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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진 Apr 05. 2022

코로나 확진과 자가격리 1일차 기록

결국 우려하던 일이 발생하고야 말았다.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요즘은 4명당 1명꼴로 걸린다지만, 그게 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차마 하지 못했다. 친한 친구 혜진이가 코로나 확진과 회복 기록을 브이로그로 남겼는데, 그 영상을 보면서도 내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어디서 어떻게 걸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오늘부터 자가 격리 일상을 기록하려고 한다. 이거라도 안 하면 딱히 할 것도 없다.


지금 돌이켜보면, 목이 따끔거렸던 게 모든 증상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지난주 금요일 아침에 눈을 떴는데, 목감기 증상이 있었다. 전날 목도리를 하지 않아서 단순히 목감기에 걸린 거라 생각하고 외출할 때는 더 신경 써서 목도리를 하고, 틈만 나면 따뜻한 물을 마셨다. 혹시 몰라서 종합 감기약을 사다 때 되면 먹었다. 설마 코로나겠어... 하는 마음이었다. 그래도 조심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어 중요한 미팅을 마치고는 아무도 만나지 않고 바로 작업실로 돌아왔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는데 토요일부터 열이 나면서 완전히 앓아누웠다. 근데 동시에 왜 이리도 졸린지. 오한이 있는데도 잠이 그 모든 걸 이겨버릴 정도로 12시간 넘게 계속 잤다. 눈을 뜨고 있을 때도 거의 졸다시피 했는데, 백신을 맞았을 때도 그렇게 잠을 잤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내 몸 안에서 '잠'이라는 형태로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다. 허리가 아플 정도로 많은 잠을 자고 동시에 끙끙 앓으면서 주말을 보냈다.


월요일이 되니 약간 기운이 나서 동네 내과를 찾아갔다. 증상은 감기 몸살이라 적고, 의사 선생님을 만났는데, 진찰하시더니 단순 감기 증상으로 보이지만 혹시 모르니 PCR 검사를 받아보라며 소견서를 써주셨다. 3일 치 감기약도 받았다. 써주신 소견서를 들고 보건소에 갔다. 진단서를 가지고 가면 바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월요일 오전이라 어차피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검사를 받고 나니 왠지 코로나에 걸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나는 곧장 작업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또 잤다...


처음에는 목이 아팠지만,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을 먹으니 목 아픈 것도 많이 사라지고, 몸살기도 없고, 그냥 콧물에 잔기침만 있다. 코로나 오미크론에 걸리면 목이 엄청 아프다고들 하는데, 나는 생각보다 목이 많이 아프지는 않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감기에 걸리면 처음에는 목이 아프고, 오한에 몸살기가 심하게 왔다가 나을 때가 되면 잔기침이 나고 콧물이 많이 나오는 편인데, 감기의 정석처럼 지금 내 몸도 그렇다. 하도 코를 풀어서 코가 헐어버릴 것 같아 신경 써서 로션을 발라주고 있다. 기침 때문에 횡격막 부근도 당기고 아픈 느낌이 있는데, 이건 감기 걸릴 때마다 있었던 증상이라 특별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나의 코로나 확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일단 잠이 쏟아진다는 거고, 그다음엔 커피가 맛이 없다는 거다. 식욕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서 미각과 후각에는 영향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딱 하나, 커피에만 반응한다. 그리도 좋아하는 커피였건만 아무 냄새도 맡을 수 없고, 당연히 아무 맛도 안 난다. 그냥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게 코로나 확진자로서 느끼는 가장 큰 아쉬움이다. 평소에는 아침만 되면 그렇게 커피가 먹고 싶었는데 지금은 아무 감각이 없다. 왜 유독 커피에만 반응하는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마법 세계의 보가트처럼 (해리포터에 나오는 보가트는 마주치는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모습으로 변하는 마법 생물이다. 론에게는 대형 거미로, 해리에게는 디멘터로 변장하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건 아니다), 바이러스가 개인별로 다르게 반응하는 거라면, 코로나는 가장 좋아하는 것을 빼앗아가는 것 같다. 나에게는 커피를 빼앗아간 나쁜 바이러스다.


재미있는 건 이것 또한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진다고 한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바이러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지만, 그나마 하나 붙잡을 수 있는 건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 아닐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아무렇지 않게 커피를 마시게 될 거고, 지금 적고 있는 코로나 확진 일기 또한 과거의 기록이 될 거다. 우리 모두의 엉킨 관계와 고달픈 삶의 문제도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진다. 그러니까 지금은 불편해도 조금만 참으면 아무렇지 않은 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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