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리모델링 (5) 공사현장 침입사건

마음을 다시 짓다

by 새롬

트랜스젠더로 살아가며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가장 믿고 문을 열어준 사람들이었다.

오래된 친구였던 그녀와의 만남은 나의 커밍아웃 이후 처음이었다. 우리는 과거의 추억을 안주 삼아 웃고 떠들었고, 나는 잠시나마 내 집의 현관문을 활짝 열어두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 열린 문으로 칼날이 들어올 줄은.


그녀는 대뜸 물었다. "그런데, 너는 왜 스스로를 여자라고 생각해?" 공격이 아닌 순수한 호기심이라는 전제를 깔았지만, 질문의 끝은 날카로웠다. 나는 성별 정체성, 즉 내가 느끼는 여성성과 삶의 태도에 대해 최대한 진솔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담장은 견고했다. 그녀에게 트랜스젠더 여성은 여성이 아니었다.

나의 여성성은 그저 '여성복을 좋아하는 취향'이나 '남자를 좋아하는 성적 지향' 정도로 치부되었다.

내가 아무리 내 영혼의 설계도를 펼쳐 보여도, 그녀는 생물학적 염색체라는 기초 공사만이 유일한 진실이라며 내 도면을 찢어버렸다.


대화는 겉돌았다. 그녀의 눈빛 속에서 나는 이미 '잠재적 위협'으로 낙인찍혀 있었다. 그녀는 내가 여성의 권리를 침해하고, 여성만의 고유한 영역을 훔치려 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나의 존재 자체가 그녀의 신념에 대한 모독이었던 것이다.

"너의 그 사고방식을 버리지 않으면, 너는 절대 우리를 이해할 수 없어."


그녀는 자신이 모든 여성을 대변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 맹목적인 확신 앞에서 나는 더 이상의 대화가 불가능함을 깨달았다. 그것은 '이해'의 영역이 아니라 '신념'의 영역이었다. 마치 서로 다른 경전을 읽고 있는 두 사람이 평행선을 달리는 것 같았다.


분위기가 차갑게 식어갈 때쯤, 나는 그녀가 낸 커피값을 돌려주었다. 그것은 마지막 배려이자, 내 공간에서 나가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녀는 자리를 뜨며 나의 불행한 미래를 예언했다. 사회적 낙인, 불임, 그리고 영원히 '가짜'로 남을 거라는 염려를 가장한 저주들.


하지만 나는 대꾸했다. "걱정해 줘서 고마워. 하지만 나는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과 함께할 거야. 내 집은 네 생각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아."


그녀가 떠난 자리에 남은 쓰레기를 치우며 생각했다. 우리가 오랜 시간 같이 설계한 우정이 파쇄기에 갈려 나간 것 같은 씁쓸함이 밀려왔다. 하지만 곱씹어 보니, 이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나는 내 집을 지켰을 뿐이고, 그녀는 초대받지 않은 방식으로 내 벽을 허물려 했을 뿐이다.


집에 돌아와 친한 언니와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부 너머로 들려오는 다정한 목소리들이, 그녀가 할퀴고 간 벽지의 흠집을 덮어주었다. 세상에는 여전히 혐오보다 사랑이 더 많다. 나는 문을 걸어 잠그는 대신, 나를 진정으로 아껴주는 사람들을 위해 거실의 불을 켜두기로 했다.


부디 그녀 또한 그녀만의 성 안에서 평안하기를 바랄 뿐이다.

다만, 내 집의 초인종은 다시는 누르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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