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의 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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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처

세상은 계획적으로 꾸며져 있으며 규칙적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이는 버저가 울릴 때마다 모이통이 열리기 때문에 비둘기는 그렇게 믿는다.


하지만 사실 별 규칙 없이 돌아가는 것일 수 있다.

버저가 울릴 때마다 모이통이 열리는 것이 아닌, 부리로 모이통을 쪼거나, 날갯짓을 해야 열리는 것일 수 있다. 버저는 단지 우연적으로 겹쳤을 뿐일 수도 있고, 비둘기의 생각이 질량을 갖고 모이통을 열게 만든 것일 수도 있다.


비둘기는 무작위성 세계에 자신만의 규칙을 더한다.

버저가 울리길 기다리던가,

열리길 믿던가,

부리로 쪼던가,

날갯짓을 하던가...

그래야만 갈망하는 모이통이 열리니 말이다.


그리고 모이통이 열리는 순간,


비둘기는 그 순간의 세계에 갇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