게재된 글입니다.
 웹사이트에서 더 많은 콘텐츠를 만날 수 있습니다. 


  혹시 요가원에 가보신 적 있으신가요? 가보지 않은 분들도 요가원이 대충 어떻게 생겼는지는 떠올리실 수 있을 거예요. 여러분이 알고 있는 그 요가원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오늘의 작은 브랜드를 만나보시면 재밌을 것 같아요. 오늘은 요가원 한 곳을 소개하려고 하거든요. 이름하여 '썬데이나마스떼'입니다. 사실 썬데이나마스떼는 아주 작은 브랜드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요가 선생님을 제외하고도 직원이 7명이나 있고, 최근에는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도 만들었거든요. 하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크게 시작했던 건 아닙니다. 처음엔 동네에 하나쯤은 있을 법한 평범한 요가원이었어요. 그러니까, 브랜드의 시작부터 어떻게 지금의 썬데이나마스떼가 되었는지 함께 살펴보면 좋을 것 같아요.


'힙'지로의 '힙'한 요가원

  썬데이나마스떼는 2018년 한남동의 작은 요가원으로 시작합니다. '최소한 일요일만큼은 평온해야 하지 않겠어?'라는 뜻으로 썬데이나마스떼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해요. 여기까지는 평범한 요가원에 다름없습니다. 이 브랜드가 조금 특별한 요가원이 되는 건 을지로로 위치를 옮기면서부터예요. 을지로 인쇄 공장 사이 작은 골목, 그곳에 요가원을 만들고 이곳을 '썬나섬(썬데이나마스떼 섬)'이라 부르기 시작해요. '섬나라를 여행하듯 여유롭고 긍정적인 마음'을 전하기 위해 이국적인 휴양지 컨셉으로 공간을 꾸몄기 때문이죠. 제 생각엔, 이 순간이 평범하던 요가원에 '컨셉'이 생겨난 순간이 아니었을까요.

  가끔 브랜드 컨설팅 작업을 하다 보면, '브랜드 컨셉이 대체 왜 필요해?'라고 묻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브랜드의 이름도 있고, 멋진 로고도 나와 있는데 컨셉이니 뭐니 하는 말들이 또 왜 필요하냐는 거죠. 물론 브랜드를 수식하는 단어들만 자꾸 늘어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건 몰라도 '컨셉'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컨셉은 목적지가 아니라 출발점이기 때문이에요. 어디서 출발할지를 정해놓지 않고 멋지고 예쁜 것만 쫓는다면, 얼마 가지 않아 길을 잃을게 분명합니다. 물론 길을 가다 보면 계획대로 안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출발점은 명확히 하고 길을 걷기 시작해야죠.

  썬데이나마스떼는 컨셉에 책임을 지기 시작합니다. 저는 이런 브랜드들을 좋아합니다. 컨셉이 홈페이지 소개 페이지 맨 첫 줄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 브랜드. 이때부터 썬데이나마스떼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일러스트레이션을 활용한 콘텐츠들이 등장하기 시작해요. 동네의 평범한 요가원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비주얼이죠. 그리고 을지로의 요가원을 단순히 요가만 하는 곳이 아니라 '웰니스 복합 문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래서 요가원의 오픈 행사를 브랜드 오너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들을 초청해 '전시회'의 형태로 열기도 합니다. 썬데이나마스떼는 이렇게 요가를 '운동'이 아니라, '문화'로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요가는 '사람'이 하는 것이니까

  요가원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사실,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흔히들 요가를 '매트 한 장만 있으면 세상 어디서도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말하죠. 요가원에는 마루가 깔린 커다란 방 하나만 있으면 그만입니다. 그 공간을 채우는 건 바로 사람들입니다. 요가를 하는 사람들 말이죠. 썬데이나마스떼는 그 '사람들'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들기 시작합니다. '썬나섬'에 오는 사람들을 '썬나도민'이라고 칭하고, 그들을 인터뷰해 '썬나도민 인터뷰'라는 콘텐츠로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합니다. 역시 평범한 요가원에서는 볼 수 없는 일이죠.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갑니다. 썬데이나마스떼와 같은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해 'Meet Our Friends'라는 콘텐츠로 제작하기 시작합니다. 요가 선생님은 물론, 비건 베이커리 운영자, 러너, 아웃도어 인플루언서까지 다양한 사람들이죠. 이들이 공유하는 철학은 맞닿아 있습니다. 바로 썬데이나마스떼의 '건강한 삶을 누구가 쉽고 즐겁게'라는 브랜드 철학입니다.

  우리 브랜드가 어떤 브랜드인지 설명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요즘 가장 효과적인 것은 '누가 우리 브랜드를 사랑하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브랜드는 더 이상 '필요의 영역'이 아닌 '취향의 영역'으로 들어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이 브랜드를 좋아한다고 하면 호감도가 올라가는 것이 당연하겠죠.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많은 브랜드들이, 자신의 브랜드를 태그한 소비자의 콘텐츠를 리포스팅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우리 브랜드를 써주고 있고, 우리 공간에 왔다 갔다는 걸 인증하는 거죠.


'사람'이 모이면 '문화'가 생겨난다

  이제 썬데이나마스떼는 더 이상 동네 요가원이라고 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최근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을 열고 온라인 요가 콘텐츠를 제작해 '랜선 요가'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거든요. 물론 이 '비대면 홈트레이닝' 시장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닙니다. 이미 많은 클래스 플랫폼 브랜드들이 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고, 유튜브에 넘쳐나는 공짜 '홈트' 콘텐츠들도 가장 큰 경쟁 상대죠. 썬데이나마스떼가 얼마나 큰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여기서도 눈여겨 볼만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바로 썬데이나마스떼의 '온라인 요가 클럽'입니다.

  썬데이나마스떼는 이번에도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단순히 초급반, 중급반 이런 게 아니네요. 그보다는 비슷한 관심사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클래스들이 탄생합니다. 개발자 요가 클럽, 기획자 요가 클럽, 글쓰기 명상 클럽, 이브닝 리추얼 클럽 등등. 방식은 이렇습니다. 클래스 비디오로 각자 요가를 하지만, 수련 일지를 작성하고 클럽 채팅방에 인증하면서 서로를 응원하는 거죠. 중간에 포기하지 않도록요. '밑미'나 '카카오 프로젝트100'과 같은 리추얼 플랫폼을 아시는 분들은 아마 익숙한 방식일 거예요.

  온라인 클래스지만 썬데이나마스떼는 자신만의 방식을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자신들과 비슷한 사람들을 모으고, 소통하면서,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 이쯤 되면 썬데이나마스떼가 잘하는 일은 단순히 '요가 수업'이 아닌 것 같아요. 그보다는 '요가를 기반으로 문화를 만들어 가는 일'이라고 하는 게 더 적합해 보입니다. 그 문화를 통해 사람들이 '최소한 요가를 하는 동안은 평온'할 수 있다면. 썬데이나마스떼의 브랜딩은 더할 나위 없는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겠죠.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썬데이나마스떼는 처음에는 '공간'을 통해, 그다음은 '콘텐츠'를 통해, 그리고 이제는 '커뮤니티'를 통해 브랜드 만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공간과 콘텐츠와 커뮤니티 안에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문화를 만드는 건 결국 사람들이거든요.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합니다. 요가야 말로 남의 도움 없이 나 스스로 몸을 움직이는 아주 '개인적인 운동'인데, 함께 하면 더 즐겁다니요. 운동은 각자 하더라도, 그 즐거움은 나눌수록 커지나 봅니다. 역시, 뭐든 함께 나누면 더 커지기 마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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