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의 밤

1

by 로처

"변화의 기운이 느껴져. 하지만 너무 희미해."

"더 선명해야 돼."


테이블 위의 지폐를 바라봤다. 시선은 짙은 회색 카드로 미끄러졌다.

앞에 앉은 여인은 수레바퀴가 그려진 카드를 확인하란 듯 살짝 밀어 올렸다.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


"더 물어볼 건 없어?"

"말씀드렸듯이, 가진 건 만 원 한 장뿐입니다."

"그래, 총각 잘해봐. 인물도 훤하구먼. 근데 이마를 가리지 않는 게 좋겠어. 복이 이마에 다 들어 있어."

"원래 관상은 3만 원인데..."

말이 늘어질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섰다.


점술가는 여러 가지 말을 덧붙였지만, 딱히 귀담아듣진 않았다.

... 그냥 바넘 효과일 테니까.


바람이 살을 에듯 차갑다.

"벌써 12월인가."

어깨 위에 추위가 얹혀 몸이 움츠러든다.

비어 있음을 알면서도 지갑을 열었다.

"마지막 만 원..." 한숨이 흘렀다.


확신에 찬 대답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 막막함을 채울 방법을 몰랐을 뿐이다.

누군가의 위로, 혹은 의지할 한 마디가 필요했을까.


외투 주머니에서 이어폰과 스마트폰을 꺼내 연결했다.

살면서 마주하는 순간마다, 음악은 삶의 색깔을 바꾼다.

재생을 누르자 라디오헤드의 Last Flowers가 흘러나왔다.


하늘에 보름달이 떠 있었다.

무심한 달.

오래 바라보면 생각에 잠길 것 같아 발걸음을 서둘렀다.


몇 걸음 걷고 뒤돌아보니 달은 이미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 어둠 속에 무엇이 남아 있는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