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고 싶은 것: 일상의 영감

떠날 수 있는 용기

by 블라이
해외 살이 10년 차, Anne Frank Diary


네덜란드 왔던 첫해, 암스테르담에 있는 안네 프랑크 하우스를 방문했다. 어렸을 적 감명 깊게 읽었던 안네의 읽기 속 안네의 가족들이 나치군을 피해 2년간 숨어 지냈던 곳인데 현재는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안네 프랑크는 독일계 유대인 소녀였다. 히틀러가 집권하면서 유대인에 대한 박해가 심해지자, 그녀의 가족은 네덜란드로 피난을 왔다. 하지만 전쟁의 불길은 곧 암스테르담에도 닿았고, 독일군은 유대인들을 색출하기 시작했다. 결국 안네의 가족은 아버지 오토 프랑크가 운영하던 회사 건물 뒤편에 숨겨진 은신처로 들어갔다. 책장 뒤 비밀 통로 속 좁은 방에서 숨어 지내던 안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일기를 적어 나갔다.


좁은 계단과 은신처의 방, 벽에 붙어 있던 사진들과 메모를 보면서 마음 한쪽이 먹먹해졌다. 그곳을 걸으며 어린 소녀와 그녀의 가족이 겪었을 시간을 상상해 보았다. 일기를 적었던 방을 직접 방문해 보니 안네가 느꼈을 막막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더 깊게 와닿는다.



안네는 자신의 작은 방에서 그녀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쏟아냈다. 그렇게 적어내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안네는 실제 하지 않은 인물인 키티에게 은신처에서 벌어지는 작고 소소한 일상, 사춘기 소녀가 느꼈을 법한 고민들, 그리고 언제 이 상황이 끝날지 알 수 없다는 두려운 마음에 대해 털어놓는다. 마치 정말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있는 것처럼.


나 역시 해외에서 새로 시작해야 했을 때 늘 일기를 쓰며 힘을 얻었다. 두려운 마음, 속상했던 것,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거리낌 없이 적으며 마음을 다잡았고 그다음 날을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




안네의 일기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희망을 놓지 않는 태도였다.


Where there's hope, there's life. It fills us with fresh courage and makes us strong again.


안네는 이런 소망을 갖고 언젠가 밖으로 나가면, 글을 통해 세상을 밝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그녀의 꿈은 그녀 살아생전에 이루어지진 못했다. 1944년 그들의 은신처는 독일군에게 발각되었고, 안네와 가족들은 강제수용소로 끌려갔다. 그렇게 한 소녀의 꿈은 비극 속에서 멈춘 듯 보였지만, 다른 누군가를 통해 실현되었다. 안네는 강제수용소에서 끝내 살아남지 못했지만, 가족 중 유일하게 생존한 그녀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가 딸의 일기를 세상에 내놓았다. 전쟁이 끝나면 작가가 되고 싶었던 안네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서이다.


안네는 직접 자신의 글을 세상에 전하지 못했지만, 그녀의 일상과 생각을 담은 일기는 아버지를 통해 세대를 넘어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어린 나이에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꿈을 적어 내려간 그녀의 생각은 오늘을 살아가는 나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브런치에는 그런 글들이 많다. 각기 다른 삶의 모습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낸다. 일상이나 일, 소소하게 느낀 점들, 바람, 때로는 고민을 나누며 서로 공감한다. 그런 작은 글들이 누군가에게 울림이 되고, 또 하루를 살아갈 힘이 되기도 한다.


나 역시 그런 글을 쓰고 싶다. 네덜란드의 이스라엘 소녀가 남긴 글이,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에게, 지금 네덜란드에서 성인이 된 나에게도 닿았듯, 나의 글 역시 누군가에게 닿아 좋은 울림을 줄 수 있기를.




지금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의 무고한 아이들에게 가하는 비인도적인 행태를 보면, 그들 역시 자신들의 역사를 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씁쓸한 마음이 든다. 지금도 전쟁의 고난과 배고픔 속에서 숨어 지내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사람들에게 신의 은총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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