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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벤더핑크 Oct 25. 2021

독도로 간 외국인

먹물 아이스크림이 맺어준 인연

오늘은 마침 독도의 날이다.


신기하게도 독도의 날에 맞춰, 독도 명예주민증이 도착했다. 난 이제 어엿한 무늬만 서독 주민이닷!


독도 명예주민증을 받아 들고 보니 문득 금발과 파란 눈의 그녀가 떠오른다.

울릉도 여행 3일 연속으로 마주친 외국인.


첫 번째는 관음도에서,

두 번째는 우리나라 10대 비경 대풍감의 오르막길에서,

그리고 마지막 날 인상 깊게 먹은 먹물 아이스크림을 한번 더 맛보기 위해 간 카페에서...


   지나가면서 항상 "안녕하세요."라고 예의 바른 인사를 하며 스쳐간 그녀를 우리 멤버들은 카페에 들어서자 마자 한눈에 알아보았다. 서양권에서는 모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Hi" 혹은 "Hello"등 인사를 지나가며 한다. 물론, 뉴욕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바쁜 도시는 물론 예외일 수 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외국인이 인사하면 우리나라의 "도를 아십니까?"와 같은 목적으로 말을 거는 사람이 아니므로 당황하지 말고 그냥 시크하게 같이 Hi 해주며 지나가면 된다.


    관광지가 맞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친절한 안내판이나 표지판을 찾기 어려워, 한국인인 우리들도 길가는 주민에게 여쭤봤던 대풍감으로 향하는 길을 떡하니 오르며 '안녕하세요.'하고 주민인 마냥 자연스럽게 인사하며 지나가는 외국인을 보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의문을 던지는 동생에게, "한국에 오래 있어 한국을 잘 알고 있어 한국말을 할 수 있는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배편에서도 버스에서도 영어의 흔적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고, 공사장 인부를 비롯 선착장의 직원, 식당 주인, 지나가는 주민에 이르기까지 거주민들의 연령대가 평균 50살은 될것으로 추정되는 이곳에서 원활한 영어 말하기를 기대하기란 힘들 것이며, 대부분 방문객도 국내 관광객 위주라 한국어를 하지 못한다면 여행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원론적인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카페가 좁아 몇 테이블 안되던 터라, 마침 그녀 바로 옆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있던 여행을 무척 좋아하는 친구는 3번이나 안면을 트니 친구처럼 친근하게 느껴졌지 아이스크림을 기다리는 동안 호기롭게 말을 건다. 나는 다른 쪽에서 기념품을 구경 중이었기에 대화를 자세히 들을 수는 없어서 나중에 문득 어디서 온 건지 궁금해 친구에게 물었더니, 머쓱하게 웃으며, "영어가 짧아서 못 알아들었어." 하고 대답한다. 얼마나 반가웠으면 알아듣지 못해도 대뜸 말부터 걸었을까 싶어서 같이 따라 웃었다.

   그 심정을 백 번 이해한다. 아무리 울릉도가 좁다지만, 그래도 주요 관광지가 꽤 되고 한바퀴 도로만 일주하더라도 자동차로만 두어 시간은 넘게 걸리는데,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계속해서 연속으로 마주치다니... 나도 마지막 날 울릉도에 머문 3일 내내 3번이나 마주친 인연이 무척이나 신기해서, 한국에서는 사실 외국인에게 먼저 말을 걸어본 적은 없었는데, 용기 내어 한번 말을 걸어보았다. 먼저 말을 건 친구가 혹시나 민망해할까 봐, 아이스크림을 먼저 받아 들고 먼저 나갈 때 쯔음...


   그녀는 미국에서부터 군인인 남자 친구를 보기 위해 건너와 한 달가량 한국 여행 중, 울릉도까지 오게 되었다고 한다. 내가 부산에서 왔다 하니 가본 적 있다며 알아들을 수 없는 한국어로 뭐라고 하는데 여행지의 언어를 써보려는 그 노력이 가상하고 기특해서 민망하지 않도록 나름 알아들은 척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눈치와 문맥 상 "아름다웠어요."라고 한 것 같았다. 우리랑 같은 날 도착해서 울릉도에서 하루 더 머무는 3박 4일 여정이라 한다. 내일 울릉도를 떠나는데, 오늘은 우리가 어제 보고 왔던 독도로 가는 배를 탄다고 한다. 독도는 날씨 등 조건이 까다로워 아무나 발 딛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편인데 다행히 우린 독도에 발을 딛었다는 얘기를 내가 했더니,


이미 독도 입도의 어려움도 익히 들어 알고 있던 그녀는 "I am keeping my fingers crossed." 라 말하고,

나 역시 "I will cross my fingers for you."라 답하며 손가락을 한번 꼬아주었다.




[오늘의 영어 한마디: Cross one's fingers]

   행운을 비는 표현으로 한국에서 "Good luck"을 흔히들 알고 있지만, 어감이란 걸 잘 알고 사용해야 한다. 자칫 '잘해보세요, 난 신경 끄겠소. 백번 죽었다 깨어나 봐라 그게 되나. 잘해봐라.'란 부정적 어감이 담길 수 있을 수 있으므로 "Good luck"이라 말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대신, 누군가의 행운을 빌어줄 때에는 Cross one's fingers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직역하자면, '누구의 손가락을 꼬다, 손가락을 십자가로 만들다'란 뜻으로 보통 검지를 중지 밑으로 넣어주는 손가락 리액션을 함께 해준다. 그러면 십자가 비슷한 모양이 된다. 십자가가 액막이를 하고 행운을 불러준다는 것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하며, 행운이 따르길 빈다 정도로 해석하면 좋을 것 같다.






그녀도 우리처럼 독도에 입도했기를...

그래서 우리처럼 울릉도가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길...

그리고 더불어 독도의 날을 맞아, 독도의 안녕과 행운도 같이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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