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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브랜드숍, 미샤의 위기

어서와, 유통 회사는 처음이지? - 화장품, 함순식

by 부동산코디 함순식

미샤(MISSHA) 그리고 눙크(NU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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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샤와 눙크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의 2020년 상반기 매출액은 1612억 원으로 2019년 상반기 매출액 2042억 원 대비 21% 하락했다. 올해 6개월 동안 224억 원의 영업적자 및 204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제품과 상품 매출액 1612억 원에서 원가를 제외한 매출총이익은 898억 원을 기록했으나 임대료, 지급수수료, 광고선전비, 인테리어 감가상각비, 직원 급여 등 판매관리비 비용은 1122억 원을 지출했다. 매출액 대비 판매관리비 비중을 70%나 차지함에 따라 영업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반면 지난해 매출액 대비 판매관리비 비중은 60% 수준이었다.


에이블씨엔씨 화장품 사업부문의 매출 비중은 온라인 21.3%, 오프라인 45.2%, 수출 29.9%, 기타 3.6%로 확인되었다. 지난해 12.5% 수준이었던 온라인 매출액은 8.8% 성장한 반면 직영점 매출액은 14.5% 감소하였다. 가맹점 매출액은 0.3% 하락하며 큰 변동폭은 없었다.


에이블씨엔씨는 2017년 IMM PE에 인수된 이후 기존 미샤 매장의 구조조정과 함께 M&A를 통한 화장품 브랜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집중했다. 지난해 5월 자사의 한 가지 브랜드만 판매하는 원 브랜드숍만으로는 변화하는 화장품 시장에서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화장품 멀티 브랜드숍 눙크를 론칭했다. 당시 기존의 자사 제품 미샤와 어퓨 외에도 시세이도, 스틸라, 하다라보, 캔메이크, 지베르니 등 전 세계 150여 개 브랜드 3000여 종을 입점시켜 판매한다는 전략이었다. 미샤 이대점을 시작으로 주요 상권의 미샤 매장은 멀티 브랜드숍으로 전환하여 왔으며, 신규점 역시 눙크 위주로 확대하여 왔다. 또한 약 1900억 원의 투자를 통해 ‘미팩토리’, ‘제아 H&B’, ‘지엠홀딩스’를 인수 합병하여 상품력을 강화하고자 하였다.


에이블씨엔씨는 업계의 다른 브랜드숍이 오프라인 철수와 온라인 확대 등 구조조정을 진행한 것과는 다르게 기존 오프라인 매장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전개하여 왔다. 미샤 브랜드를 리뉴얼하고 멀티 브랜드숍 눙크를 확대하기 위해 2년간 2000억 원을 투자하고 매장 리뉴얼을 통해 평균 15% 이상의 매출 상승효과를 기대하였다. 눙크는 지난해 70개 매장까지 확대하고 올해에는 350개 매장까지 전환 또는 오픈한다는 목표였다. 오프라인 확대로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흑자 전환하며 약간의 가능성을 보일 것 같았으나 올해 코로나 19를 만나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브랜드숍이 되었다.

2.png "미샤플러스"는 올해 연말까지 150개 매장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내실 다지기' 보다는 '외형 확대'에 집중하여 온 에이블씨엔씨의 정책은 결국 판매관리비와 같은 고정비의 부담은 물론 과감한 투자 대비 멀티 브랜드숍 눙크의 매출 효과가 기대치보다 낮았던 점에서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


상반기 매출액과 손익 실적이 급감함에 따라 미샤는 지난 8월, 기존 브랜드숍을 업그레이드 한 또 하나의 멀티 브랜드숍 “미샤플러스”을 선보였다. 미샤에 새로움과 다양함, 재미를 ‘플러스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미샤플러스는 자사 브랜드 어퓨와 미팩토리, 셀라피 외에 라포티셀, 스틸라, 부르조아와 같은 23개의 타사 브랜드, 170여 품목이 추가되었다. 기존 미샤 제품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타사의 더마, 헤어, 색조 제품을 강화한 것이다. 미샤플러스는 연말까지 150개 매장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멀티 브랜드숍 "눙크", 전국에서 44개 매장이 영업 중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기존의 멀티 브랜드숍 “눙크”와 비교해 차별성도 적고, 기존의 미샤 매장의 한 켠에 타사 제품 존(ZONE)을 만든데 불과한 미샤플러스로 급감한 매출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타사 브랜드 수가 기존 눙크의 10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고, 기존 미샤 매장을 그대로 두고 제품만 추가한 형태라 소비자의 입점률을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현재 에이블씨엔씨는 대표 브랜드 미샤 380개를 비롯하여 미샤플러스 86개, 눙크 44개, 어퓨 3개 등 총 513개의 매장을 영업 중이다.


브랜드숍은 올리브영과 같은 H&B 스토어의 성장과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THAAD)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에 의해 성장을 멈추었으며, 고객들은 시간이 갈수록 브랜드숍보다는 H&B 스토어로 발길을 돌렸다.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소비패턴의 변화와 코로나 19로 인한 온라인 구매율의 가파른 성장으로 브랜드숍의 경쟁력은 힘을 잃게 되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에이블씨엔씨가 눙크와 미샤플러스와 같은 멀티 브랜드숍을 확대하기보다는 온라인몰을 활용하는 것이 더욱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4월에 론칭한 “마이눙크닷컴”은 ‘뷰티넷’과 ‘미샤’, ‘어퓨’ 등 3개의 온라인몰을 통합하였다. 대표 브랜드 미샤를 비롯하여 어퓨, 라포티셀, 뷰티블렌더 등 국내외 190여 개의 브랜드를 한 번에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온라인 몰의 활성화와 더불어 배송 서비스 확대도 필요하다. 올리브영은 사회적거리두기가 강화된 지난 8월 오늘 드림(즉시 배송)을 통해 주문한 하루 평균 상품 건수가 1분기에 비해 약 100%가 증가하였다고 밝혔다. 주문 후 최대 3시간 안에 제품을 받아볼 수 있는 오늘 드림 서비스를 통해 마스크 팩 200%, 바디 용품 140%, 기초 라인 110%의 판매량이 늘어났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4월 심부름 애플리케이션 김집사와 제휴하여 배달 서비스를 테스트하였다. 서울 일부와 경기 남부 일부 지역에서 테스트를 완료하였으나 큰 효과를 보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배송 서비스가 일부 지역에 한정되었던 점에서 효과가 미흡할 수는 있어도, 배송시간 단축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함에 따라 배송 서비스는 반드시 필요한 무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1세대 브랜드숍의 대표 주자였던 에이블씨엔씨가 오프라인에서 수익이 나지 않는 매장은 과감히 축소하고,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강화함으로써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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