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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일자만 받으면 보증금이 저절로 보호되는 줄 알았어요

by 부동산코디 함순식

앞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등기가 없더라도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건물의 인도와 사업자등록을 신청하면 다음 날부터 제3자에게 효력이 발생하도록 규정되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취득하게 되면, 상가건물의 소유자가 변경되거나 건물이 경매·공매될 때 임차인이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임차보증금을 우선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상가건물의 소유자가 변경되면 새로운 소유자(임대인)는 임차인과 다시 계약을 체결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때 임차인은 앞서 취득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신규 임대인의 요구에 따라 임대차계약을 다시 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가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소멸될 수 있는 위험이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다음의 사례를 통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A가 소유한 상가건물은 이미 은행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2023년 3월 임차인은 이 상가건물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임차보증금을 지급한 날 확정일자를 받았습니다. 이후 2024년 5월 해당 상가건물의 소유권은 B에게 이전되어 소유권 이전 등기가 완료되었고, 기존 은행의 근저당권은 말소되었습니다. 임차인은 신규 임대인 B의 요구에 의해 동일한 임대차 계약조건을 유지하는 임대차계약을 새로 체결하였습니다. 이때 임차인과 신규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소액의 권리금을 인정하고, 은행의 담보대출로 1순위 근저당권 설정을 허락하는 특약사항에 대하여 합의하였습니다.


은행의 근저당권이 설정된 이후 임차인은 신규 임대차 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다시 받았습니다. 그러나 2025년 8월 신규 임대인이 대출금을 변제하지 못하게 되어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되었습니다.


Q. 임차인은 확정일자를 받았으니 채권자인 은행보다 우선하여 임차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을까요?


A. 임차인은 2023년 3월에 먼저 확정일자를 받아 놓았고, 2024년 5월에 이전과 동일한 임대차 계약조건으로 확정일자를 다시 받은 것에 불과하므로 우선변제권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이전 근저당권을 제외한 새로운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었고, 이 계약에 대한 확정일자를 받은 점과 함께 특약사항을 통해 새롭게 인정된 권리금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여, 새로운 임대차계약의 체결로 인해 기존의 우선변제권이 소멸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근저당권은 부동산 소유자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때 해당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며 설정하는 권리입니다. 등기부등본에 근저당 설정금액이 명시되며, 일반적으로 대출받은 금액의 120%로 표기됩니다. 예를 들어, 1억 원을 대출받았다면 등기부등본에는 근저당 설정 금액이 1억 2천만 원으로 표시됩니다. 근저당 설정금액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만약 해당 부동산에 문제가 생겨 경매가 진행될 경우, 채권자가 우선적으로 근저당 설정 금액까지 회수할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임차인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통해 근저당 설정금액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이는 상가건물의 가치에 비해 설정된 근저당 설정금액이 과도하다면 확정일자를 받더라도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확정일자는 임차인의 보증금을 보호하기 위해 중요한 절차이지만, 근저당권의 순위에 밀리게 되면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질 수 있으니 계약 전 반드시 건물의 근저당 설정여부와 설정금액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임대차 계약서의 특약사항으로 인해 임차보증금과 권리금, 시설투자금을 잃게 되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어쩔수 없이 근저당권이 설정된 상가건물을 임차하려는 경우, 임대인의 채무 상황과 상가건물의 가치를 철저히 분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임대차 계약서에 '임대차계약 이후 추가 근저당 등 담보를 설정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포함하면 추가적인 위험을 예방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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