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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실패, 너의 실패, 우리의 실패

<실패를 통과하는 일> 북토크 후기

by 인생여행자 정연

또렷한 기억으로 남은, 나의 첫 실패는 ‘과학고등학교 입시 실패’였다. 중학교 시절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던 내게, 물리 선생님은 과학고 진학을 권유하셨고 특목고 입시준비 학원까지 추천해주셨다. 그렇게 중3 여름방학부터 과학고 입시를 준비했으나, 초등 6학년때부터 2년치 선행학습을 해온 아이들과 경쟁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첫 실패를 쓰디쓰게 맛보고, 그 과정에서 시험 강박증이란 후유증이 남아 오랜 시간 나를 괴롭혔다.


당시 나는 실패를 통과하지도, 사랑하지도 못했다. 실패에 압도되어 허덕이며 힘들어했다. 돌이켜보면 당시의 나로서는 꽤 힘든 시간을 지내면서도 조언자그룹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 부모님께도, 선생님께도, 친구에게도 도와달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기만 했다. 그래서일까? 혹독한 외로움의 시간을 보내면서, 더는 실패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내 심장에 깊게 새겨졌다.


실패하지 않도록 완벽한 준비를 해야 했고, 그러다보니 준비와 계획의 과정에서 소진되어 본격적으로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너덜너덜해지는 일이 잦았다. 자연스럽게 실패하지 않을 일을 선택하게 되고, 그런 안전한 선택은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결국 ‘실패를 직면하지 못하면서’ 못해본 것, 안해본 것들에 대한 회한이 나를 종종 찾아왔다.


이번에 박소령 작가의 <실패를 통과하는 일>을 읽어내려가며, 요조 작가의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도 다시 펼쳐봤다. 지난 금요일, 두 분이 티키타카 속에서 진행된 북토크에 함께 참여하면서, 나의 첫 실패 이야기를 마음속에서 길어올렸다. 정말 오랜만에 곰곰이 그 시절을 되새겨봤다.


박소령 작가가 복기하고 회고하며 글을 쓰고 책의 형태로 타자와 나누면서, 창업자로서의 실패를 마주하며 진정으로 실패를 통과해나가고 있구나 싶었다. 그런 그의 증언을 들으며, 나 역시 그 시절 열여섯살 소년이었던 나를 지긋이 바라보며 힘껏 안아주었다. ‘괜찮다, 괜찮아. 너는 이 실패를 잘 통과할 것이고, 새로운 시도를 계속 할꺼야. 실패를 사랑하며 앞으로 힘껏 나아갈꺼야.’라고 이야기해주었다.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중학교 3학년 딸을 물끄러미 보다가, 가끔씩 중3이었던 나를 떠올린다. 그러다가 문득, 실패의 늪에서 오랜시간 허우적되던 내 모습이 딸아이에게 스며들며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젠 그러지 말아야지.’ 내가 실패를 헤쳐왔던 것처럼, 예솔이도 슬기롭게 실패를 통과해나갈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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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통과하는 일> 북토크 @책방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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