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너라는 지진 (2) 새로운 손님

마음을 다시 짓다

by 새롬

리모델링 공사가 얼추 마무리되었다. 집은 겉보기에 제법 그럴싸해졌지만, 내부는 여전히 텅 비어 있었다. 나는 이 휑한 공간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몰라 서성거렸다. 남들이 사는 기성품 가구는 왠지 내 집에 맞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무작정 동네의 작은 가구 공방에 등록했다. 내 손으로 직접, 내 몸에 딱 맞는 의자를 만들고 싶었다.




그를 처음 만난 건, 유난히 톱밥이 많이 날리던 토요일 오후였다. 나는 호두나무 원목을 자르느라 끙끙대고 있었다. 기계톱 소리는 요란했고, 내 손은 서툴렀다. 그때 누군가 내게 다가와 조용히 기계의 전원을 꺼주었다.

"그렇게 힘으로 밀면 나무가 타요. 결을 따라서 천천히 밀어줘야 해요."

그는 앞치마를 두른 채 사람 좋게 웃고 있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그는 공방의 오래된 수강생이었고, 나는 갓 들어온 신입이었다. 매주 주말, 우리는 나란히 서서 나무를 깎고 사포질을 했다. 그는 목재의 거친 표면을 다듬는 것을 좋아했다.

"나무는 겉이 거칠어도 속은 단단하고 따뜻해요. 사포질을 얼마나 정성스럽게 하느냐에 따라 숨겨진 무늬가 드러나거든요."

그가 무심코 던진 그 말은, 마치 나를 두고 하는 말처럼 들렸다.


어느 날, 내가 만든 의자의 다리 균형이 맞지 않아 울상을 짓고 있을 때였다. 그가 다가와 의자를 이리저리 살피더니 밑동을 조금 잘라내 수평을 맞춰주었다. 그러고는 툭, 한마디를 던졌다.

"거봐요. 이제 안 흔들리죠? 지송 씨가 만든 건 튼튼해요. 본인이 그걸 몰라서 그렇지."

쿵, 하고 마음의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평생 내 집이 부실하다고, 기초가 잘못되었다고 자책하며 살았다. 외관을 바꾸느라 뼈를 깎는 고통을 견뎠지만, 여전히 내면은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 낯선 남자가 내게 와서 말해준 것이다. 너는 튼튼하다고. 너는 충분히 아름다운 결을 가졌다고. 그는 내 과거의 거친 옹이들을 보지 못했다. 그저 내 손끝에서 다듬어진 현재의 모습만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었다. 그의 시선 속에서 나는 '트랜스젠더'가 아니라, 그저 톱밥을 뒤집어쓴 채 열중하는 '여자'였다.

그 완벽한 오해가, 혹은 그 순진한 믿음이 나를 설레게 했다.


수업이 끝나고 그가 커피를 마시자고 했을 때, 나는 더 이상 "아직 공사 중이라 안 돼요"라는 팻말을 걸 수 없었다. 나의 삐걱거리는 바닥을 밟으면서도 시끄럽다고 불평하지 않을 사람. 오히려 그 소리가 고즈넉하다며 웃어줄 사람. 그렇게 먼지 날리는 내 인생에 첫 번째 손님이 들어왔다.

그는 단순한 방문객이 아니었다. 내 자존감의 기둥을 함께 세워줄, 어쩌면 영원히 머물지도 모를 입주자였다.




나는 착각했다. 우리가 함께 깎아 만든 이 의자가 평생 썩지 않을 거라고. 그가 세워준 기둥이 천년만년 나를 지탱해 줄 거라고.

그때는 몰랐다. 그 견고해 보이던 사랑도, 예상치 못한 균열 앞에서는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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