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자기 관리의 DNA (4)

한국인의 몸냄새 제로

by 박프로

미국 슈퍼마켓에 가면, 디오도란트 코너가 따로 있다. 난 처음에는 저게 뭔가 했다. 몸냄새를 없애주는 위생 용품이다. 샤워하면 땀냄새가 없어지는데 왜 굳이 저걸 사용하는지 의아해했다. 의문이 풀렸다. 땀냄새가 아니라, 몸냄새가 문제다.


한국인은 '몸냄새 제로 DNA'를 타고났다. 몸냄새나는 유전자를 100% 가진 인종이 미국에 사는 흑인이고, 몸냄새 안나는 유전자를 100% 가진 인종이 한국인이다. 서양인은 몸냄새나는 유전자를 더 많이, 동양인은 덜 가지고 있다. 동양인 중에서도 중국인이 몸냄새나는 유전자가 5%, 일본인이 20%를 차지한다. 유전자로 보면, 중국인 몸냄새가 일본인보다 덜 나야 하지만, 인식은 딴판이다. 오직 했으면, 중국사람을 떼 놈이라 했을까? 몸에 때가 많은 데다가 씻지도 않아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중국사람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사실 중국은 건조한 대륙이다 보니 씻지 않아도 생활하는데 지장이 없다. 일본은 다습한 섬나라다 보니, 자주 몸을 씻어야 하는 생활환경이다. 목욕문화가 발달할 수밖에 없다. 중국사람을 떼 놈이라 부르는 건 때가 많아서가 아니다. '된 놈'의 발음이 된소리화되어 '뗏놈'이 되었다. 경상도말에 '되다'가 있다. 힘들다는 뜻이다. 중국의 한나라, 수나라, 당나라, 몽골, 만주의 거란, 여진이 우리를 힘들게 했다고 그들을 '된 놈'이라 부른 게 '뗏놈'의 역사적 어원이다. 엄동설한 북쪽으로부터 불어오는 북풍을 '된바람'이라 한다.


몇 년 전 러시아 연해주에 있는 '악마의 문 동굴'에서 8000년 전의 유골이 발견됐다. 유전자 검사를 해보니, 한국인의 유전자와 거의 같았다. '우유를 소화 못 시키는 체질' '고혈압에 약한 체질' '몸냄새가 안나는 유전자' '마른 귀지'... 우리 조상의 이동경로를 보여준 연구결과였다. '몸냄새 제로 DNA'가 확인됐다. 한국인은 유전적으로 몸냄새 없는 축복을 타고났다. 한국인은 '디오도란트' (deodorant)가 뭔지도 모른다. 미국의 슈퍼마켓이나 약국에 가면, 종류도 많은 디오도란트가 진열되어 있다. 몸냄새 제거하는 생활용품이다. 샤워하면 끝인데 뭘 몸냄새 제거제까지 바를 이유가 없다. 그러나 서양인에겐 필수품이다. 몸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유전자 때문이다. 특히 미국 흑인의 몸냄새는 머리가 지끈지끈할 정도다.

유전적으로는 한국인이 몸냄새 제로지만, 냄새는 난다. 식문화 탓이다. 마늘 냄새다. 하기야 쑥한 줌과 마늘 20쪽 먹고 인간으로 거듭난 웅녀의 자손이 한국인이다. 5000년을 주구장창 마늘을 먹어왔다. 한국인의 1인당 마늘섭취량이 전 세계 모든 인종의 마늘섭취량보다 많다는 통계도 있다. 한국인은 유전적인 축복을 유지하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한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놀라는 일중에 하나가 한국인은 사무실에도 치약, 칫솔을 갖다 놓고, 시도 때도 없이 양치질한다는 사실이다. 외국에 나가서도 같다. 하기야 대낮에도 사우나를 이용하는 게 한국 직장인의 모습이다.


"내 남자에서 다른 여인의 향기가 난다"


바람피우는 남편을 귀신같이 알아내는 아내의 비결은 바로 몸냄새다. 다른 여인의 향기는 그 여자의 몸냄새와 향수가 오묘하게 블랜딩 된 향기다. 사람의 지문처럼 사람의 몸냄새도 사람마다 다 다르다. 바람피우는 남자는 아내의 귀신같은 촉에 놀라워하지만, 실은 다른 여인의 몸냄새를 흘리고 다니기 때문에 걸린다.


중국 당나라 현종이 양귀비에게 흠뻑 빠진 이유가 양귀비 몸에서 나는 향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실은 몸냄새, 체취다. 양귀비는 고전적인 경국지색의 중국 미인과는 달리, 몸집도 크고, 살집도 있다. 풍만한 글래머다. 양 씨의 조상은 중앙아시아, 페르시아 같은 서역출신이다. 인종적으로 '몸냄새나는 DNA'가 60%쯤 된다. 다른 중국여인과는 색다른 체취에 현종이 정신줄 놓은셈이다. 양귀비의 남다른 몸냄새가 향수와 블랜딩 되면서 나오는 여인의 향기에 정신 못 차렸다 보면 된다.


양귀비의 몸향기가 스며든 목욕물이 하천으로 흐르면, 장안의 남정네, 여인네 모두의 정신이 몽롱해져 며칠 동안 구름 위를 둥둥 떠다녔다한다. 프랑스의 나폴레옹도 전쟁터에서 조세핀의 체취가 그리워 편지를 보냈다. "속옷을 빨지 말고 나를 기다리라!"라고 연서를 보냈다. 영국에서는 바람난 남편을 돌아오게 만드는 특급비책은 몸냄새 배어있는 속옷을 끓여 그물에 커피를 타 먹이는 것이란다. 거의 '몸냄새 페티쉬' 클래스다.


남녀가 결혼할 때 속궁합의 핵심은 서로를 끌어당기는 체취가 아닐까 싶다. 몸에서 나는 향기가 좋아 결혼을 결심했다는 이야기도 많다. 한국인은 유전적으로 역겨운 몸냄새가 안 나, 외국인으로부터 시샘과 질투를 불러일으키는 축복을 타고났다. 비누만으로 샤워를 해도, 좋은 몸향기가 난다.


우리 인생에서 땀냄새, 몸냄새는 3번의 격변기를 거친다. 사춘기, 중년의 갱년기, 노인기다. 어릴 때 우유향기 나던 아이도 사춘기가 되면 사내의 냄새가 난다. 은행알 냄새 비스무리한 냄새다. 여담이지만, 한때 가로수로서 일익을 담당했던, 암컷 은행나무 (수컷 은행나무는 은행알을 맺지 않는다)가 퇴출됐다. 냄새가 남자 소중이가 품고 있는 그것 같다는 민원 때문이다. '은행'...'은빛의 살구'라는 뜻인데, 원래 일본어 발음은 '긴난'이다. '긴꼬'로 잘못 발음한 것인데, 지금은 영어 ginko(긴코)로 굳어졌다.


중년의 갱년기가 되면 아재 냄새, 아지매 냄새가 나고, 노인이 되면 노인 냄새라는 게 난다. 나이가 들면 움직이는 게 귀찮아 신진대사가 삐걱거리고, 노폐물이 밖으로 잘 안 빠진다. 이게 노인 냄새의 원인이다. 게다가 몸 씻는 것도 귀찮아한다. 우리 한국인은 '몸냄새 제로 DNA'라는 축복을 타고났다. 나이는 들어가지만 우리 몸에서 몸향기가 났으면 좋겠다. 부지런히 씻고, 부지런히 움직이면 노인 냄새 따윈 우리 인생에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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