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골문 '야'
K-욕 (1)을 읽은 독자는 웬 뜬금없는 갑골문인가 의아해 할 수도 있다. 사실은 대중을 상대로 쓴 글에 '좆' 이야기를 하자니, 많이 민망해서다. 언어학적 궁금증으로 그 민망함을 희석하고자 갑골문을 등장시켰다. 얄팍하나마 언어학적 지식이 받쳐줘 다행이다. 이번 연재도 갑골문으로 풀어봤다. 남자가 '씹'이야기를 부끄럼 없이 한다는 게 얼마나 거시기한가? 독자들이 '좆' 후속타를 기다릴지도 모른다는 과대망상의 사명감도 한몫했다.
골프의 종착지는 구멍이다. 구멍 한번 넣어 보겠다고, 골프에 진심인 골퍼는 간지 나는 퍼터 구입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티칭프로인 나는 돈이 없어 타이거 우즈가 사용했던 구 모델을 중고로 샀다. 실밥이 다 보이는 그립만 교체했다. 그래도 간지 난다. 스카티 카메룬이니까! 가끔씩 상상해 본다. 그린 위의 구멍이 여러 개면 얼마나 짜증 날까? 하나도 몇 번 버벅대다 겨우 집어넣는데...
며칠 전 구멍 때문에 멘붕 왔다. 안방극장 시스템 한번 만들어 보겠다고 서라운드 스피커를 구입했는데, 좆만 한 게 선 연결할 구멍은 뭐 그리 많은지, 구멍 파악에 애먹었다. 사운드바, 서브우퍼, 스피커 모두 블루투스, 와이파이로 연결되는지라, 속궁합 (기기 조율: pairing)이 중요하다. 하루 저녁 내내 씨름했다.
중노년 남자가 추구하는 사랑의 종착지도 구멍이다. 속궁합이 잘 맞는 구멍이다. 손잡고 세세세나 하자고 파트너를 찾진 않는다. 남자는 숟가락 들 손힘과 문지방 넘을 다리힘만 있어도, 구멍 찾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사람 몸에는 9개의 구멍이 있다. '구혈'이라 한다. 여자는 구멍이 하나 더 있다. '십 구멍'이라 한다. 주역에서는 10을 완성으로 본다. 남자가 늘 2% 부족한 이유다. 뭐 하나 달린 걸 유세 삼아 젊어서 기고만장한 남자도 결국 마누라 손아귀에 놀아난다.
'십 구멍'의 우리 고유어는 '씹'이다. 동이족이 세운 은(상) 나라의 갑골문에 '씹'을 표현한 그림이 있다. 네모, 역삼각형, 비읏 모양, 우물 모양은 다 씹이다. 온전한 씹 갑골문이 아니라, 갑골문의 한 부분으로 들어간다. 가령, 좋을 '길'의 갑골문은 씹 위에 좆이 있다. 좆은 화살표, 삼각형 모양이다. 합칠 '합'도 똑같다. 들 '야'의 갑골문은 들판 나무밑에서 거시기하는 그림이다.
"홍시맛이 나서 홍시라 말한 것입니다." 어린 대장금이 한 말이다. 진시황제 시대에 드디어 중국 한족이 대오각성한다. "동이족은 좆같이 생겨긴 그림을 그려놓고 좆이라 말한다. 씹을 표현한 모양들도 있다. 우리 한족이 온전한 씹 문자 하나는 만들어야 되지 않겠는가!"
한자 서체는 은(상) 나라 '갑골문'에서 시작해서, 주나라, 춘추전국의 '금문' (주로 청동기에 글자를 새겨 넣었다), 진나라의 '소전', 한나라의 '해서'로 발전해 틀을 잡는다. 소전 서체에 온전한 씹 글자가 나타난다. 씹 '야'다. 지금은 '야'가 어조사 정도로 폄하되고 있지만, 엄연히 자체 뜻을 가지고 있었다. 흙과 씹이 합쳐진 게 땅 '지'다. "만물의 어머니" 땅이다. 우리말 '야하다'는 들 '야'와 씹 '야'에서 비롯된다. 숲 속에서 거시기하는 '야'와 오롯이 씹 자체인 '야'다.
