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전진단 D등급 (4) 독방

마음을 다시 짓다

by 새롬

약 기운 때문인지 하루 종일 잠에 취해 있었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흐릿한 틈을 타, 나와 같은 길을 먼저 걸어간 어느 트랜스젠더의 글을 읽었다.


활자 너머로 그녀가 겪었을 풍파가 생생하게 전해졌다.

"평범한 여자로 태어났으면 이런 고통은 안 겪었을 텐데…."

그 한 줄이 가슴에 박혀 빠지지 않았다. 이것은 동병상련의 아픔인가, 아니면 내 미래에 대한 예고편인가. 평범한 남녀들은 평생 상상조차 못 할, 0.002%의 인간만이 겪는 절대적 고독이 그곳에 있었다.


물론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안정된 직업이 있고, 나를 지지해 주는 경제적 기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가진 것'들이 나의 근원적인 결핍을 채워주지는 못한다.


사람들은 쉽게 위로한다.

"가지지 못한 것에 슬퍼하기보다, 가진 것에 감사하며 살아라."

"타인과 비교하지 말고, 어제의 너와 비교해라."


그들의 말은 틀리지 않다. 하지만 공감할 수는 없다. 나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고서라도, 그토록 평범한 여성으로서의 삶을 얻고 싶기 때문이다.

출발선 자체가 다른 경주에서,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빨라졌다는 사실이 무슨 위로가 되겠는가.


나는 이 절망적인 격차를 '연못과 바다'에 비유하곤 한다. 아무리 억수 같은 비가 쏟아져도, 연못은 결코 바다가 될 수 없다. 수면이 조금 높아질 수는 있겠지만, 바다가 가진 그 광활한 깊이와 푸르름은 흉내 낼 수 없는 것이다. 나는 태생적으로 연못으로 설계되었다. 아무리 노력하고 수술을 한들, 나는 그저 '넓어진 연못'일 뿐 결코 '바다'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사무치게 괴롭힌다.


수술을 마치고 성별 정정을 끝내면, 겉보기에는 키 큰 여성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영혼에 새겨진 '트랜스젠더'라는 낙인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여성들 틈에 섞여 웃고 떠들다가도 "어렸을 때 뭐 하고 놀았어?"라는 사소한 질문이 나오면, 나는 머리를 굴려 거짓말을 지어내야 할 것이다. 결혼이나 연애 앞에서도 '불임'이라는 주홍글씨는 나를 끊임없이 위축되게 만들 것이다.


이 좁은 독방에 갇혀, 바다를 동경하는 연못으로 살아가는 일. 이 절대적인 고독을 딛고 나는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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