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이면 새롭고 신선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독자가 흥미롭게 생각할만한 주제는 뭐가 있을지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는데, 기껏 쥐어짜 생각해낸 그 무엇도 딱히 매력 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일 년이 흘렀다. 작가는 응당 독자를 상상하며 글을 써야 하지만,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고민은 기약 없이 늘어지기만 하고, 이렇게 아무것도 쓰지 못하느니 차라리 뭐라도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일단 쓴다.
내 직업은 일러스트레이터다. 과거에는 애플케어 기술 지원 어드바이저였고, 더 과거에는 KT&G 상상마당 기획실 직원이었다. 더욱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스타벅스 아르바이트생이었고, 잠깐 커피빈 아르바이트생인 적도 있었다. 커피빈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고객에게 "안녕하세요. 스타벅스입니다."라고 인사해 커피빈 고객이 매우 당황했다는 일화는 내 주변에서 꽤 유명한 에피소드다. 어쨌든, 다양한 직업을 거쳐 2021년 현재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살고 있다. 나는 앞으로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인으로서 경험한 이야기를 글로 쓰고자 한다. 뭐든 아무도 말하지 않으면 비밀스러운 것이 되고, 누군가 말하기 시작하면 비밀은 깨진다. 그래서 이 기록은 비밀스럽지 않은 그림 작가의 삶이다. 내가 몸담은 분야는 그림이지만, 다양한 분야의 프리랜서라면 공감할 이야기가 될 거고, 프리랜서의 삶을 계획한 누군가에게는 다른 하나의 예가 될 거다.
내게 있어 그림은 돈이 되는 일이라, 돈 되는 그림을 그리는 것 외의 다른 일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살았다. 사는 게 중요했으니까. 지금도 물론 사는 게 중요하다, 나를 먹이고 입히고, 이 한 몸 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유지하는 건 돈이 하는 일이다. 하지만 돈의 일에 삶의 모든 시간을 쓰고 싶지 않다. 기록의 행위란 그런 것이다. 돈의 일에 반대되는 길을 기꺼이 하는 것, 다시 말하면 돈 보다 좋은 것. 이 세상에 돈 보다 좋은 게 어딨냐고 묻는 삶에게는 아무런 공감도 일으키지 못하겠지만 크게 상관없다. 소 귀에 경을 읽으면 뭐 하겠나. 들을 귀가 있는 사람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펼쳐 보이고 싶다. 뭉뚱그린 문장으로 독자의 상상을 일으키는 글은 확실히 아닐 거다. 아주 자세하고 꼼꼼하게 기록해 내가 경험한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적어가겠다.
일주일에 한 편, 비밀스럽지 않은 그림 작가의 삶을 연재한다. 프로젝트158 블로그와 브런치에 올라가니 편한 채널로 읽어주면 좋겠다. 이 세상에 볼 거리, 읽을거리가 너무도 많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야기가 필요하다. 다다익선, 많을수록 좋은 것. 그런 마음으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