해서 이후의 한자에는 '음경' '음순'으로 점잖게 표현된다. 유학자의 나라 '좃선'에서도 음경, 음순, 자지, 보지로 표현되지만, 우리말 좆과 씹을 어찌 버릴 수 있겠는가! 고매한 유학자 이이, 이황, 이항복이 우아하게 설명해 준다. "자지는 '좌장지'(앉으면 감추어지는 거), 보지는 '보장지'(걸어가면 감추어지는 거), 좆은 건조할 '조'를 씨게 발음한 것이고, 씹은 젖을 '습'에서 유래한다." 과연 보지는 앉아있으면 드러난다. 통찰력이 신박하다.
중국 한자에도 씹을 뜻하는 속어 글자가 있다. '비' (주검 시 밑에 구멍 혈: 중국 발음으로 '삐') 다. 싸삐 (멍청한 씹)는 바보, 멍청이를 뜻한다. 니우삐 (소씹)은 의외로 '쩐다', '개 멋있다'의 뜻이다. "손흥민 소씹"은 손흥민이 존나 멋있다는 뜻이다. 조선의 위안부를 일본군들이 '조센삐'로 부른 아픈 역사도 있다.
일본 고유어 '아나'는 구멍을 뜻한다. 한자로 구멍 '혈'을 쓰고, '아나'로 읽는다. 한자 읽기로는 '게쯔'다. 하와이에는 분수를 내뿜는 구멍 (블로우 홀: blowhole)이 관광 명물이다. 일본말로 '훈수이노아나' (분수혈), 한자 읽기로는 '훈수이게쯔'다. 여담으로, 전일본공수(ANA: All Nippon Airways) 직원들은 '아나'로 불리는 걸 싫어한다. 구멍이 연상되어서란다. '에이에누에이'로 불러달라고 한다.
똥구멍은 일본말로 '시리노아나'다. 영어 anal (항문)의 어원이 '아나'가 아닌가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러시아말로 라이터가 '자지 깔까'다. 이걸 작명한 러시아 사람은 한국 비속어에 조예가 깊지 않았을까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라이터를 자지 까는 걸로 생각하다니 둔한 러시아 불곰답지 않게 신박하다.
'십 구멍'의 일본 고유어는 '오망꼬'다. 망고주스 좋아한다는 한국오빠를 일본여자는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한국 아재는 오빠로 불리길 좋아하는데, '오빠이'는 젖가슴이다. 일본남자의 '십 구멍' 사랑은 상상을 초월한다. 서양의 베스트셀러가 성경이라면, 일본의 베스트셀러는 '겐지모노가타리: 원 씨 이바구'다. 천 년 전에 나온 소설이다. 일본 왕자의 여성편력기다. "엄마 찾아 삼만리"가 아니라 "구멍 찾아 삼만리"라고나 할까...
구멍이라고 다 같은 구멍이 아니다. 명품이 있다. 명기라 한다. 그 왕자는 "명기 찾아 삼만리"를 했던 것이다. 명기를 일본말로 '긴자꾸'라 한다. 물고기가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오지 못하는 어망을 뜻한다. 긴자꾸를 지렁이, 청어알, 문어 흡판으로도 표현한다. 조선에도 명기가 있다. 송도 황진이의 명기에 물리면 30초도 못 견뎠다는 이바구가 있다.
우리 고유의 욕 '좆'의 DNA를 찾아가면, 동이족이 만든 갑골문 '조'(후세 사람들은 '차'로 읽는다)다. '씹'은 갑골문의 형태인 역삼각형, 네모, 비읏 모양, 우물모양이 DNA다. 중국 한족은 그것에 영감을 받아 씹 '야'라는 온전한 문자를 만들었던 것이다. 중국의 한자는 동이족의 갑골문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한자가 중국 한족의 전유물이 아닌 것이다. 중국은 한국이 중국문화를 훔쳐간다고 광분하지만, 열등감의 소치다. K-욕까지 세계로 뻗어나가는데 대한 열등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