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브리얼 제빈
섬에 있는 서점 - 개브리얼 제빈
나는 한 때 책이 너무 좋아서 집 근처 도서관 사서가 되거나, 카페 같은 작은 서점을 차리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섬에 있는 서점'이라는 제목은 처음부터 마음을 사로잡았다. 낯선 섬 속 서점을 차린다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해졌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나니, 책의 여운이 깊게 남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졌다. 특히 기분이 가라앉을 때 읽으면 따뜻해지는 것 같아 글로 남겨두고 생각날 때마다 다시 찾아보려 한다.
이 책의 주인공 에이제이 피크리(A.J. Fikry)는, 잘 다니던 대학원 박사과정을 때려치우고 사랑하는 아내의 고향인 아일랜드 섬으로 내려가 서점을 연다. 하지만 서점을 낸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내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그의 삶은 완전히 무너진다. 술에 떡이 되어 인스턴트 음식을 벽에 던지며 분노하고 토하기를 반복한다.
그래도 이 서점을 접고 언제든 새로운 삶을 찾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준 값나가는 한정판 책이 있어 안심이 되었건만, 그것마저 집에서 술에 떡이 된 날, 어이없게 잃어버리게 된다. 이제는 어쩔 도리 없이 서점을 열심히 운영해야 한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전엔 한적 없던 홍보나 독서 모임을 열기 시작한다.
그렇게 지낸 지 얼마 되지 않아,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된다. 마야 (Maya)라는 세 살쯤 된 흑인 혼혈 꼬마였다. 일면식도 없는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잘 부탁한다는 쪽지 하나를 달랑 남기고 사라졌는데, 며칠 뒤 바닷가에 싸늘한 시체로 떠내려온 채 발견된다. 며칠간 돌봐주던 사이 정이 들어버린 주인공은 아이에게 연민을 느끼고 결국 마야를 직접 키우기로 결심한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홀로 섬을 운영하던 그가 일면식도 없는 아이를 키우게 되자, 주민들은 그에게 점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전에는 책도 사지 않았던 사람들이었지만 괜히 서점에 들러 책도 몇 권 사고 모임도 가보면서 그를 챙긴다.
그리고 그에게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온다. 그녀는 그가 아내를 잃고 얼마 되지 않았었을 때, 까칠하게 대하며 무시를 주었던 책 판매자였다. 그 둘의 첫 만남은 최악이었지만, 그들은 몇 달에 한 번씩 업무적으로 마주치며 삶과 책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호감을 갖게 되었고, 곧 결혼에 골인까지 하게 된다.
새로운 가정, 새로운 아내, 그리고 마야. 주인공은 점차 잃었던 삶의 의미를 다시 찾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서점은 이제 단순한 가게가 아니라, 사람들이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섬의 중심’이 된다.
하지만 인생은 언제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에게 암이라는 병이 찾아온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두고 가는 게 아쉬워 열심히 치료도 받지만, 그는 마야가 졸업하기 전에 세상을 떠난다. 남겨진 아내는 마야의 앞날을 위해 새로운 곳으로 떠나기로 결심하고, 서점을 새로운 주인에게 넘긴다. 원래는 책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서점 모임을 통해 책을 사랑하게 된 이에게. 그리고 서점은 그렇게 그곳에 남아, 여전히 사람들을 이어준다.
낯선 땅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원치 않던 일을 해야만 했던 현실 속에서 에이제이는 다시 사랑하는 사람들과 삶에 의미를 찾았다. 그리고 서점이라는 공간을 통해 마을 주민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
이 책의 제목은 서점이지만, 단순히 ‘서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곳은 책을 통해 사람들이 만나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사랑을 나누는 공간으로 묘사된다. 결국 ‘사람의 온기’를 담는 장소다.
에이제이가 말했다.
'마야 이전의 삶, 어밀리아 이전의 삶이 이랬다. 인간은 홀로 된 섬이 아니다. 아니 적어도, 인간은 홀로 된 섬으로 있는 게 최상은 아니다'
맞다. 인간은 홀로 된 섬이 아니다. 누구나 혼자 있고 싶어질 때가 많지만, 결국 우리는 누군가의 존재를 그리워하게 되고, 함께 살아감으로 더 성숙해지며 살아갈 힘을 얻는다.
책의 마지막에 주인공의 아내는 후임자에게 이런 메모를 남긴다.
'나는 진심으로 아일랜드 서점을 사랑한다. 나는 신을 믿지 않고, 종교도 없다. 하지만 내게 이 서점은 이승에서 교회와 가장 가까운 곳이다. 이곳은 신성한 곳이다. 이런 서점이 있는 한, 출판업은 오래도록 이어져갈 것이라고 확언한다.'
나는 지난 10년간 여러 나라를 오가며 살았다. 그동안 ‘어디가 살기 좋은가’를 고민하며 늘 더 나은 곳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언제나 좋은 곳만 선택해 살 수는 없다. 살면서 누구에게나 괴롭고 힘들지만 버텨내야 하는 시간이 찾아오고, 때로는 떠나고 싶어도 머물러야 할 때가 있다.
나 역시 인생에 어려움이 오고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삶이 흐르더라도, 그곳에서 내 삶을 의미 있게 세워가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더 잘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얻을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하루를 충실히 살며 다른 이들에게도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될 수 있길.
오늘 하루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내 공간을 사랑으로 채워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