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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Jun 04. 2022

왜, 오수재여야 할까

<왜 오수재인가> (SBS, 2022)

마치 짜기라도 한 듯 6월 첫 주, 신작 드라마들이 쏟아졌다. 6월 3일에 공개된  금토 드라마 <왜 오수재인가(SBS,2022)>, <닥터 로이어(MBC,2022>를 선두로 <클리닝 업(JTBC)>, <링크: 먹고 사랑하라, 죽이게(tvN)>, <인사이더(JTBC)> 등 6월에만 시작하는 신작 드라마가 위에 언급한 드라마를 포함 11개다. 물론 내가 알고 있는, 공중파 위주의 편성만 확인한 숫자다.   


OTT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한 달 사이에도 수십 개의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 중에서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법정, 추리물 드라마가 하반기 라인업까지 살펴보면 최소 다섯 작품이다. 6월 신작 전쟁에 신호탄을 쏘아 올린 <왜 오수재인가>와 <닥터 로이어> 역시 주인공 직업이 변호사다. 변호사라는 직업은 드라마에서 사랑받는 소재임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레드오션이 된 이 소재에서 남다른 무언가 있지 않으면 시청자의 선택을 받기란 아주 힘들다. 그러니 이 많고 많은 신작들 중에 왜, 오수재여야 할까? 나의 흥미를 자극한 건 다름 아닌 제목이다. "왜?" 라고 묻는 질문에 어쩐지 답을 해야 할 것 만 같아서 나도 모르는 사이 무슨 드라마인가 검색을 하고 있더라. 제목이 말을 거는 드라마라.


드라마의 간략한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가장 위에 서기 위해, 독하게 이기는데만 집중한 오수재(서현진 분)는 TK로펌의 최연소 파트너 변호사이자 스타 변호사다. 높은 승률과 TK로펌에 벌어 들이는 수익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지만, 독한 년, 미친년, 재수 없는 년, 싸가지 없는 년 등의 수식어도 만만치 않았다. 그렇게 개처럼 충성해서 TK로펌의 최초 여자 대표 변호사가 되기 바로 직전, 그녀는 로스쿨 겸임교수로 버림받는 상황에 처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런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엇도 두렵지 않은 로스쿨 학생 공찬(황인엽 분)을 만난다.

공찬에겐 '오수재'여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10년 전 의붓여동생을 강간 살해했다는 누명을 썼을 때 부모님조차 그를 믿어주지 않았다. 그런 그를 국선 변호사였던 수재가 믿었다. 공찬을 잘 알아서, 그가 처한 상황에 대한 정보가 많아서 그를 믿는다고 말했던 건 아니다. 의뢰인을 향해 먼저 믿음을 보인 수재의 신뢰가 그를 구했다. 비록 재판에서 졌지만 공찬이라는 사람은 이미 그녀에 의해 구해졌다. 그랬기에 그에게 그녀를 향한 업계의 별별 소문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10년 전 오수재가 그를 믿었듯, 공찬은 그녀를 믿는다.


드라마 속에는 공찬 외에도 '오수재'여야 하는 인물들이 나온다. 공찬과 오수재를 두고 부딪히게 될 서브남이 되려나. 최윤상(배인혁 분)은 오수재가 몸담고 있는 TK 로펌 회장, 최태국(허준호 분)의 아들이다. 재수생 시절 아버지가 붙여준 과외선생으로 만난 오수재는 그에게 있어 '이런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같은 감정을 느끼게 한 사람이다. 물과 기름처럼 어우러지지 않는 가족과 다르게 수재는 윤상의 삶에 바로 들어왔다. 오직 그가 마음을 열었던 사람이자 여자, 오수재를 향한 마음은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 로스쿨에서 수재와 교수와 학생으로 재회했을 때 공찬만큼 반가움을 느꼈을 윤상이다.


오수재는 알지 못하겠지만 공찬과 윤상의 인생에 그녀는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최태국 회장은 두 사람과 다른 결로 '오수재'여야 하는 인물이다. 고졸 출신 여자 변호사 오수재가 대표 변호사로 임명될 수 있었던 건 그녀의 승부사적 기질과 악바리 근성도 있었지만, 그녀의 손을 잡고 끌어준 최태국 회장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최태국 회장이 '오수재'여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욕심 많은 그녀의 충성은 회사를 키우는데 딱이기 때문이다. 욕망에 충실한, 그래서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지만, 손 잡은 사람에게조차 칼을 꽂을 수 있는 최태국 회장은 지금 그녀를 로스쿨 겸임교수로 보내버렸다. 하지만 완전히 놓진 않았다. 그에게 '오수재'는 아직 쓸만한 카드다. 아니면 칼을 꽂아야 할 대상이 되던가. 어느 쪽이라도 손을 잡고 있을 최태국 회장이다.


