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싱" 아줌마 소서노 vs 개딸 vs 따마
하와이 여행 오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빵이 '말아사다' (Malasada)이다. 포르투갈 전통 도넛이다. 포르투갈에서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의 노동자로 와서, 향수에 젖어 먹던 "눈물 젖은 빵"이다. '말 + 아사다'의 뜻은 "덜 구웠다"이다. 밀가루 반죽을 뚝 떼어, 끓는 기름에 넣고 채 익기도 전에 꺼낸다. 기름이 아까워서다. 그리고는 설탕을 투하한다. 사탕수수 농장이라 널린 게 설탕이다. 솔직히 맛은 그저 그렇다. 찹쌀 도넛이 100배 맛있다. 갓 구워내 맛있는 것이다. 언제 가봐도 대기줄이 길다. 말아사다는 삶의 애환이라는 스토리가 입혀져서 유명해진 것이다. '흑백요리사'나 '오징어 게임' 같은 대한민국의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이유도 콘텐츠에 개인 서사와 스토리가 입혀져서 이다.
'개딸'이라는 지극히 정치적인 용어도 스토리와 이미지를 차용한 케이스다. 개딸의 원래 스토리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다. 아버지와 딸의 케미를 차용했다. 반에서 꼴찌를 한 딸이 29만 원짜리 청바지 사달라고 아버지에게 조른다. H.O.T. 에 푹 빠져 공부가 뒷전인 딸에게 한심하다는 듯 내뱉는다. "딸아, 딸아, 개딸아!" 딸이 응수한다. "아저씨는 누구세요?" 지독히도 말 안 듣는 "개 같은 성격"의 딸이 개딸이다.
대한민국 정치현장에서 개딸 (개혁의 딸)은 특정 정치인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40대, 50대 "아줌마" 세대다. 딸이라고 해서 10대, 20대, 30대가 아니다. 이 특정 정치인에게 개딸은 "묻지 마"의 콘크리트 지지 기반이다. 이들은 1970년대 생 'X세대'다. 전교조의 영향에 제일 많이 노출된 세대다. 대한민국의 아줌마는 세상에서 제일 기가 세다. 개딸은 정치화된, 기센 아줌마다. 이런 아줌마는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 'X세대' 아재는 아줌마 앞에서 오금도 못 편다. "영 포티" (young forty) 패션으로 자위할 뿐이다. 스냅백 모자, 나이키 스니커즈 신발, 목 짧은 흰 양말, 나이키 티셔츠, 반바지, 아이폰으로 무장한다. MZ세대 눈에는 "나이에 맞지 않게, 억지로 젊어 보이려 애쓰는" 아재, 꼰대, 아조씨 일 뿐이다.
'소서노'는 K-아줌마의 원조다. 우리 역사상 가장 진취적이고, 대담한 아줌마다. 이미 '비류'와 '온조' 두 아들이 있었던 "돌싱" 소서노는 자기보다 8살 아래인 "유부남" 주몽과 혼인했다. 무려 3 나라 건국을 이룩했다. 지아비 주몽에겐 고구려를, 두 아들에겐 비류백제와 온조백제를 만들어주었던 대단한 아줌마 '소서노'다. "현모 현처"의 표상이자, 스스로 자기길을 개척해 나가는 여장부다. 백제 건국 초기에는 국정운영을 주도했다. K- 아줌마는 남편과 자식에 올인하지 않고, 내길도 만들어 나간다.
여담이지만, '현모 양처'의 출처는 일본이다. 조선시대에 '현모'와 '양처'는 따로 쓰였다. '양처'는 천민출신 남자와 혼인한 양민 신분의 아낙네를 지칭했다. 그러다 일제강점기 일본의 '양처 현모'란 용어가 들어왔다. 일본은 '현모'보다는 '양처'가 우선이다. "착하고 조신하고 예쁜 여자"라는 상징 이미지 '야마토 나데시코'가 양처다. 중국에서는 '현처 양모'다. 마누라 똑똑한 게 우선이다. 윗동네에서도 '현처 양모'다. 마누라가 집안을 먹여 살린다. 직장에 나가도 벌이가 없는 무능한 남편 대신, 장마당에서 돈벌이하는 든든한 마누라, '현처'가 우선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선 역사적으로 '현모'가 우선이다. 어머니가 스마트해야 자식을 잘 키운다. 신사임당처럼... 미시즈 리는 절대 '양처'는 아니다. 남편 '이원수'를 개무시했다.
대한민국 최고액권 5만 원짜리 주인공은 신사임당 "미시즈" 리다. K-아줌마 파워가 막강하다. 요즘 유행하는 트로트 제목처럼 "네가 왜 거기서 나와?"다. 모자가 같이 지폐 인물로 나오는 나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신사임당이 현모는 맞다. "아비의 부재" 속에 자식 하나는 잘 키웠다. 9번이나 장원급제를 시킨, 시험의 달인으로 만든 치마 바람의 힘! 서울대 학부모 미시즈 리, 아줌마의 힘! 역시 예나 지금이나 '아비의 부재'가 자식교육의 필수조건인가? 괜히 나서서 "쉬어가면서 공부해라! 공부보다는 인성!"이라 허튼소리 하는 아비... 없느니만 못하다. "아비의 부재'를 제대로 활용한 서울대 학부모, 미시즈 리는 K-아줌마의 DNA를 제대로 발현시켰다. 신사임당은 현모이자, 스스로의 세계를 만들어간 예술가다. 남편과 자식에게 올인하지 않는 K-아줌마다.
