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정기모임
아, 밥 하기 싫다. 어제도 하기 싫었고, 내일도 하기 싫을 예정이다.
엄마가 차려주던 따뜻한 밥상, 권리인 줄 알고 누렸던 그 호사스러운 시절이 그립다.
매일 국이 바뀌고 반찬이 바뀌는 건 엄마가 수고롭게 만들어낸 작은 기적이었다는 걸
나이 사십을 먹고서야 깨닫는다.
제대로 된 인정도, 감사도, 보상도 없이 엄마는 어떤 마음으로 밥상을 차렸을까.
매일의 권태와 지루함, 또 그 무심함들은 어떻게 견뎌냈을까.
이 책은 밥상을 차리던 엄마가 밥상을 뒤엎고 뛰쳐나간 이야기다.
국문학을 공부하고 출판사에서 일하던 평범한 한국 여자가
결혼과 출산, 육아를 하면서 '의심없이' 직장을 그만두고 '의심없이' 밥상을 차려내는 일을 하다가
나이 오십이 되어 자기만의 밥상을 차려보려고 애쓰는 의지와 투쟁의 기록이다.
누가 처음부터 엄마였고 전업맘이었고 며느리였나.
그리고 누가 처음부터 나이 오십에 청소 노동자였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아무리 해도 티 나지 않던 일들이
돈으로 환산되는 마법을 맛 본 나이 오십의 청소 노동자 엄마는
슬프고 초라하기는 커녕 용기있고 활력 넘쳐 보였다.
오늘도 묵묵히 밥상을 차려내는 이들의 수고를 이루 가늠할 바 없지만
오늘의 나는 '그 밥상' 말고 나만이 차려낼 수 있는 '다른 밥상'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은 두 밥상 사이에서 늘 번뇌하고 고군분투하는 나에게
너만 그런거 아니야, 이렇게 투쟁하는 나도 있어 라고 건데는 한 마디 위로 같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오늘 밥상 차리기를 거부하는 건
어쩌면 엄마가 차려준 바로 그 밥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 딸은 나보다 더 넓은 세상에서 자기만의 밥상을 오롯이 차려내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을 나는 밥상 너머로 보고 자랐다.
내가 오늘을 열심히 사는 건 다 엄마의 밥상 때문이다. 그 밥심 덕분이다.
나는 과연 나만의 밥상을 차려낼 수 있을까? 나의 밥상을 지켜낼 수 있을까?
나의 밥상으로 소중한 이들을 넉넉히 먹이고 후히 대접할 수 있을까?
오늘도 밥 하기 싫은 나는 지금도 묵묵히
자기만의 밥상을 성실히 차려내고 있을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