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계곡을 못 넘는 이유의 대부분은 비용관리의 실패다.
이번 주제는 스타트업이 죽음의 계곡을 넘어서 살아남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비용관리'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엄청 원론적인 이야기일 수 있는 것들이지만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잘 알 수 없는 내용이기도 하기에 다뤄본다.
아래 두 그림 중 왼쪽 그림은 2010년 초기 1년 동안 나갈 비용을 예측하기 위해서 작성했던 Excel 표고, 오른쪽 그림은 2013년 투자유치를 하면서 VC와 공유한 향후 몇 년간의 Cash-in , Cash-out 에 대한 표다.
CEO가 이러한 표를 만들어서 보유하고 재무담당자와 생각을 교류하지 않으면 보통 경험 없는 스타트업 CEO 들은 지출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 통장 잔고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고 기분에 따라서 의사결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에 대한 반성이나 점검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곳간에는 여유가 없는데 자꾸 퍼다 쓰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비용을 예측하고 그 비용 예측에 맞춰서 자금을 집행하거나 예측보다 비용을 덜 쓰는 것을 목표로 해서 자금을 운용하다 보면 생존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으니 꼭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
지난 시간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모델에 대해서 다루었는데 요즘은 수익모델이 실현되기도 전에 투자유치를 받는 회사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투자금과 상금은 매출이 아니다 일시적으로 들어온 자금이고 다 소진하고 나면 없어지는 한정자원이다.
그런데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상금이나 투자금이 매출이라고 생각하고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로 이미 수익을 실현하고 있다고 착각을 하고 느슨해지는 경우가 많다. 회사는 투자금이나 상금으로 연명하는 곳이 아닌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수익모델 실현을 통해서 운영되어야 하는 곳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근 타임라인에서 에버노트가 망할 것이다. 유니콘들이 망할 것이다 라고 이야기 나오는 이유가 이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미래의 가치를 보고 높은 가치로 투자를 한 투자자의 자금으로 인원도 폭발적으로 늘리고 복리후생도 폭발적으로 늘렸는데 해당 비즈니스 모델에서 버는 수익이 BEP에 미치지 못하는 시간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결국 투자금을 다 소진하게 되기 때문에 생존의 위협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상하게도 당연히 제때 받을 권리가 있는 자금이 예정보다 늦게 입금이 되고, 재촉을 하는 사람이 오히려 나쁜 사람이 되는 이상한 문화가 있다.
지난 글에 2013년 초 온오프믹스에 위기가 찾아왔을 때에 대해서 언급했던 적이 있는데 이때 당시 온오프믹스의 주 수익원은 외주 개발을 통한 용역비를 받는 것이었는데 외주 용역비가 제때 입금이 되지 않아서 Cash-In에 오류가 생긴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요청으로 통장 잔고보다 많은 돈이 Cash-Out 되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만약에 이 당시 신용대출과 가족으로부터 도움을 받아서 해결하지 않았다면 온오프믹스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해서 지금의 온오프믹스로 성장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매출이 제때 입금될 것이라는 기대 말고도 CEO가 절대로 안심해서는 안 되는 것이 '투자유치는 입금되기 전 까지는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많은 CEO 들이 투자유치 진행 과정에서 담당 심사역 혹은 투자사 대표이사의 확정적인 구두 답변 만으로 투자유치가 무사히 완료될 것이라고 믿고 회사가 갖고 있는 자산을 갖고 선투자를 하는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투자는 계약서를 썼다 하더라도 입금되기 전까지는 확정된 것이 아니기에 이 선투자로 인해서 회사가 휘청휘청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온오프믹스는 2010-2013년까지 신규 인원을 채용하는 시기에 대한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정했다.
현재 인원이 향후 6개월 동안 급여를 받아가는데 문제없을 때 1명을 충원한다.
이러한 원칙이 필요한 이유는 위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Cash-In , Cash-Out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신규인력을 채용하는 의사결정이 기존 인력들과 회사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 돼서는 안된다. 그럼 일시적으로 인원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이는 회사에 대한 나쁜 평판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비석세스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이야기가 있는데 스타트업 문화랍시고 매출 없는 회사가 사무실 인테리어 등의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했던 부분이다. 각 스타트업의 CEO와 임직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문화이지 스타트업 문화라는 건 따로 없다. 겉 모습이 구글처럼 꾸며진다고 해서 우리 회사가 구글과 같이 성장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하고 기대관리를 하지 않으면 흥할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어려울 때는 회사가 휘청휘청하게 되거나 망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 꼭 기억했으면 한다.
요즘 스타트업에 헛바람이 들어서 창업하는 회사가 사무실이 엄청 좋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직원을 채용하는데 그것을 광고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전 반대다.
기대치가 많이 올라가 있는 상태에서 만약 회사가 어려워서 가라앉는다고 생각하면 누가 남아있겠어요? 온오프믹스의 경우 12평 이상의 사무실을 가진 게 올해가 처음이다. 조금만 방 한 칸 대치동에서 남의 사무실 파티션 한 켠에서, 엘리베이터 없는 5층 사무실을 거쳐서 현재 40평으로 옮겼다. 저는 직원들에게 올해 6월 이내에 사무실 옮기겠다고 약속했고, 그것을 지켰다.
http://besuccess.com/2012/07/이-사람들과-함께하기-때문에-양준철-대표가-온오/
이번엔 비용관리 편에 대해서 다뤄봤다.
이건 어디까지나 경험 적은 CEO로서의 생각이고 회계/재무 전문가가 이 문제에 대해서 조금 더 심도 있게 다뤄줬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이 있다.
( 혹 그런 마음이 드시는 분이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
부족한 글이지만 이 글 역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