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 후원 담당이요? 제가요?

담당자의 영역은 넓고도 넓다

by 삼디

문화재단과 후원, 생소한 조합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으니까요. 제가 담당을 맡기 전까지는 말이죠...(*장터로 시작해서 축제를 열고, 정책팀에서 일을 시작했던 터라 후원은 1도 몰랐답니다. 후원 그것 뭐예요...) 제가 일하고 있는 기초문화재단은 지방자치단체 출자 출연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로써 지자체에서 예산을 편성하여 운영하기 때문에, 후원을 받아 운영하는 비영리단체의 후원과는 사뭇 다릅니다.


조직 내에서의 위상도 그러하고 그 규모도 작죠. 작아서 메인 사업으로 키울 수도 없고, 작지만 안 할 수도 없는 그런 상황이었던 겁니다.(*자치구에서나 주민들이 입을 모아 하는 얘기는 예산을 받아서 운영하는데 후원은 또 왜 받냐...라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설립과 동시에 후원 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그 시작부터 전사적으로 후원 제도를 키우고자 하는 시도도 많이 했습니다. 그 근거는 이러합니다. 예산을 지원받아서 운영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면 어쩔 수 없이 '을'의 입장에서 예산을 주는 쪽 의견을 많이 따를 수밖에 없고, 문화재단 고유의 사업을 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었죠.(*종종 우리가 이런 걸 해도 되는 걸까 싶은 사업들이 종종 있습니다. 현직자라 직접 언급하기엔... 읍읍)


그래서 독립적인 기금 마련을 통해서 우리가 잘할 수 있고, 주민들에게 더 필요한 사업을 해보자는 것이 후원을 키워낸 취지였습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정기 후원자 확보를 위해 노력했고, 제가 인수인계받을 때는 300여 명의 소액 정기 후원자가 있었습니다.(*대기업이 위치한 동네도 아니라서 주민들과 지역 거버넌스 구성원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담당자로서 운영했던 5년간은 코로나도 있었고, 이후 후원자들의 해지 러시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기후원자 300명을 유지해 냈습니다. 그 덕분에 후원 제도를 소개하여 상도 받고, 다른 기관들에서 강의할 기회도 얻게 되었죠.(*2020 예술경영대상 우수사례 선정 / 2021 춘천문화재단 아트라운지 사례발표 / 2021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사례발표 / 2022 완주문화재단 세미나 사례발표 등...)


후원자로 남아 주신 분들에게는 지금까지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꾸벅) 그렇다면 어떻게 유지를 했고, 어떤 고유사업으로 후원을 운영했길래 긴 시간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을까요? 사실 저도 운영하면서 이게 왜 되는 걸까 늘 궁금했지만 정확하게 원인을 분석하기는 어려웠는데요. 하지만 몇 가지 이유를 추측해 본 내용을 공유하려고 해요.


첫 번째로, 후원자들과의 꾸준한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매월 정기 CMS(*Cash Management Service, 자금관리서비스. 은행에 직접 가지 않고 통신을 이용하여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금융자산 결제 방법. 본문에서는 자동이체서비스 정도의 의미로 쓰였습니다.)를 통해 후원하는 분들이 많아서 출금될 때 메시지를 보내드리는데, 최소한 계절 별, 가능하면 시의성에 맞는 메시지를 보내드렸습니다. 추울 때는 이렇게 추운데 후원해 주신 덕분에 따뜻하게 이런 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더울 때는 무더위에 잘 지내시는지 등등 나름 매번 변경을 하려고 하니 그것도 일이더라고요.


그래도 감사한 마음을 후원자분들께 진심을 다해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홈페이지, 뉴스레터 등등 재단에서 운영하는 채널들에 후원자 명단을 업데이트하고 매년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되는 것을 보여드리는 후원결과보고서를 만들어서 보내드리기도 했죠.(*아마도 후원 업무 중에 사업 부분을 제외하고 후원 관리 차원에서는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업무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300여 명의 후원자들 주소로 손수 보내드린다는 건...)



두 번째로는, 지속적으로 운영한 후원 사업이 있겠네요.

2019년부터 본격적인 후원사업을 통해 장애청소년들과 함께 문화예술활동을 하는 교육을 5년간 지속했습니다. 지역의 초등학교, 중학교 특수학급과 연계하여 예술강사 선생님들, 학교 선생님들과 같이 커리큘럼을 짜고 특수학급 학생들이 문화예술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들었던 것이죠.


2018년에 파일럿으로 했던 프로그램이 있어서 이걸 계속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냉큼 후원 사업으로 진행했습니다. 학교와 학생들의 반응도 좋았고 후원자분들도 꾸준히 진행되는 사업을 보고 계속 후원하겠다는 피드백도 주셔서 지속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코로나 때 직접 찾아가는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워 후원인터뷰 영상 제작을 했었습니다. 그중에서 특수학급 선생님들 인터뷰가 인상 깊었다고 후원해 주신 분들이 여럿 계셨어요.) 이후에 예술강사 선생님들과 함께 포럼도 열어서 자치구에서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동료들의 도움입니다.(*동료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혼자서 모금하러 뛰어다녀 봤자 성과가 나오기는 어려웠습니다. 어찌 되었든 다 같이 조금씩 해줘야 뭐라도 바뀐다는 것을 후원하면서 많이 깨달았네요.) 사실 많은 직원분들이 직접 후원을 하면서, 각 사업장에서도 후원을 많이 홍보해주고 계셔서 지금도 후원이 잘 운영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담당자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후원을 담당하면서 정말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다른 팀들에 도움을 요청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잘 도와주셨던 동료들 덕분에 잘 버티면서 해냈던 것 같네요. 후원업무를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쓰려고 시작한 글이 어느덧 소회로 바뀌어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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