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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왜 우리는 컴퓨터 역사를 이야기해야 하는가

기술의 진보를 넘어서, 인간과 컴퓨터의 이야기

by 프로메테우스

2025년 1월, 나는 미국 마운틴뷰에 위치한 컴퓨터 역사 박물관(Computer History Museum)을 찾았다.

실리콘밸리 중심에 자리한 이 박물관은 단순한 기술 전시관을 넘어, 인류가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고자 했던 수천 년의 고민과 도전이 켜켜이 쌓인 공간이었다.


전시를 따라 걸으며 나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컴퓨터의 역사는 단순히 연산 속도의 진화, 메모리 용량의 확대, 프로세서의 소형화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어떻게 하면 인간의 계산을 더 잘 도와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수많은 과학자들이 던진 치열한 고민과 반복된 실패, 그리고 거대한 상상력의 여정이다.


주판과 슬라이드 룰, 아날로그 계산기부터 ENIAC, 유니박, 그리고 오늘날의 AI에 이르기까지, 각 전시물은 하나의 기술적 결과물이 아니라, 그 기술을 가능케 한 인간의 문제의식과 맥락을 담고 있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이 컴퓨터라는 개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교육·산업·국방의 전반에 걸쳐 어떤 철학으로 접근했는지 뚜렷하게 보여줬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는 왜 이런 공간이 없을까? 단순히 ‘역사를 모아두는 장소’가 아니라, ‘기술을 통해 인간이 무엇을 꿈꿔왔는지를 되새기게 하는 곳’ 말이다. 그래서 앞으로 내가 보고 느낀 것을 정리하며 여러 독자와 논의하기 위해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보고 느낀 컴퓨터의 역사, 그리고 그 이면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조금씩 풀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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