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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벤더핑크 Sep 11. 2021

치킨런

닭도 살기 좋은 동네

   우리 집은 시골이다. 내가 태어난 곳은 그래도 명색이 광역시이지만, 지금 살고 있는 곳은 군, 읍, 리의 시골 마을이다. 태어난 곳은 내가 선택할 수 없었지만, 살고 있는 곳은 오롯이 나의 선택지였다.


   원래 살고 있던 공단 근처의 시내 주거지는 퇴근시간 교통이 너무 밀려 운전이 힘들었던 나머지, 주말마다 부산으로 갔던 나는 부산에 가까운 울산의 남쪽에서 주거지를 찾기 시작했다. 온천을 좋아해 물 좋은 온천을 들렀다가 음식 맛도 좋고, 물 좋고, 공기 맑고 풀벌레 소리가 들리는 그곳의 평화로운 전경이 마음에 들어 이사를 결심했다.

 

   풀벌레 소리가 항상 BGM으로 깔린 시골 뷰의 맑은 공기를 자랑하는 집에 있으면 저절로 힐링되는 기분이라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도 집에 면 풀린다. 이제는 부산에 있는 가족들의 집에서는 자고 나면 나에게만 최적화된 우리 집처럼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 들지 않아, 부산에서의 이틀 일정도 부산 동쪽이라면 굳이 울산에 와서 자고 다음날 부산을 다시 들린다.

 

   인구가 많지 않은 반면, 상하로 긴 형태의 넓은 지역의 군이라 걸쳐진 지역 중 공단에는 제법 큰 기업도 많다보니 군의 예산이 나름 부자인 울주군,


살기 좋은 우리 동네를 소개합니다.


코로나 전 군민 지원금 10만 원 총 2번 지원됨

출산 시 지원금이 특히 둘째 자녀 시 250만 원으로 울산에서 가장 높고 셋째는 심지어 500만 원이다. 그 외에도 10만 원의 상당의 출산용품 등 다양한 혜택이 있다.

전입신고 시 주는 선물로 마른 미역과 군청장으로부터의 편지 및 버스 안내 노선도

9월 말 개통 예정인 경전철과 12월 개통 예정인 KTX-이음이 연결되면 부산, 특히 기장과 해운대 뿐 아니라 서울 등 타 지역으로 이동이 편리해진다.

남쪽 창고라는 지명 이름의 유래답게 예로부터 곡식이 잘 자라 풍부한 농작물로 근처 식당들이 대체적으로 다 맛있고, 근처에 열리는 장은 꽤 먹거리가 많아 다른 구에서 까지 찾아오는 등 유명하다.

온천물이 꽤 좋고, 심지어 온천수가 나오는 아파트도 있음.




   하루는 차를 수리를 맡기고 버스를 타고 집 근처 정류장에 내려 걸어오는 길이었다. 늘 차로 지나다니던 길을 천천히 걸으니, 익숙한 듯 낯선 풍경이다. 봄이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펴서 예쁠 아파트 단지의 가로수길의 지나, 건너편으로는 최근 토목 공사 중 옹기 등 유물 다수가 발견되어 공사가 늦어졌다는 건물이 이제는 몇 층 제법 올라간 모습이 보이고, 최근 새롭게 오픈한 토스트점의 파란 간판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름의 푸르름이 한창인 나뭇잎들이 편안하게 시야에 들어오며, 일렬로 나란히 주차한 차들 사이로 붉은 벼슬도 보인다.


엥? 잠깐, 


벼슬이라고?



............. 닭이다!


난 내 눈을 의심하며 혹시 잘못 본 것인가 싶어 뒷걸음질 쳐 다시 돌아가 보니 역시나 닭이다.

이 닭의 출처를 아시는 분 있으실까 혹시 한번 사진 올려봅니다.

   어느 닭장에서 도망친 건지... 근처에 농가도 보이지 않았는데, 우리 집이 아무리 시골마을이라지만 그래도 나름 아파트 단지인데, 참 미스터리다. 동네에 개도 고양이도 아닌 닭이 돌아다니는 클래쓰....


   도대체 어디서 탈출한 건지 궁금한 것을 못 참는 성격인 나는 너무 궁금했던 나머지, 동네 장에 신비 복숭아가 나왔는지, 실시간 막힌 도로 상황이라든지, 잃어버린 지갑이나 강아지도 찾아주는 등 실시간 지역맘들의 정보력이 꽤나 민첩한 지역 카페에도 올려보았지만 아직까지 오리무중이다. 닭의 출처는 다들 나만큼이나 궁금해하시며 출처는 결국 알지 못했지만, 댓글에 닭의 안위에 대한 걱정과 함께 동네에서 가끔 돌아다닌다는 토끼에 대한 제보도 달렸다.


그리고 달린 또 다른 댓글에서 닭의 실시간 행방 사진,


닭도 살기 좋은 동네를 알아보나 보다.

이제는 어엿한 울주군 주민이 된 닭!




그러곤, 그날 갑자기 치킨이 당겨서

미리 시켜둔 배달 음식이 동이 날 때 쯔음,


살포시 지코바를 시킨다.



오늘의 영어 한마디: Chicken에는 '겁쟁이'란 뜻도 있습니다. '난 겁쟁이가 아냐!' 란 뜻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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