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숫자를 더하고 빼며 살아간다.
그러나 수천 년 전의 인간에게 계산은 본능이 아니라 생존의 도구였다. 수렵과 농경의 시대, 사람들은 먹이를 나누고 곡식을 세고 계절의 변화를 기록해야 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수를 세는 능력, 즉 계산이었다.
그러나 인간의 두뇌는 제한적이다. 손가락 열 개로는 수백 마리의 가축이나 장기간의 달력을 기억할 수 없다.그래서 사람들은 처음으로 ‘생각’을 외주화하기 시작했다.
가장 오래된 계산 도구는 손가락, 돌멩이, 끈 매듭 같은 기호적 사물이었다. 바빌로니아인들은 점토판에 쐐기문자로 숫자를 기록했고, 중국에서는 수결(結)과 주판, 이집트에서는 곱셈을 위한 특수 표와 도표가 사용됐다.
이것은 단순한 기억 보조가 아니었다. 인간의 논리 구조를 외부로 끌어내려는 첫 시도였다. 즉, '인지 확장'의 시작점이었다.
17세기에 이르러, 계산 도구는 단순한 셈을 넘어서 수학적 사고를 구현하는 장치로 진화한다. 이 시기 탄생한 "슬라이드 룰(Slide Rule)"은 로그 개념을 활용하여 곱셈과 나눗셈을 빠르게 계산할 수 있었다. 이는 훗날 공학, 천문학, 항해, 군수산업에 필수 도구로 자리잡는다. 그리고 파스칼(1642)은 세금 계산을 돕기 위해 세계 최초의 기계식 계산기인 ‘파스칼린’을 만든다. 수레바퀴와 톱니바퀴로 이루어진 이 장치는 덧셈과 뺄셈을 자동화하며, 계산을 손에서 기계로 이관하는 혁명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라이프니츠는 여기에 곱셈, 나눗셈 기능까지 추가한 계산기를 만들며, "인간은 생각하고, 기계는 계산해야 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우리가 계산 도구를 만든 이유는 단순하다. 더 잘 생각하고, 더 많이 기억하고, 더 빠르게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였다. 계산기는 숫자를 다루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사고를 기호화하고 외부로 확장하려는 시도였다. 이런 도구들이 있었기에, 인간은 복잡한 금융 계산, 천체의 위치 예측, 수학적 증명 같은 고차원적인 사고를 지속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축적된 시도들이 훗날 컴퓨터라는 존재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계산기를 만든 것은 인간의 나약함이 아니라, 인간의 위대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