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C vs. B2B
올 초부터 딥러닝 기반 B2B 솔루션의 PM 업무를 맡게 되었다. 평소에 맡고 싶었던 PM 업무였던 만큼 열정적으로 업무에 임했다. 제품 기획단계부터 시작해 개발 관리, 출시, 업데이트 등 제품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 업무를 맡아 진행했다. 개발팀, 사업팀과 6개월 동안 고생한 끝에 마침내 제품이 완성되었고,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하였지만 실제 판매가 이루어지기까지 굉장히 많은 난관을 겪었다.
그리고 스스로 물었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까?
우리의 '진짜' 고객은 누굴까?
과거 모바일 게임회사에서 퍼블리싱 게임을 위한 PM(Product Manager) 업무를 맡았던 적이 있었다. 잠깐의 방황을 마친 뒤 최근 딥러닝 기반 솔루션을 제조업체에게 제공하는 B2B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하며 다시 PM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주변 지인들이 종종 B2C와 B2B의 차이점, 그중에서도 PM으로서 느껴지는 차이점에 대해서 물어보곤 한다. PM의 역할은 제품을 개발하는 전반의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다. 얼핏 생각해보면 B2B와 B2C는 크게 다를 것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제품을 사용하는 주체는 당연히 고객이고, B2B와 B2C는 “고객군”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인 제품 기획 프로세스는 아래와 같이 설명할 수 있다.
1) 시장에 존재하는 Unmet Needs 파악
제품은 본질적으로 사용하는 고객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고객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니즈가 있다면 기존 제품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제품이 필요한 상황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시장이나, 관심 있는 시장에 존재하는 제품의 핵심적인 요소나 고객들이 불편해하는 사항을 찾아본다.
2) 여러 고객들의 다양한 VoC (Voice of Customer) 수집
Unmet Needs 이외에도 고객들은 다양한 Needs를 가지고 있다.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 그들의 Needs를 최대한 많이 수집해야만 한다. 그래야지만 그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
3) 수집한 고객 Needs를 분석
고객의 Needs는 정말 다양하고 많지만, 제한된 리소스에서 이를 다 만족시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각각의 Needs에 우선순위를 정해, 제품에 필수적으로 들어갈 기능과 부가적인 기능을 나누고, 업데이트 계획을 세워둔다. 그리고 중요도와 우선순위를 고려하여 제품 기능 명세서를 작성한다.
4) 최적의 UI/UX를 기획
UI 화면 구성과 각각의 기능에 대한 설명을 작성한다.
우리가 만든 제품을 고객이 사용했을 때, 고객은 제품을 통해 실질적인 가치를 얻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VoC가 제품 기획 단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VoC를 통해 고객의 Needs를 분석하고 이를 제품에 반영해 고객이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제품 개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몇 년 전 큰 화젯거리가 됐던 Dropbox의 초기 사업계획서를 보면 위와 같은 과정이 매우 잘 나타나 있다. Dropbox는 팀 단위로 일을 하는 조직에서 최신 파일을 관리하는 과정에 Unmet Needs가 있다는 것을 파악하였다. 파일 접근성, 문서 최신화, 백업, 속도 등 다양한 Needs들을 바탕으로 제품의 핵심 기능을 정의하였다. 다른 경쟁 서비스들 대비 심플하고 직관적인 UI를 구현하여 빠르게 시장에 침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위 프로세스를 따른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더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내가 느낀 B2C와 B2B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고객 정의 단계이다. B2C의 제품은 End User가 Customer, 즉 고객 개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을 사는 것도, 사용하는 것도 당연히 고객 개개인이다. 즉, 제품 기획 과정에서 고객들의 Needs를 직접 분석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B2B의 End User는 기업이다. 기업 역시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한다. 하지만 B2B가 가지고 있는 특성상 B2C와 비교해 확연한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차이점 1. 산업 내 Ecosystem
앞에서 말했듯, 우리 팀은 최고의 B2B 솔루션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며 VoC를 수집했다. 그리고 이를 반영한 제품을 6개월 간의 고생 끝에 출시했다. 들뜬 마음으로 고객들을 만나 제품을 소개했고 고객들은 제품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 판매로 이어지는 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하였다. 이러한 문제를 분석해본 결과, 우리가 만났던 고객들은 End-User로서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이 맞기는 하지만, ‘표준화된’ 제품을 가지고 본인들이 필요한 솔루션을 ‘직접 개발’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대다수의 End-User는 SI (System Integrator) 업체들에게 외주 개발을 맡기고 있었다. SI 업체들은 표준 제품을 사용했지만 각 고객사에 맞춰 특화된 솔루션을 공급하는 형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End-User들은 표준화된 제품을 보아도 관심만 보일 뿐이었으며 결국 솔루션 개발까지 요구를 하고 있었다. 이는 B2B 시장 구조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했던 문제였다. 우리의 진짜 고객은 End-User가 아닌 SI 업체였던 것이다.
차이점 2. 제품의 Customizing
B2C는 고객의 수가 많다. 우리가 만들어 낸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해줄 고객들은 어딘가에 항상 존재한다. 문제는 제품을 사용해줄 고객의 숫자다. 그러나 B2B는 그렇지 않다. 고객의 수가 매우 한정적이며, 그들의 Needs를 완벽히 맞춰주지 않는 이상 제품 구매를 하지 않는다. 위에서 이야기한 생태계를 다시 한번 살펴보면, End-User 고객들 대다수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완벽한 솔루션을 요구한다. 그들에게 있어 제조사가 만든 표준화된 제품이 어떤 기능들을 제공하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모든 기능이 구현되어있는지가 중요한 뿐이다. 결국 우리는 End-User에게 커스터마이징 된 솔루션을 공급할 것인지, 아니면 System Integrator에게 우리의 표준화된 제품을 팔 것인지 선택을 해야만 한다.
필요한 기능을 만들고 제품을 완성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좋은 제품의 핵심은 사용자에 대한 올바른 이해라고 생각한다. B2C와 B2B의 고객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의 성격도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B2C 비즈니스는 다수의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제품을 만든다. 세세한 특징들보다는 핵심적인 기능을 바탕으로 제품을 만들고 제공한다. 반대로 B2B 비즈니스의 고객은 소수의 구매력이 매우 큰 회사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특화된 솔루션을 큰돈을 주고 구매할 여력이 있고, 그런 그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할 System Integrator들이 시장에 존재한다. 즉, 단순히 End-User의 특성만을 살펴볼 것이 아니고 중간 고객들 역시 제품 기획 과정에 반영이 되어야만 한다. 독특한 기능을 기반으로 모두를 만족시키고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B2C의 본질적인 어려움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B2B의 가장 큰 과제는 판매를 위한 조직이 되는 것이 아닌 제품을 구매하는 기업의 전략을 성실하게 수행해 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에 있다.
여러분들의 고객은 어떠한가? 정말 End-User만이 여러분들의 고객인가? 여러분들의 진짜 고객은 누구인가?
만약 너무 생각할 것들이 많다고 판단된다면 아래 피터 드러커의 핵심적인 5가지 질문을 한번 참고해보자.
질문 1. 왜,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질문 2. 반드시 만족시켜야 할 대상은 누구인가?
질문 3. 그들은 무엇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가?
질문 4. 어떤 결과가 필요하며,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질문 5.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Written by 김민석
Edited by 조경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