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위원이 이해하기 힘든 제안서
떨어지는 제안서들이 가진 공통점은 복잡하고 어려운 제안 내용에 있다. 그런 제안서들은 작성자들만 알 수 있는 표현들로 가득해 해석하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내용이 대부분이다.
경쟁 입찰에서는 평가 위원들이 이해하기 쉽게 표현된 제안서가 수주한다. 제안서 작성 시 평가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이나 복잡한 내용을 쉽게 설명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제안을 쓰는 많은 사람들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의 깊이를 제안서에 심도 있게 설명하기 바쁘다. 어떤 기술이 필요하고, 그 기술을 구현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설명하느라 페이지를 할애한다. 평가자들에 대한 생각은 다 잊은 채로 말이다.
그러나 기술에 대해 그렇게까지 자세히 알고 싶은 평가 위원이 몇 명이나 있을까?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이미 그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사람들이 공부하는 학생처럼 가르침을 받으러 평가 위원이 된 것이 아니니까.
평가 위원들은 정부 사업 입찰 참여 조건이 까다롭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경쟁 입찰에 참여하는 것 자체로 사업자가 사업 수행이나 관리 역량은 어느 정도 갖췄다고 생각하며, 사업자들이 가진 역량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평가 위원들은 업체들이 제안하는 내용을 보면서 과정보다 수행 결과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약 두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제안서를 보고 평가하는 상황에서 수행 과정까지 자세히 파악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 대신 주어진 예산을 가지고 얼마나 많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사업 수행 후에 어떤 것들이 좋아지는지 등을 평가한다. 누가 하든 그 과정이 비슷하다면 결과가 더 좋은 쪽을 선택하는 게 합리적이니까.
따라서, 입찰 제안을 쓰는 사람들은 기술력과 수행 역량을 뽐내려는 노력을 줄여야 한다. 오히려 평가 위원들이 궁금해하는 호기심을 채워주려 노력해야 한다. 제안하는 기술이 '왜' 이 사업에 필요한지, 기술을 문제 해결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기술이 적용되고 나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드러내는데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평가자가 관심 있게 바라볼 때만 수주할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