요석 공주도 대단한 K-아줌마다. 우선 가족관계가 저 세상 클래스다. 남편은 한국 역사상 최고의 스님으로 꼽는 원효대사다. 아빠는 무려 신라 태종 무열왕 (김춘추)이고, 외삼촌이 김유신 장군, 오빠는 문무왕이다. 훈족의 후예임을 커밍 아웃한 그 문무왕 맞다. 사위는 신문왕이다. 아들은 설총 (원효대사의 속명이 '설사')이다. 유학자의 태두로 평가받는 설총이 아들이다. 설총의 자형이 신문왕이다. 설총의 배다른 누나의 남편이다.
요석 공주도 소서노처럼 원효대사를 남자로 만났을 때, 아줌마요, "돌싱"이다. 사별한 전 남편에서 낳은 딸을 가진 과부다. 30대 초반의 나이고, 이미 운우지정의 맛을 아는 농염한 공주다. 40대 초반 '중년 꽃미남' 원효대사를 만났다. 원효대사도 "작업의 정석"에 도통한 인물이다. 화랑출신에다, 꽃미남에다 허우대도 좋다 보니 다들 좋아했다. 그런 원효대사를 적극적으로 내 사랑으로 쟁취한 K-아줌마가 요석 공주다.
원효대사는 키 크고 예쁘다는 소문이 난 과부, 요석 공주를 점찍었다. 작업 멘트가 들어간 노래를 만들어 퍼뜨렸다. 마치 백제의 무왕이 왕자시절, 신라의 선화공주에게 "작업 송"을 만들었던 것처럼... 원효대사의 작업 송은 상당히 노골적이다. "누가 자루 없는 도끼 좀 빌려줄 사람 없소? 하늘을 떠받칠 기둥을 깎을 테니..." 삼국유사에는 무열왕만 그 뜻을 알아차렸다는데 No, No! 누가 들어도 자루 빠진 도끼는 과부를 뜻하고, 하늘을 떠받칠 기둥을 깎는다는 건 큰 인물을 낳게 하겠다는 뜻이다. 하기야 김춘추도 여동생한테 김유신을 붙여줄 때 보면, 작업의 정석에 도가 턴 인물이니 원효대사가 퍼뜨린 작업 송의 뜻을 금방 알아차렸을 것이다.
"자루 없는 도끼" 요석 공주는 원효대사를 받아들여, 설총이라는 큰 인물(하늘을 떠받칠 기둥)을 잉태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아빠도, 원효대사도, 요석 공주 자신도 선수들이다. 온 가족이 "연애 조작단"이다.
요석 공주는 '현모 현처'이자, 능동적으로 원효대사를 내 사랑으로 만든 K-아줌마다. K-아줌마는 결코 수동적이지 않다. "내 사랑은 내가 쟁취한다!"
중국에는 "무대뽀" 아줌마 세대가 있다. '따마' (원 뜻은 큰 어머니)라고 한다. 중국 당국에서도 골칫거리다. 이들에 비하면, K-아줌마는 순한 양이다. 이들은 일단 말과 행동에 예의가 없고 거칠다. 외모도 관리를 안 해 배가 나오고 뚱뚱하다. 돈은 많지만 문화적 소양이나 자질은 형편없다. 무리를 지어 광장에서 춤을 춘다. 외국 여행 나가면, 민폐 짓은 이들의 몫이다.
따마가 이러는 데는 슬픈 중국 현대사가 있다. '문화 대혁명'이다. 따마는 이때 초등학생 혹은 중고등 학생의 신분으로 '홍위병'으로 활약했다. 모택동이 이들을 선동해 정권을 재장악했지만, 이들을 챙기지 않았다. 버린 것과 마찬가지다. 이들 세대는 사회주의, 공산주의의 영향에 제일 많이 노출됐다. 집단주의가 체질이었고, 무리 지어 다니는 게 자연스러웠다. 문화 대혁명이 10여 년 지속되었기에, 가방줄도 짧다. 이들은 중국 개혁개방의 혜택을 누린 첫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은 세계 금값이 폭락했을 때, 금을 대량 구입, 세계 금값을 안정시킬 정도로 큰 손이다.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는 말 못 할 배신감과 허망함이 똬리 틀고 있다. 이를 발산하고자 같은 또래와 무리 지어 광장무를 추는 것이다.
K-아줌마와 C-따마는 근본부터 다르다. K- 아줌마는 소서노의 "현모 현처"와 "당당한 자기길 개척"이라는 DNA를 물려받았지만, C-따마는 홍위병의 DNA를 떨쳐내질 못한다. K-아줌마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지만, C-따마는 민폐만 끼칠 뿐이다. 대한민국의 개딸도 "맹목적"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치적으로 당당하다. '응답하라 1997'에 나오는 개딸처럼, 팬덤과 덕질이 흔들림없다. 그것 또한 K-아줌마의 DNA이다.
Go K-Ajum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