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발견한 보물 같은 책
밀리의 서재에서 우연히 발견한 보물 같은 책.
자극적인 제목에 이끌려 무심코 펼쳤다가 아주 오랜만에 책을 읽으며 해갈을 느꼈다.
누가 처음부터 나이 오십에 청소 노동자였나.
엄마로서, 여자로서, 며느리로서, 아내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겪는 감정과 생각들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때론 적나라하게 펼쳐나가는 필력이 내 마음 한 켠의 가려움을 박박 긁어주는 것 같았다.
'유용하지 않다는 것 때문에 아무도 억압하지 않는' 그 일을 계속 하셨으면 좋겠고
지구 반대편에서 비슷한 투쟁을 하고 있는 독자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셨으면 좋겠다.
마지막 작가님의 이름 석자를 회복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아이디어는 매우 훌륭했다.
송은주 작가님 이름 석자, 기억하겠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청소일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군요.)
내가 최근 인생에서 깨달은 것은 이현의 소설 <호수의 일>에서 주인공 호정의 부모님이 무심코 던진 대사 같은 것이다. "어느 날 돌아보니 내가 만두를 빚으며 살아가고 있더라고." (중략) 젊은 시절 우리는 모두 호정의 부모님처럼 꽤 대단한 일을 하며 살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중 대부분은 만두를 빚으며 살고 있는 것이다. 거기엔 어떤 평가도 들어 있지 않다.
물론 그들의 '침묵'과 '선나'는 잘나가던 시절의 며느리에 대한 시어머니의 회한이자, 혹 딸이 주눅 들었을까 봐 보내는 친정 엄마의 응원 메시지였음이 분명하다.
음식은 어머니가 사랑하는 자식을 위해 부르는 사랑의 세레나데이자, 어느 시절 한껏 쌓아 올린 어머니의 전문 영역이었다. 하지만 자식은 이제 독립하고 어머니를 떠났고, 더 이상 어머니의 기량을 선보일 무대는 사라졌다.
당시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농담이 있었단다. "남성이 자기 가사도우미와 결혼하면 그 나라의 GDP가 감소하고, 자기 어머니를 양로원에 보내면 GDP가 상승한다." 가사노동 자체가 얼마나 오랫동안 형체 없이 존재해 왔는지 보여주는 예이자, 우리 사회에 부지불식간에 깔려있는 돌봄과 가사 노동에 대한 오랜 폄하를 보여준다.
아이 사춘기와 내 갱년기를 지나면서는 울고 싶을 때마다 책을 읽었다. 책을 읽을 때만큼은 비로소 내가 나를 돌보는 느낌이 들었다.
아버지와 똑같은 어른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그도 나처럼 괜찮은 부모 노릇 하고 싶어 하던 평범한 어른이었을 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난 알아요, 믿을 필요가 없어요!
리베카 솔닛 <해방자 신데렐라>
일본 영화 <퍼펙트 데이> 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의 일상을 담담하게 따라가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