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너라는 지진 (1) 여진

마음을 다시 짓다

by 새롬

이번에 찾아온 우울증의 진원지는 두 곳이었다.

첫 번째는 아르바이트로 참여하게 된 산부인과 병동 리모델링 현장이었다.

나는 작업복을 입고 줄자와 레이저 측정기를 든 채, 분만실과 신생아실, 그리고 수술실을 오가며 실측을 진행했다.


이곳은 오로지 '탄생'을 위해 설계된 완벽한 공간이었다.

신생아실의 유리창 높이는 산모가 아이를 가장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1,100mm. 분만실의 벽체는 산통의 비명과 탄생의 울음을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 두꺼운 흡음재로 마감되어 있었다.

도면 위에 치수를 적어 넣을 때마다, 나는 내 몸의 설계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콘크리트와 유리로 타인을 위한 튼튼한 '자궁'을 지어줄 수는 있지만, 정작 내 몸 안에는 생명을 품을 공간이 없다는 사실.

아무리 겉모습을 완벽하게 리모델링해도, 내 몸은 영원히 '보육 시설'로서의 준공 승인을 받을 수 없다는 명백한 구조적 한계.


나는 서서히 바스라졌다.

당연히 예상했던 일이다. '디스포리아'라는 녀석과는 이제 20년 지기 친구니까. 현장에 나가기 전부터 마음의 안전모를 단단히 썼음에도, 눈앞에서 마주한 만삭의 산모들과 갓 태어난 생명들의 풍경은 내 뼈대를 흔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의외였던 것은, 걱정했던 '대지진'까지는 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진도 7의 강진이 올 줄 알았는데, 흔들림은 진도 3 정도의 미약한 '여진'에 그쳤다.

이유는 단순했다.

가장 박탈감이 심했던 그 공사 기간 중에, 내 인생에 '연애'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나를 지탱해 준 것은 내진 설계가 아니라, 바로 그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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