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수 있는 용기
해외 살이 10년 차, 내가 얻고 싶은 것
삶에서 가장 갖고 싶은 능력은 맥락을 읽고 인사이트를 발견하며, 그것을 잘 표현하는 것이다. 네덜란드에서 석사 과정을 공부하면서 이 능력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수업은 늘 토론으로 이어졌다. 단순히 지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교수와 학생들이 각자의 생각을 표현하고 서로의 관점을 부딪히며 결론을 찾아갔다. 수업이 끝난 뒤에도 소규모 모임에서 의견을 나누었고, 주요 인사이트를 요약해 다음 수업 시간에 전체 학생들과 공유했다. 토론 속에서 내 시야와 생각의 폭이 넓어졌다. 그때 얻은 영감들이 지금까지 가장 오래 남았다.
시험 역시 정답을 찾는 문제가 아니었다. 오직 중요한 것은 수업을 통해 어떤 인사이트를 만들어냈는지였다. 단순히 배운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어떤 부분에 동의하지 않는지, 또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써야 했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곧 그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배움을 깊이 있게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배움은 한국에서의 교육 경험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고등학교 시절, 이해되지 않는 문제를 질문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늘 똑같았다. “괜히 시간 뺏기지 말고 그냥 외워. “ 그것이 효율적이고 똑똑한 방식처럼 여겨졌지만, 나는 그런 공부에 점점 흥미를 잃어갔다.
세상에는 하나의 문제에도 여러 시각과 해답이 있을 수 있는데, 왜 우리는 정답 하나만을 강요받아야 할까? 그런 의문이 나를 책으로 이끌었다.
집 근처에 새로 지어진 시립도서관이 있었다. 그곳은 내게 무한한 배움의 놀이터였다. 학원에 가는 대신 나는 도서관에 갔다. 원하는 책을 마음껏 빌려 읽었고, 덕분에 나는 오히려 더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었다. 책은 저자와 대화하는 듯 나를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었고, 그 속에서 나는 스스로 사고하는 힘을 길렀다.
해외 생활 10년 동안 서로 다른 문화와 가치를 가진 나라들 속에서 살아가며, 세상에는 정답이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더욱 선명하게 느꼈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다른 곳에서는 다르게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중요한 것의 기준 또한 상대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외에서 살다 보니 예전에는 한국 저자들의 책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다양한 나라의 저자들의 책을 찾아 읽으려 한다.
여전히 나는 책을 읽고 글로 남기는 일에 즐거움을 느낀다. 과거의 독서 감상문을 다시 읽으면, 그 시절의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고, 시간이 흐르며 달라진 시각도 발견한다. 이제는 나만의 기록에 머물지 않고 브런치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앞으로 AI가 더욱 발달하면, 단순히 남들이 시키는 대로 하거나 정해진 정답만 좇는 사람은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흐름을 읽고 본질을 파악하며, 인사이트를 제시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잘 표력할 줄 아는 능력일 것이다. AI에게 좋은 질문과 명령을 내릴 수 있으려면 결국 인간의 사유와 통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내가 얻은 인사이트를 정리한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시야를 넓히려 한다. 그렇게 쌓인 인사이트로 하루하루 더 성장해 나가길, 그리고 언젠가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좋은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