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으로 쓸데없는 대화를 오래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쓸데없는 대화란 의미없는 농담이나 헛소리 혹은 발에 챌 것 같은 말장난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죽이 맞는 티키타카는 팍팍한 삶에 한 줄기 꿀과 같은 오아시스이니 삶이 고될 때면 나서서 헛소리에 물레를 돌리니.
내가 정의하는 쓸데없는 대화란 턴이 끝도 없이 늘어지고 도무지 어디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지 난감한 끝도 없이 사사로운 텍스트의 대화, 점심 뭐 먹을까나 나 얘 만날까 말까 하는 관심 없는 대상이 쏟아내는 투머치인포메이션이 소음처럼 들려오면 그것이 쓸데없는 대화가 되겠다. 만나면 10분 만에 끝날 소통이 턴 낭비와 시간 낭비에 다른 행동까지 얼음 되는 비생산 저효율의 끝이다.
모든 건 애정의 차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겠다.
숨 막히게 사사롭고 안 궁금한 정보의 숨통을 끊어놓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단호하게 귀여운 이모티콘을 날려 상대의 입을 틀어막는 것이 되겠는데, 그런 탓인지 나는 도리어 안 친한 상대와 대화할 때 의미 없이 귀여운 이모티콘으로 대화의 막을 내리곤 한다. 전화보다 텍스트 소통이 편할 땐, 진지한 대화를 할 때라든지 요리조리 근본 없이 써먹던 이모티콘을 집어넣고 웃음기 쏙 뺀 텍스트만 빽빽이 배치하고 고효율의 대화 턴은 길어지지 않게 끝난다. 각박하고 모진 세상이 낭만이 가득하던 나를 턴 수는 최소화하고 효과는 굉장했다를 추구하게 만들어 버렸다.
애먼 밤에 왜 효율적인 대화에 열을 올리냐 함은 저녁으로 몸에 안 맞는 중식을 먹고 가벼운 체기에 시달리다 오늘은 안 쓰기로 마음먹었지만 손 풀고 속도 풀기 위해.
오늘 낮에는 GPT를 사용하다 이모티콘 때문에 가벼운 역정을 냈다.
GPT는 말끝마다 요란한 이모티콘을 쓰기로 유명한데 텍스트를 복사하다 보면 서식이 깨질 때도 도무지 앞뒤 안 맞는 기계적인 표기에 가독성도 지저분하고 아무튼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이모티콘을 왜 이렇게 쓰냐고 설계된 의도냐고 물었고, 저비용에 비언어적인 방법으로 친화력을 표현할 수 있는 토큰이라고 항변하던 그 친구. 이모티콘을 난사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었는데 아무튼간에 그 의도된 설계가 나의 비위와 목적에 맞지 않았기에 저비용 토큰이고 나발이고 양념 빼고 텍스트만 전달하라고 부탁했다.
일상적인 대화에서 이모티콘은 턴의 맥을 끊을 수 있는데 LLM은 사람의 얼굴처럼 표정을 그리는 용도로
쓰고 있다니 용도의 차이가 재밌기도 하지만 앞으로도 언제까지라도 LLM의 이모티콘은 좋아질 수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