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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기계식 컴퓨터의 등장: 펀칭머신과 데이터 자동화

by 프로메테우스

계산기의 발명은 인간의 인지능력을 확장하는 중요한 계기였지만, 점차 사람들은 그 한계를 깨닫기 시작했다. 계산기만으로는 점점 더 많아지는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없었다. 특히 산업혁명 이후, 기업과 정부는 기존의 계산 방식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방대한 데이터와 씨름하고 있었다.


그러한 필요성 속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천공 카드(Punched Card)를 이용한 기계식 컴퓨터였다.


⚠️계산기의 한계 – 데이터 처리의 위기

1880년대 미국은 큰 위기에 직면했다.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10년에 한 번 진행되는 인구조사를 기존 방식으로 처리하기 어려워졌다. 실제로 1880년 인구조사 자료의 분석과 집계는 무려 7년이 걸렸다. 이 속도라면 다음 조사가 시작될 때까지 이전 조사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당시 인구조사는 종이에 기록된 데이터를 직원들이 직접 손으로 정리하고 계산하는 방식이었다. 이것은 단순히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오류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허먼 홀러리스와 펀칭 카드의 혁신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바로 허먼 홀러리스(Herman Hollerith)였다. 그는 천공 카드(Punched Card)라는 아이디어를 통해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안했다. 홀러리스의 아이디어는 간단했다. 카드에 구멍을 뚫어 숫자와 정보를 저장하고, 이 카드를 전기식 펀칭머신을 통해 자동으로 읽어 들이는 것이다. 카드 위의 구멍 위치는 특정한 데이터를 나타냈고, 기계는 이를 자동으로 감지하여 데이터를 빠르게 분류하고 집계할 수 있었다. 이 방식은 혁신적이었다. 1890년 미국 인구조사는 홀러리스의 천공 카드 시스템을 도입했고, 데이터 처리 기간은 7년에서 불과 몇 달로 극적으로 단축되었다. 인간의 손끝이 아닌, 기계가 데이터를 처리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 IBM의 탄생과 기계식 컴퓨팅 시대의 도래

홀러리스의 천공 카드 기술은 단지 인구조사에만 그치지 않았다. 그는 이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회사를 설립했는데, 이 회사가 훗날 IBM(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 Corporation)으로 발전한다. IBM은 곧 미국 전역과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 은행, 보험사, 대형 상점 등에 천공 카드 시스템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 시스템은 회계처리, 급여 지급, 재고 관리 등 기업의 데이터 처리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 주었다. 이제 기업과 정부는 더 이상 종이에 수치를 손으로 기록하지 않았다. 대신, 펀칭 카드라는 매체에 정보를 담아 기계로 처리하며,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효율성을 경험하게 되었다.


⚙️ 펀칭 머신에서 전자식 컴퓨터로의 연결

펀칭 카드와 기계식 컴퓨터는 정보 처리 자동화의 첫 번째 역사적 도약이었다. 이는 단순히 데이터를 빠르게 읽는다는 차원을 넘어, 정보를 기계가 자동으로 처리하고 분석하는 시대를 예고했다. 이 혁신적인 자동화 개념은 곧 전자식 컴퓨터의 탄생을 자극하게 된다. 홀러리스와 IBM이 이룬 성과는 데이터 처리의 자동화가 얼마나 강력한 사회적 영향력을 지닐 수 있는지 증명했기 때문이다. 결국 펀칭머신과 천공 카드의 역사는, 인간이 꿈꾸었던 자동화된 미래가 결코 멀지 않았음을 보여준, 작지만 거대한 첫걸음이었다.

20250105_143256.jpg IBM의 기계식 컴퓨터
20250105_143321.jpg 당시 사용하던 천공 카드의 종류 중 하나[San Jose State Univ,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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