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Small Things like These

클레어 키건

by 블라이
Small Things Like These
by Claire Keegan


네덜란드 하를렘의 작은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얇은 영어책 한 권. 이처럼 사소한 것(Small Things Like These)은 손바닥만 한 분량이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놀랍도록 예리하고 묵직했다.


이 작품은 1985년 아일랜드의 한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당시 가톨릭교회가 운영하던 막달레나 세탁소(Magdalene Laundries) — 미혼모들을 강제로 수용해 노동시키던 시설 — 의 실체를 고발하며, 그 속에서 한 남자가 옳은 일을 선택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 소설은 2024년 배우 킬리언 머피가 직접 주연과 제작을 맡아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넷플릭스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책이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영화로 접해도 좋을 것 같다. 머피의 절제된 연기가 작품의 침묵 속 고뇌를 고스란히 전달한다.




주인공 빌 펄롱(Bill Furlong)은 석탄과 목재를 파는 평범한 상인이다.


다섯 딸의 아버지로, 가난하지도 부유하지도 않은 중산층의 가장으로 살아간다. 겉보기엔 평탄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지워지지 않는 과거가 있다. 미혼모였던 어머니와 함께 세상의 편견 속에 살아야 했던 기억이다.


다행히 어머니가 가정부로 일하던 자비로운 윌슨 부인의 도움으로,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자랄 수 있었다. 덕분에 지금은 어엿한 가장이자 석탄 판매업자로 성장했다.


그러던 어느 겨울, 그는 크리스마스 기간 수녀원에 석탄을 배달하던 중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다. 춥고 어두운 석탄 창고에 한 어린 소녀가 갇혀 있었던 것이다.


수녀원의 원장은 태연히 그녀가 게임을 하다 갇힌 것이라 둘러대지만, 빌은 그 말이 거짓임을 직감한다. 원장은 그에게 선물이라며 용돈과 크리스마스 카드를 전하는데 그는 어찌하지 못하고 봉투를 받는다. 이후 그는 깊은 도덕적 갈등에 빠진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수녀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종교의 권위와 사회적 시선, 생계의 두려움으로 모두 침묵했다. 빌의 아내조차 “괜히 엮이지 말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마저 외면한다면 그 소녀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면서 그는 윌슨 부인을 떠올린다. 세상의 냉대 속에서도 자신과 어머니를 지켜준, 그 한 사람의 따뜻한 손길을.


그리고 그는 용기를 내어 두려움을 넘어선 선택을 한다.




두려움 속의 용기


짧지만 강렬한 여운을 주는 책이었다. 우리가 얼마나 쉽게 침묵하고, 또 얼마나 자주 ‘도덕적, 합리적 이유’를 만들어 내며 진실로부터 눈을 감는지를 보여준다.


빌 펄롱의 용기는 영웅적이라기보다 지극히 인간적이다. 그는 두려웠고, 망설였으며, 여전히 불안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옳은 일을 했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용기’의 모습일지 모른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사회적 기준, 조직의 논리, 혹은 개인의 이익에 따라 침묵할 때가 있다. 비슷한 갈림길에 서있는 사람들에게 이 작품은 조용히 묻는다.


“당신은 두려움을 넘어 행동할 수 있겠는가?”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