아직 2화 밖에 방영되지 않았지만 드라마 제목에 답이라도 하듯, 등장인물들에게선 '오수재'여야 하는 이유가 뚜렷하게 보인다. 단 한 사람만 빼고 말이다. 어디를 둘러봐도 오수재에게, 왜 오수재여야 하는지 알 수 없다. 내가 나여야 하는 이유를 구태어 생각해야 할까? 나는 그렇다고 본다.


기본 정보와 인물 소개, 제작발표회를 통해 앞으로의 스토리를 유추해본다면 오수재는 공찬을 통해 성공만 쫒던 그녀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가장 위에 서기 위해 행했던 그녀의 방식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다. 이는 제작발표회에서 오수재 역을 맡은 서현진 배우는 공찬을 표현할 때 ‘구원’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공찬 역을 맡은 황인엽 배우는 오수재와 자신의 관계를 아픈 과거를 ‘고백’ 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말했다. 두 인물의 관계를 표현한 단어만 봐도 무리된 추측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변화가 있으려면 주인공이 각성하는 계기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필요한 조건이 있다면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 것이다. 그러니 왜 오수재여야 하는지에 대해선 공찬도, 윤상도, 최태국 회장도 아닌 오수재, 본인이 대답해야 할 것이다.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만든 것일까? 1화에서는 그녀가 피해자 박소영을 죽음으로 몰아간 듯한 장면이 보인다. 3회 예고에서 이 죽음은 자살이 아닌 타살로, 오수재가 범인이 아닌 정황들이 나오지만 그녀가 박소영을 자극한 건 사실이다. 이때 박소영이 수재에게 묻는다. “그러는 당신은 꿈이 이거였어? 변호사가 돼서 피해자를 몰아붙이고 죽고 싶게 만드는 거. 이게 꿈이었어?” 오수재는 그런 박소영에게 마치 꿈이 있다는 듯, 나는 너와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같은 디자인의 구두를 신고 있었다는 설정은 그녀도 소영처럼 처음 가졌던, 오수재로 꿈꾸게 했던 꿈이 사라진 지 오래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래서 박소영이 오수재에게 던진 질문은 그녀가 왜 오수재여야 하는지, 자신이 왜 변호사가 됐고, 자신을 왜 변호사로 고용해야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게 할 열쇠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왜 오수재인가, 하는 질문에 그녀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그 질문을 시청자에게 향하게 할 것이다. 나는 그 질문을 이어받아 곱씹고 있을 내가 눈에 선하다. 아무래도 이 드라마는 법정 추리보다 주인공의 성장에 초점을 두는 게 작품을 조금 더 잘 즐기는 방법이 될 듯싶다.

법정 추리물도 좋아하는데 개인적 취향은 독하지 않은 주인공이 못된 티를 벗으면서, 세상과 다른 방식으로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런 류의 성장물을 좋아한다. 무엇보다 서현진 배우의 연기를 좋아하고, 최근 <안나라수마나라(넷플릭스, 2022)>에서 '일등'하던 황인엽 배우를 주목하고 있었는데, 두 배우를 한 작품에서 볼 수 있다니. 그런데 로맨스도 있다니! 러브 서사는 조금 유치할 것 같지만 2화에서 고백 직진하는 공찬을 보며, 설렜으니 졌다:)  유치한 거 만세!


두 사람이 보여줄 남다른 반전을 기대하면서 6월 신작 전쟁을 오수재의 손을 잡고 참전해볼까 한다. 왜 오수재인지 궁금하다면 웨이브(wavve)에서 확인해보는 건 어떨까? <왜 오수재인가>는 웨이브(wavve)에서 시청 가능합니다.



왜 오수재인가 16부작 

제작진  박수진 연출 김지은 극본

서현진, 황인엽, 허준호, 배인혁, 지승현, 이주우 등 출연


본 원고는 wavve 리뷰단 활동의 일환으로 ‘웨이브(wavve)’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아 주관적  평가를 포함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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