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해외 살이 10년 차,
스물세 살 대학 졸업 후, 서른다섯이 된 지금까지 나는 약 10년을 해외에서 살아왔다. 처음에는 꿈을 좇아, 그다음에는 일과 공부를 위해, 그리고 지금은 새로운 삶의 기회를 찾아 다른 나라에 머무르고 있다.
20대 초반, 처음 캄보디아로 해외 봉사를 떠났던 순간이 시작이었다. 그 이후 봉사를 넘어 직업으로서 이 일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모잠비크 근무에 도전했고, 이어 케냐까지 기회가 열렸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내 삶을 지탱할 수 있는 경제적 독립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했다. 이후 더 전문성을 갖추고 싶어 네덜란드로 유학을 오게 되었고, 석사 졸업 후에도 이어진 취업 기회 덕분에 이곳에 머문 지도 벌써 5년이 흘렀다.
항상 새로운 나라를 떠날 때마다 ‘이것만 끝나면 한국으로 돌아가야지’라는 다짐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미루다 보니 어느새 10년. 이제는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게 쉽게 그려지지 않고, 오히려 두려운 마음마저 생기기 시작했다. 생각은 많아지고, 머물 이유도 돌아갈 이유도 점차 많아질 때, 마음은 더 간사해진다. 때로는 해외 이민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그래, 나오기를 잘했다 스스로 위안하기도 하고, 때로는 한국이 그리워 다시 돌아가는 지인들을 보며 부러워하는 마음을 갖기도 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 건 없다. 다만 내 선택에 책임을 지고 살아가면 된다. 후회하지 않고, 혹여 다시 수정이 필요하다 느낄 때는 충분히 고민하고 결단을 내리면 된다. 결국은 우선순위의 문제인 것 같다. 그리고 우선순위는 때로는 바뀌기도 한다. 한국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과, 이곳에서 내가 원하는 커리어와 자유를 누리는 삶. 그 둘 사이에서 무엇을 얻고 싶은지, 더 선명하게 그려낼수록 후회 없는 선택이 가능할 것이다.
떠나는 것도, 머무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내 안에서는 항상 두 마음이 싸운다. 한국으로 돌아가서 하루빨리 다시 자리 잡고 살아야지 하는 마음과 그 누구의 간섭 없이 이곳에서 내가 원하는 일상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 아마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을 것 같다. 돌아갈 용기도 계속 머물 용기도 조금 필요한 사람들.
그래서 글을 써보고 싶어졌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기록하여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두 마음이 충분하게 토론하도록 두자. 돌아가고 싶은 마음과 남고 싶은 마음이 부딪히고, 그 싸움 끝에서 신중한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그리고 돌아가든 남든, 내 선택에 스스로 책임질 용기를 갖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