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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준철 Apr 09. 2016

성장하는 기업에서 CEO 역할은 계속 줄어든다.

학교에 와서 수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페이스북으로 아래와 같은 메시지가 왔다. 

온오프믹스로부터 세세한 부분을 도움을 받아서 좋은 인상을 받게 되었는데 '어떻게 그런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리드했는가'가 궁금하다는 내용을 보고 나서 문득 든 생각은 


난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이었다. 


분명 법인을 설립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역할이 엄청 많았다. 기획서를 직접 쓰기도 했고, 서버에 문제가 생기면 서버를 고치기 위해서 새벽에 IDC에 가기도 했었고, 어떨 때는 코드를 들여다봐야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회사는 내 역할이 점점 줄어들고, 내 역할과 권한을 구성원들에게 위임하면서 이전보다 더 좋은 UX/UI 와 정책을 갖게 변화하기 시작했고 사용자들의 만족도는 이전 보다 더욱더 높아졌다.


시간이 흘러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CEO가 해야 할 여러 가지 역할 중에 특히 '실무와 관련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부분'은 빠르게 위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유는 


1) 내가 기획서를 쓸 때는 난 그냥 스케치라고 생각하고 업그레이드해서 만들어 달라고 했었던 기획안이 CEO가 작성했다는 이유로 그 이상을 만들어내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2) 투자유치, 영업 등 외부 활동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 CEO가 정책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최종적으로 갖고 있다 보니 빠르게 논의하고 변경해야 할 때 CEO의 부재로 인해서 빠른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CEO와 부사장의 역할을 구분하고, 서로의 철학과 온오프믹스를 이끌고자 하는 생각의 방향들에 대해서 Sync 하는 작업을 진행했고 이것이 어느 정도 완성되었을 때쯤 영역별로 해당 부분을 이끌 수 있는 팀장들을 선임해서 그 팀장들이 CEO와 부사장의 생각의 방향을 Sync 받게 하고 자신들의 생각과 의견 역시 반대로 Sync 할 수 있게 해줬다. 


그 결과 CEO 입장에서  정말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는데 2015년까지는 차기 연도 사업계획에 대해서 CEO - 부사장 단에서 논의해서 Top - Down으로 내리는 형태로 진행을 해왔었다면, 이 부분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팀장들이 주축이 돼서 사업계획을 하게 하는 Bottom - Up 방식으로 변경을 했는데 지방 일정을 마치고 사업계획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서 최종 확정을 해야 할 때 팀장들이 논의를 마친 사업계획의 내용이나 우선순위가 내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꽤 크다. 서로 생각이 어느 정도 Sync 되어 있고, 같은 방향을 향해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달려줄 것이라고 믿는 상태가 되는 것은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을 줄이게 만들어 주고,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어떤 부분에서는 합이 잘 안 맞는 부분들이 있다. 서로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거나, 서로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하지만 서로 맞춰져 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고, 어떤 갈등은 서로 맞출 필요 없이 계속 대립되어야 조직에 좋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이 메시지를 주신 분의 질문에 답변을 드리자고 하면 


CEO는 전지전능하지 않습니다.

모를 수 있습니다. 틀릴 수 있습니다.

모르기 때문에 잘 아는 사람을 데려와야 하고, 틀릴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까라면 까라는 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면 안 됩니다.

처음엔 저도 잘못된 방식으로 소통했지만, 조금씩 조금씩 고쳐왔던 것이 능력 있고 좋은 사람들이 제 곁을 떠나지 않고 남아줄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CEO가 할 수 있는 일은 결국엔 능력 있고, 똑똑하고, 열심히 인 사람이 곁에 있게 만들고 그들이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이다.    




성장하는 기업에서 CEO 역할은 계속 줄어든다. 


"성장이 더디다 라는 생각이 들면 내가 너무 많은 것에 개입하고, 통제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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