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수진 Apr 10. 2022

코로나 확진과 자가격리 6일차 기록

벌써 오늘 자정이면 자가 격리를 마친다. 아쉬울 정도로 시간이 빨리 흘러갔다. 함께 하는 시간에 비해 혼자 보내는 시간은 속도가 빠르다. 격리하는 기간 동안 기록을 한 것도 참 잘한 일 같다. 이 짧은 기간 동안 나름 단단해지는 과정을 거쳤다. 나중에 재밌게 읽힐 것 같다. 격리 기간을 돌이켜보니 역시나 허투루 버려진 시간은 하나도 없다. 시간을 마음껏 낭비하기 위해 열심히 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모순된 두 개의 개념을 하나의 문장으로 합쳐버리는 것이 우리네 인생인 것 같다. 응? 갑자기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가 보낸 모든 시간은 삶이라는 형태 안에 차곡차곡 쌓였다.



내일은 가벼운 산책을 하면서 그간 활짝 편 꽃과 나무를 즐길 예정이다. 물아일체를 경험하고 싶다. 4월이라는 좋은 계절을 만끽하고 싶다. 그리고 화요일에는 엄마도 격리를 마치기 때문에 윤중로에 꽃 구경을 갈 예정이다. 벚꽃 축제도 다시 열리고, 곧 바깥에서는 마스크도 벗을 수 있다 생각하니 마음이 설렌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줄 곳 했던 것 같은데, 굳이 예전이라는 말을 쓸 필요 없이 그저 앞으로 펼쳐질 미래가 기대된다. 모두가 습관적으로 손을 잘 씻을 거고, 서로가 서로를 조심하면서 당연히 거리를 유지하는 습관을 갖고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바이러스 덕분에 인류는 많이 배웠다. 이렇게 또 앞으로 나아가는 거다. 예전으로 돌아가는 게 아닌, 과거를 통해 배우고 고쳐서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갖는 것. 알랭 드 보통은 인류는 발전의 반대에 서 있다고 했지만, 팬데믹과 바이러스를 겪은 나로서는 그의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 사람의 DNA 안에는 더 나은 것을 향한 갈망이 움트고 있다.



다소 삭막했던 겨울의 풍경이 초록으로 바뀌는 섭리를 보며 사람은 더욱 그렇게 느낀다. 길고 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는 사실은 자연이다. 자연스럽다는 건 바로 이런 거다. 겨울의 시간을 찬찬히 보내며 봄을 꿈꾸고 봄을 기다리고, 봄을 만끽한다. 지극히 자연스럽다. 내가 숨 쉬는 공기의 온도가 다르다. 높아진 온도에 모든 촉각을 집중해 본다. 따뜻하고 행복한 감각이 온몸과 마음에 새겨진다. 봄이다. 이제 봄이다.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 확진과 자가격리 5일차 기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